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뛰어넘는 주택공급 대책"…또 투기세력에게만 호재되나

김이현 / 기사승인 : 2021-01-19 15:5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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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기조 '투기와의 전쟁'서 '공급 확대'로 선회
공공·역세권 고밀개발 초점…전세도 공공물량 확보 총력
"말 그대로 '특단 대책' 나와야…개발 지역 과열 우려도"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특단의 공급 대책을 내놓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특단의 대책'을 약속하자 정부가 설 전에 발표하기로 한 '주택 공급 대책'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공 정비사업, 역세권 고밀 개발 등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고 있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과감한, 창의적 대책', '국민 불안을 일거에 해소' 등을 언급한 만큼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추가 대책이 집값을 잡을 만큼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택 공급은 대책 발표 시점에서 물량이 실제 공급될 때까지 최소 2~3년 이상이 걸리는 데다, 어설픈 개발계획은 투기를 불러 오히려 부동산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공공 주도로 사업기간 단축…공공비율 늘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서울시 등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마련 중인 공급 대책은 무엇보다 '공공 개발'이다. 서울 도심 내 역세권·저층 주거지 고밀 개발과 준공업지역 개발, 공공재개발·재건축 등을 통해 입지가 좋은 곳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기존의 절차를 뛰어넘는 대책"은 공공 주도로 사업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공공주택 비율을 늘리겠다는 의미다.

또 지난해 8·4 공급대책을 통해 발표한 용산정비창, 태릉 골프장(CC)부지, 과천청사 등 도심 내 신규 택지 개발 구상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연립주택이나 나홀로 아파트 등 200세대 미만 단지를 대상으로 '미니 재건축'을 활성화하고, 3기 신도시의 '사전청약제'를 오는 7월부터 시행하는 등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한 수도권 127만 가구 공급계획을 차질없이 시행할 계획이다. 이밖에 토지임대부 주택, 그린벨트 일부 지역 해제, 신규 택지지구 확보 등이 거론된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추진한 정책과, 집값 상승 시기마다 추가로 발표한 대책이 총망라된 셈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공공주도의 재개발·재건축이 1차로 추진될 것이며, 여기에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제시한 역세권 고밀개발, 저층주거단지 정비, 준공업단지와 관련된 총량을 다 끌고 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세물량 빠르게 늘릴 수 있는 대책도 포함"

정부는 설 전에 전세 대책도 함께 발표한다. 문 대통령은 "봄철, 이사철을 맞이하면 전세를 구하는 것이 또 어렵게 되지 않을까 이런 염려도 있을 것"이라며 "전세 물량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대책도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전세 대책도 마찬가지로 공공물량 확대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못지 않는 수준의 주거공간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분양주택뿐 아니라 공공자가, 공공임대주택 등 서민들이 부담 가능한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식이다. 특히 도시건축 규제 완화와 소규모 정비사업을 통해 최대한 단기간에 공급 가능한 물량들을 함께 제시할 방침이다.  

시장에서 요구하던 '양도세 인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불로소득을 용인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을 재차 강조하면서 공급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 의도대로 계획이 추진하되라도 실제 주택 공급이 이뤄지기까지는 최소 3년 이상이 걸린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선 효과를 보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공공이 주도해도 개발의 키는 민간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정병혁 기자]

"찔끔 공급으론 안 돼…기존 신도시 활용해야"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수요 억제책으로 일관해왔던 정부가 주택 수요 증가를 인정하고 공급 대책을 확대해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건 의미가 있다"면서도 "시장의 공급에 대한 갈증을 찔끔 채우는 수준으로는 안 된다.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신도시 주택 물량 확대를 전방위적으로 진행해 시장 수요를 단시간 내에 제압할 수 있는 공급 대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공급이 어떤 건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앞선 대책처럼 임대나 공공 위주의 공급이라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공급확대와 함께 양도세 중과 완화 등 거래세 인하를 통해 법인과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와야 실효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정부가 공급 정책을 하는 데 있어 쓸 수 있는 카드는 아직 있다"며 "공급된 지 10여 년이 지난 2기 신도시가 충분히 활용될 수 있고, 1기 신도시의 경우에도 리모델링 지원 등을 통해 좋은 주택을 양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설익은 공급대책은 투기 세력에게만 호재"

도심 개발 자체가 집값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뉴타운 개발 때 서울의 저층 주거빌라 가격이 급등했듯이 개발이슈는 호재로 받아들여져 시장이 요동치게 된다"며 "준공업단지, 역세권 등 개발 지역은 물론 개발 영향을 받는 인근까지 집값이 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분양가상한제, 임대사업자 특혜 철폐 등 투기 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설익은 공급 대책은 부동산 투기세력에게 호재만 안겨주는 꼴"이라며 "공급을 늘려서 집값을 안정화시키겠다는 부동산 정책은 실패할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U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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