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ID' 대신 'CVIP' 띄운 이인영, 북한 반응은…글쎄?

김광호 / 기사승인 : 2020-09-09 15: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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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IP 시대 열어야"…CVID서 '비핵화'를 '평화'로 바꾼 개념
美 향해서도 '평화 동맹' 언급…'평화' 방점 찍은 대북유인책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북측에 'CVIP(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Peace·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평화)' 개념을 꺼내 들었다. 이는 미국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제시한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에서 '비핵화'를 '평화'로 바꾼 것으로, 지난 2018년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이 한국포럼 축사에서 사용한 바 있다.

남북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좀처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이 장관이 CVIP 개념을 현 시점에서 다시 언급한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린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7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0 한반도국제평화포럼(KGFP)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이 장관은 지난 7일 통일부가 개최한 '2020 한반도국제평화포럼(KGFP)' 영상회의의 개회사를 통해 "남북이 주도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평화(CVIP)의 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 새로운 시작에 화답하는 북측의 목소리를 기대한다"며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향한 남북의 시간을 함께 만들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작은 교역, 보건의료, 공동방역, 기후환경 대응 등의 협력 과제를 거론하면서 "남북이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중심으로, 변화를 만들어내면, 회복된 신뢰를 토대로 더 큰 대화와 협상의 장을 열겠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특히 CVIP를 바탕으로 한 남북교류와 관련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과 북미 비핵화 대화의 큰 흐름도 앞당길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역설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CVIP와 관련해 "반세기를 넘는 분단구조를 허물기 위해 견고하고 되돌릴 수 없는 평화 상태를 구축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이처럼 CVIP는 남북대화 재개를 통한 평화가 비핵화만큼 중요한 목표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개념이다. 미국측이 앞서 북한에 제안한 CVIG(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안전보장)가 CVID를 전제조건으로 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최근 이 장관이 한미 동맹에 대해서 '평화 동맹'으로 전환해야 함을 이야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미국을 향해서 '평화'에 방점을 둔 해법을 토대로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장관이 이와 같은 CVIP 개념을 다시 꺼내든 것은 우선 북측이 대화의 문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장관으로서는 경색된 남북 관계의 실마리를 찾기위해 북한과의 대화가 급선무인 상황이다.

하지만 북측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남측과의 대화를 일체 거부하고 있다. 이 장관의 '작은 교류', '코로나19 방역' 등의 제안에도 시큰둥하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간 대화 복원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강조함과 동시에 북한을 향한 유인책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이 계속 나서지 않을 경우 우리가 남북관계에 주도권을 갖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전달한 셈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서울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장관실에서 금강산기업인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남북관계에 있어 비핵화 우선론을 지양하고 평화를 우선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학술협력실장은 지난 4일 통일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반도형 협력안보와 평화프로세스' 학술회의 주제발표에서 "북핵 문제 해결 없이는 남북관계 발전도 없다는 북핵 우선론을 지양해야 한다"면서 "한반도형 협력안보에 부합하는 평화 지향의 안보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한반도 평화의 문제를 북한의 비핵화를 통해 문제화하는 방식이 오래 작동해왔다. 이런 부분이 평화에 대한 상상력을 제약한다"면서 "본질을 찾아야 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없이는 아무것도 진전할 수 없는 구조를 탈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장관의 CVIP 발언에서 비핵화 개념을 배제시켜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인영 장관의 이번 발언은 미국 대선국면을 감안해 남북관계부터 먼저 뚫고나서 북미관계의 비핵화를 심도있게 논의하자는 취지"라며 "이번 CVIP 메시지 속에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모든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를 배제하는 차원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대화 재개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이 장관의 발언이 자칫 한미동맹 공조를 흔들리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앞서 이 장관의 여러 제안에 묵묵무답으로 일관했듯 이번 발언에도 북한이 나설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라며 "최근 국무부가 이 장관의 '냉전동맹' 발언에 이례적으로 반박했듯이 동맹국인 미국 측을 자극할수록 방위비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한 우리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U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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