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교통대란 부른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

조채원 / 기사승인 : 2021-02-11 17: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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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전날인 10일 퇴근길은 험난했다. 40분이면 족한 귀가 시간이 한시간반 이상 걸렸다. 지하철이 난리였다. 귀성인파 때문이 아니었다.

오후 4시 40분 경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승강장은 붐비는데 당고개 방향 열차는 오지 않고, 반대 방향 열차는 멈춰섰다. "지하철 운행이 늦어진다"는 안내방송만 계속 흘러나왔다. 와중에 안내요원들은 앞쪽 차량 탑승을 막았다.

알고보니 시위 현장이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 60여 명이 '지하철 시위'를 벌이는 중이었다. 이들은 당고개역에서 열차 5개에 나눠 탑승한 뒤 역마다 내렸다 탔다를 반복했다고 한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시위였다. 요구 사항은 시내 저상버스 도입, 지하철 1역사 1동선 승강기 100% 설치, 서울시 도시교통실과의 면담 등이었다.

그들의 시위 때문에 4호선 열차 운행은 줄줄이 밀렸다. 3시17분경 시작된 시위는 시위대가 서울역에 도착한 5시48분쯤 종료됐다고 한다. 2시간반 가량 '교통대란'이 벌어진 것이다.

시민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건 당연했다. 오지 않는 열차를 기다리고, 떠나지 않는 열차를 바라보며 여기저기서 불평과 원망을 터뜨렸다. 이 때 한 시위자의 외침이 귓전을 때렸다. "여러분들의 불편은 잠깐이겠지만 장애인들은 평생 이동의 권리와 자유를 위협당하며 삽니다."

오죽하면 그런 시위를 감행했을까. 지하철을 타야하는데 승강기를 찾지 못해 역 입구를 뱅뱅 도는 장애인을 종종 본다. 편리한 '시민의 발', 지하철이 그들에겐 때로 닿을 수 없는 섬이 된다. 그만큼 절박했을 것이다. 저상버스도, 역 승강기도 부족한 현실에서 그들의 시위는 명분이 있다.

유감스러운 것은 시위 방식이다. "너희도 당해봐라"는 뜻은 아니었겠으나 애꿎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은 건 엄연한 사실이다. 예기치 않은 지하철 대란에 귀성길 교통편을 놓친 이들도 있을 것이다.

꼭 그런 방식이어야 했나. 시민을 볼모로 시민의 지지와 연대를 이끌어낼 수는 없는 일이다.


▲ 조채원 기자

U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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