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들은 왜 '피자'를 싫어할까 …갈등의 '피자 & 배달'

황두현 / 기사승인 : 2020-09-07 18: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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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배달 기피…바로고·생각대로 일부 지사 '가맹계약 해지'
배달원 "배달 어렵고 수익성 낮아" vs 가맹점 "독촉했다가 밉보일수도"
배달업계, "누적된 문제…배달료 인상·배달원 충원 없인 해결 안돼"
코로나19 사태로 배달 음식 주문량이 급증한 가운데 배달원 사이에서 피자, 순댓국 등 일부 음식 배달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급기야 일부 배달대행업체가 피자 가맹점과 계약을 해지하며 갈등도 빚고 있다.

해법은 모호하다. 음식별로 수수료 차이가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 10호 태풍 하이선이 북상중이던 지난 7일 오전 배달원이 서울 강남 거리를 달리고 있다. [정병혁 기자]

최근 배달대행업체 바로고의 수원지사는 지역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이달 중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배달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이를 소화할 배달원이 부족하자 배달원 선호도가 낮은 가맹점의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보인다.

바로고 관계자는 "각 지사는 바로고 프로그램을 이용만 할 뿐, 지역 영업이나 신규 계약은 지역 지사에서 직접하기에 계약 해지 등도 가능하다"며 "본사에서 하는 건 직영으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계약 정도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행업체 생각대로 지역지사도 피자가맹점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지적이다. 피자는 배달 과정에서 제품이 빠르게 식는 데다가 제품 모양이 변형할 가능성도 높아 배달원에게 인기 없는 품목이다. 또 한 번에 4~5개를 배달해야 수익을 얻는 현실에서 상대적으로 제품 박스가 커, '묶음 배송'에 불리하다는 점도 주된 이유 중 하나다.

배달원 A 씨는 "피자는 식으면 맛이 없고, 달리는 과정에서 방지턱이라도 몇 번 넘으면 모양이 망가지기 때문에 고객들의 민원이 많다"며 "손님이나 가게 주인 모두 피자는 예민하게 반응하기에 배달원 사이에서 기피 대상이다"고 설명했다.

피자 외에도 순대국, 감자탕 등 국물 음식도 기피 대상으로 거론된다. 뜨거운 액체 특성상 용기가 터질 수도 있고, 포장이 꼼꼼하지 못하면 배달 박스 안에서 흘러넘쳐 다른 제품도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은 이렇지만 피자 가맹점 운영주도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배달원들이 주문을 받지 않으면 제품을 팔 수가 없는 데다가, 고객들의 민원을 배달원 탓으로 돌리면 차후 접수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서다.

서울에서 중소 피자가맹점을 운영하는 B 씨는 "주문을 받고 배달을 요청하면 1시간은 걸려야 오는데, 피자가 식은 상태로 고객에게 도착할 수밖에 없다"며 "빨리 와달라고 배달원들에게 독촉했다가는 나중에 콜(호출)을 더 안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강하게 어필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피자는 애초 배달원들이 배달을 꺼리는 음식이었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기피 현상이 더 뚜렷해졌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를테면 과거 피자 업체가 제공하는 방문 포장 할인도 까다로운 배달을 하는 대신 고객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는 것.

실제 미스터피자, 피자헛 등 대형 프랜차이즈 피자점은 방문 포장(테이크아웃)시 더 많은 할인을 제공한다. 피자헛은 프리미엄 피자에 한해 배달은 30%, 방문 포장은 40% 할인해주는 행사를, 미스터피자는 특정 제품을 방문 포장하면 한 판을 더 주는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피자 업체가 자체 배달원을 고용한 것도 피자 배달의 특수성 때문"이라며 "배달료를 인상하는 등의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배달료 인상 가능성은 낮다. 배달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배달료가 내려가는 양상이 나타나는 데다가, 가맹점 역시 비용 지출이 커지는 배달료 인상을 꺼린다는 것이다.

오히려 배달원은 한정된 데 비해 배달 주문 수는 급격하게 늘면서 특정 제품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바로고에 따르면 8월 전체 배달 건수는 전달 대비 19% 늘었지만, 배달수행 기사는 약 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배달대행업체 한 관계자는 "특정 음식 배달료가 오르면 문제가 다소 해결될 수 있겠지만, 인상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며 "지난 10여 년 간 배달료는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데다가 최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내려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등 주문앱은 배민라이더스와 같은 전속기사를 채용해 아직은 이런 현상을 크게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은 지난 7월 대규모 채용 등을 통해 배달 부족 사태를 해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추세를 고려할 때 언제든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UPI뉴스 / 황두현 기자 hd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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