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조성길이 국내 망명한 최고위급 외교관이라고?

김당 / 기사승인 : 2020-10-07 17:5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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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가 국내 망명 최고위 직급…대사〉공사〉참사〉1등서기관 순
조성길은 '1등서기관'…소환된 대사 역할 대행한 '임시대리 대사'
서훈, 작년 8월 정보위서 "이탈리아 떠났고 소재는 파악하고 있다"

2018년 11월에 잠적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 임시대리 대사가 지난해 7월 국내로 망명한 것으로 최근 알려진 가운데 그가 국내로 망명한 최고위급 외교관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 조성길(가운데) 이탈리아주재 북한 임시대리 대사가 2018년 3월 20일 이탈리아 산피에트로디펠레토에서 열린 문화 행사에 참석한 모습. [AP 뉴시스] 


복수의 관계자로부터 확인해 국내 망명 소식을 처음 전한 JTBC가 조성길 전 임시대리 대사의 망명을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 비서 이후에 북한 고위층인 대사급 인사의 첫 한국행"이라고 보도하면서 다른 매체들도 별다른 검증없이 후속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오보로 보인다. 조씨는 망명 전까지 '1등서기관' 직급으로, 당시 본국에 갑자기 소환된 대사 자리를 비워놓을 수 없어 임시대리 대사 역할을 대행한 것이지 '대사' 직급은 아니었다.

국회 정보위원회 관계자도 7일 UPI뉴스의 확인 요청에 "조성길의 직급은 1등서기관이 맞다"고 말했다.

 

조씨는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을 이유로 이탈리아 정부가 문정남 당시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를 추방한 이후 임시대리 대사를 맡았다. 북한은 당시 사치품 조달 실무 책임자였던 조성길 3등서기관을 1등서기관으로 직급을 올려서 임시대리 대사를 맡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길의 외교관 직급은 1등서기관으로 '공사'는 물론, '참사관'보다도 아래이다.

 

외교관 직급은 대사>공사>참사관>1등서기관(영사)>2등서기관(영사)>3등서기관 순이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국내 망명한 최고 직급 외교관이다. 더 고위급인 장길승 전 이집트주재 북한대사의 경우 당시 안기부의 공작으로 미국으로 망명했다.

 

국회 정보위 관계자도 7일 UPI뉴스의 확인 요청에 "조성길의 국내 입국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지만 그의 직급은 1등서기관이 맞다"면서 "현재까지 태영호 전 공사가 최고위급 외교관이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국회 정보위에서도 일부 정보위원들이 조성길의 소재를 서훈 당시 국정원장에게 질의한 바 있다. 당시 서훈 원장은 "조성길이 이탈리아를 떠난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조성길의 소재를 확인해줄 수 없지만 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조씨는 이미 한국에 입국해 있던 것이다.

 

한국의 경우 외교부 직원이 재외공관에 나가게 되면 1등 서기관(4급 서기관), 2등 서기관(5급 사무관), 3등 서기관(6~7급)으로 부른다. 외무고시에 합격하면 2등 서기관으로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다. 통상 '공사'는 2급 공무원 대우이고 '대사'는 차관급 이상의 대우를 받는다.

 

최초의 외교관 탈북자는 고영환 전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 1등서기관이다. 이후 1996년 현성일 전 잠비아 주재 대사관 서기관, 1998년 김동수 전 유엔식량농업기구 북한대표부 서기관, 2000년 홍순경 태국 주재 대사관 과학기술참사관, 2016년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등의 사례가 있다.

 

1997년에는 장승길 전 이집트 대사와 그의 형인 장승호 프랑스 주재 북한대표부 경제참사관이 안기부의 공작으로 미국에 망명했다.

 

이밖에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에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유럽 자금총책인 김명철 대성무역 로마 지사장(대성지도국 유럽지국 총국장)이 이탈리아 정보기관 AISE를 통해 이탈리아로 망명했다. 당시 국정원은 AISE와 CIA의 협조 속에 김씨의 국내 망명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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