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100일' 순항했지만 '개인기'만으론 한계

남궁소정 / 기사승인 : 2020-09-01 16: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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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떼고 간판 바꾸고 외연 확장…김종인 '개인기'
"굿 스타트, 배드 피니시"…인물난·강경파 해결해야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지금까지 중간 성적표만 놓고 보면 합격점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좌에선 우로, 우에선 좌로 한 발짝씩 움직이며 외연을 확장하는 김 위원장의 개인기가 통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려가 교차한다. 미진한 인적 청산, 고질적 인물난은 '개인기'로 해결하긴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유튜브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5월 27일 취임한 김 위원장은 100일 동안 빠른 속도로 당의 기틀을 마련했다. 8월31일 비대위에서 새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정했고, 새 정강정책 1호에는 진보의 어젠다인 기본소득을 명문화했다. 2일 열리는 전국위원회에서 개정 작업들은 마무리될 예정이다.

중도층과 호남 민심을 아우르려는 쇄신 행보도 보였다. 당의 정책 슬로건으로 내세운 '약자와의 동행'에는 서민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탈바꿈하겠단 의지를 담았고, 지난달 집중호우 때도 4차 추경 편성을 앞장서 요구하며 '약자 편에 서는 정당'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지역이 수해를 입었을 때 민주당보다도 빨리 현장으로 갔고, 지난달 19일 광주 5·18 묘지에서 보수정당 대표 최초로 무릎 꿇고 사과했다. 한 초선의원은 UPI뉴스에 "생각지도 못했던 퍼포먼스였다. 김 위원장이 연세에 비해 생각이 융통성이 있고 젊다. 강온전략을 잘 구사한다"라고 했다.

'김종인표 혁신'에 민심은 응답했다. 현재는 코로나19 재확산과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와의 연관성 공세로 지지율 상승세가 주춤하지만, 4년 만에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을 앞서기도 했다. 통합당은 리얼미터 △8월 2주 차 여론조사(TBS 의뢰, 8월 10~12일 조사)에선 지지율 36.5%를 기록해 33.4%로 집계된 민주당을 제쳤다.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7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패널 질문을 듣고 있다. [정병혁 기자]

이처럼 비대위가 순항할 수 있었던 배경엔 '김종인의 개인기'가 있다는 말에 이견이 없다. 그는 국내 정치사에 희귀한 인물이다. 독일정치에 대한 이해라는 정치적 자산을 기반으로 몸담은 조직을 위기에서 매번 구해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경제 민주화'란 날개를 달아줬고, 문재인 대통령과도 손을 잡고 20대 총선 승리를 이끌었다.

우파 정당엔 '좌클릭', 좌파 정당엔 '우클릭'을 해주며 당 체질을 바꾸는 게 그의 주특기다. 그러고도 모두에게 '팽' 당했다. 김 위원장은 스스로 "토사구팽이 아니라 토사종(김종인)팽" 이라고 했다. 판세를 뒤집는 어젠다와 만만찮은 정국 주도 능력에도, '차르'라고 불릴 만큼 권위적·수직적 리더십으로 당내 구성원들의 호응을 길게 얻진 못한 탓일테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6월 '김종인 비대위'에 대해 "'Good start, Bad finish'(굿 스타트, 배드 피니시)로 예상한다"고 했다. 그는 "내부 불만이 터지면 '나 안 해'하고 나가버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종인 체제의 남은 과제는 인적 쇄신이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선수를 조속히 띄워야 하지만 마땅한 후보군이 없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UPI뉴스에 "김종인이 떠나고 황교안 전 대표, 나경원 전 의원 등이 다시 당에 복귀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새로운 정강·정책에 맞는 새로운 인재들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게 비대위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당내 반발이다. 김 위원장이 중도 외연 확장에 나섰지만 기존 강성 지지층의 불만이 큰 상태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근거지로 지목된 광복절 집회에 대해 통합당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며 선을 긋자 강성 지지층에서의 비판이 쏟아졌다. 당내 다선 의원들 역시 언제든지 반기를 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통합당 비대위 체제 8번 중에 한번 성공하고 다 망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외부 공격 때문이 아니라 내부에서 흔들었기 때문"이라며 "리더십과 팔로우십이 조화롭게 가야 하는데, 현재 김종인 체제는 리더십은 좋지만 팔로우십은 관망 상태다. 김종인의 개인기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팀워크'"라고 강조했다.

U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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