[단독] 못믿을 알바몬…'알바' 구하려다 인신매매 당할 뻔

남궁소정 / 기사승인 : 2020-08-31 1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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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몬 사이트에 바텐더 구인광고로 유인
고액 알바 제시하며 노래방 도우미 권유
거부하면 시간 비용 등 압박하며 체념 유도
청년 취업난이 설상가상이다. 코로나19는 '알바' 자리마저 앗아가고 있다.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기에 청년들은 오늘도 '알바○○' '알바□'의 문을 두드린다.

유명 연예인들이 TV광고도 하는, 그래서 더 믿음이 가는 아르바이트 포털. 그러나 이곳에서 다시 청년들은 피눈물을 흘린다. 

어이없게도 취업 사기나 다름 없는 '인신매매'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해당 '알바 포털'은 이를 막을 뾰족한 장치가 없었다.  

UPI뉴스가 취재한 20대 A(여) 씨 사례가 생생한 증거다. A 씨는 건전한 주점 바텐더를 구한다기에 갔더니 실은 유흥업소 접대부였다. 이 덫에서 벗어나기까지 회유와 협박을 당했고, 정신적,금전적 피해를 봐야 했다.

이렇게 피해를 보고도 신고를 꺼린다. 신상이 노출되는 게 싫고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다. 드러나지 않은 피해 사례가 많을 것이란 얘기다.

▲ 일부 업체가 아르바이트 정보 검색 사이트에 허위공고를 게재해 구직자를 불법 유흥업소로 연결시키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UPI 자료사진] 

A는 배우 지망생이다. 연기학원을 다니며 단역, 조연, 엑스트라 역을 전전한다. 생계를 위해 '알바'가 불가피하다. 야간 일자리를 구하려 지난 2월초 알바몬의 문을 두드렸다.

칵테일바, 호프집 등에서 최저시급보다 높은 임금을 준다기에 너댓개 업소에 전화를 걸었다.

해당 사이트에 올라온 글들은 '불법 X', '퇴폐 X', '착석 X'(옆 자리에 앉아 술시중을 드는 것) 식으로 모두 건전한 업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알바몬이 알바천국과 함께 구직자들이 많이 찾는 신뢰 받는 사이트로 손꼽히기에 불법적인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직접 방문,확인하기로 했다.

대체로 수상했다. 강남역 부근 C라는 곳에서 알바를 구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막상 약속 장소 부근에 가서 전화하면 D라는 업소이거나 "간판이 따로 없다"며 상호를 말하지 않은 채 E라는 곳으로 오라고 하는 식이었다.

20대 후반, 아이돌급 외모의 '실장'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오늘 당장 일을 시작할 수 있긴 한데 착석할 수 있냐"며 룸안을 보여주기도 했다. 전형적인 룸살롱의 풍경이 펼쳐졌다. "할 수 없어요, 착석은 안돼요."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강남역과 논현역 부근 다섯 곳이 모두 그런 식이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마지막 면접이 덫이었다. 약속을 해놓은 한 곳만 더 방문하고 집에 가겠다고 마음먹고 마지막으로 김모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씨는 알바몬에 '5bar'라는 상호로 전화번호를 올렸다.

오후 8시20분쯤 카톡으로 "5bar로 오심 됩니다"라는 문자를 받고, 5bar가 있다는 논현역 부근으로 갔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김 씨에게 전화를 걸자 그는 직접 데리러 온다고 해 역에서 기다리다 그를 만났다.

후미진 곳이 아닌 데다, 사람들이 오가는 밝은 곳이라 안심하고 김 씨가 안내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곳의 간판은 5bar가 아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미용실 의자들이 있었고, 김 씨 외에 남자 둘이 더 있었다. "5bar가 여기냐,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자 김 씨는 "그 곳은 내가 곧 새로 오픈할 바( bar)인데, 미리 구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 오픈할 곳의 직원채용이 생각보다 빨리 마감되었다, 자기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가게에 마침 직원 자리가 빠졌는데 그곳에서 일해 볼 생각은 없냐, 그곳이 더 시급도 세고 조건이 좋다고 제안했다.

미심쩍지만 일단 보고 판단하자는 생각으로 미용실을 나섰다. 그러자 김 씨와 함께 미용실에 앉아있던 G는 "여기서 거리가 좀 있어서, 차를 타고 가야 한다"며 흰색 BMW로 안내했다. 차를 타는게 꺼림칙했지만 대놓고 정색을 하거나 거부하면 모양새가 이상할 것 같아서 그냥 탔다.

차를 타는 순간 이미 일은 잘못된 것이었다. G는 차안에서 수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어딘가로 전화를 걸더니 "사이즈 되는 애가 들어왔다. 이런 일 처음인 것 같은데 잘 봐달라"라고 하는 게 아닌가. G는 "사장님이 잘 해줄 거다. 가게 이름은 ***으로 하라, 나이는 20대 초반으로 줄이는 게 좋겠다"고 했다. 잘못 걸렸구나, 머리끝이 쭈뼛해졌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G는 불빛이 번쩍이는 어느 가라오케 앞에서 차를 세우고, 들어가기를 종용했다.

험악한 분위기에 일단 들어가서 상황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으나 기회 포착이 어려웠다. 마담인지, 가라오케 사장인지 강압적인 태도로 룸에 들어갈 것을 강요했다. 다행히 룸 손님들이 A의 하소연을 듣고 내보내줬고 가방을 찾아 집으로 가려고 했으나, G는 "오늘 일을 너무 안 했다", "손해를 봤다", "돈을 더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G는 집에 가겠다는 A의 말을 무시한 채 다른 노래방으로 데리고 갔고, 그곳에서 A는 반강제적으로 방안으로 들어가 손님들의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했다. 들어가자마자 이미 만취해 있던 이들은 욕설을 심하게 했다. 모욕과 원치 않은 스킨십을 당하던 중 A는 비교적 덜 취한 이에게 사정을 설명했고, 그는 "그냥 나가라, 일한 것으로 쳐주겠다"고 했다.

이때 그 손님 옆에 있던 아가씨는  "여기 그렇게 속아서 왔다가, 주저 앉는 애들 많이 봤다. 칵테일 바에서 그냥 칵테일 만드는 줄 왔다가 이 길로 빠지는 애들이 많다"고 했다.

A는 G의 손아귀에서 풀려날 방법을 생각하다가, 노래방 바로 앞 현금인출기(ATM)에서 현금 20만 원를 찾아 이미 받은 돈을 합친 30만 원 가량을 G에게 주고, "돈을 벌어다 줬으니, 집에 보내달라, 이 일은 할 수 없다, 신고하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G는 그제서야 A를 가방이 있는 미용실로 데려다 줬다. A는 처음 만났던 김 씨에게 "사기치지 마라. 불법적인 일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했고, 김 씨는 비웃으며 "너무 우리를 나쁘게만 보지 마라"고 했다.

A는 너무 분하고 억울했지만 경찰에 신고하진 않았다. 자신이 노출되는 게 싫고 보복당할까 두려웠다. 대신 A의 지인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가해자는)소위 보도박스 운영업자인데, 피해자가 직접 고발하지 않으면 수사할 수 없다"고 했다. 수사와 처벌을 원하거든 피해자가 직접 경제사범(고용 및 취업 알선 관련 사기죄)으로 고소하라는 거다.

A 씨 피해 사례에 대해 알바몬 측은 "기본적으로 공고 등록할 때부터 퇴폐업소를 거르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그런 직종은 등록이 불가능하다"면서도 "문제는 업소에서 원래 공고 내용과 다른 업무를 시킬 경우"라고 말했다. "공고내용과 다른 일을 시키는 취업사기의 경우 사전에 알아채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박상우 알바몬 매니저는 "신고가 들어오면 블라인드를 걸어 제재를 가하는 등 대처하고 필터링을 계속 강화해 나가려고 한다"면서 "아직까지 신고 들어온 건 없다"고 말했다.

U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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