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김정은 없는 북한' 대비해야"…심리전 개시하나

김당 / 기사승인 : 2021-02-25 15: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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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핵폐기 압박 이어 北 인권증진 위한 외부정보 유입 '제2의 전선'
유엔 인권이사회 개회·미 의회 대북전단 청문회 등 대북압박 가속화
北인권정보센터, 인권침해지도 오픈…태영호 "北인권재단 구성해야"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중시하겠다는 기조를 밝힌 가운데,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는 제안이 나왔다. 외부정보 유입은 북한 체제의 근간을 흔들며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은 정권 없는 북한'을 대안으로 제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23일 오픈한 '비주얼 아틀라스'에 구체적인 위치를 파악해 공개하는 북한인권 침해 장소는 총 483곳. 보위부와 보안서, 집결소, 노동단련대, 교화소, 정치범수용소 등 구금시설부터 강제송환 피해자들이 거치게 되는 중국 변방대와 지역별 조사시설 등을 구글 위성지도로 살펴볼 수 있다. [비주얼 아틀라스 캡처]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는 북한 사회를 움직이는 양대 축이다. 조직지도부는 수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선전선동부는 수령의 유일사상 체계를 수립하는 것을 기본사명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매년 재외공관 국정감사를 하지만, 북한은 당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가 재외공관에 가서 외교관들의 사상 상태를 검열한다. 해외에서 일상적으로 외국 문물과 정보를 접하는 외교관들이야말로 유일사상을 방어하는 제1선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12월에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외국 영상물과 라디오 방송, 출판물 유포자의 최고 형량을 사형으로 상향하는 등 외부정보 유입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북한 핵미사일 폐기를 위한 경제제재에 더해 인권증진을 위한 정보유입이라는 '제2의 전선'이 북미 간에 형성될 조짐마저 보인다.

 

▲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장관 [Photo by Jim Lo Scalzo/UPI]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4일 제46차 유엔 인권이사회 화상 연설
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교 정책의 중심에 두고 있다면서 북한과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들의 인권 침해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을 촉구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이날 언론 성명에서 "북한과 시리아에 대한 (인권 침해) 조사"를 거론하며 "유엔 인권이사회는 불의와 폭정에 맞선 그같은 싸움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싸움에 대한 지원'에는 '외부정보 유입'이 포함된다. 앞서 국무부 관계자는 지난 3일 한국의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세계정책으로서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보호를 옹호한다"며 "북한에 정보를 자유롭게 유입하기 위한 캠페인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권 중시 및 대북 정보 유입 강화는 정부여당이 지난해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에도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과도 충돌이 예상된다.

 

대북전단 금지법에 따르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시각매개물 게시, 전단 등을 살포할 경우, 최대 3년 이하 징역 혹은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VOA(미국의소리) 방송은 25일 "워싱턴의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 인권 상황에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조치로 외부 정보 유입을 꼽는다"고 보도했다.

 

VOA는 "바깥 세계로부터 완전히 단절된 채 김일성 왕국이 돼 버린 북한에 외부 정보 유입은 체제를 흔드는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전제군주를 능가하는 권력을 휘둘러온 김씨 일가가 각종 외부 매체와 대북 전단 등을 거칠게 비난하며 한국을 위협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대북 인권 중시 및 정보 유입 방침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장(DNI)은 재임 중인 2016년 10월 미국외교협회(CFR) 세미나에서 "미국이 훌륭한 무기인 정보를 활용하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며 "정보야말로 북한이 매우 우려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클래퍼 국장은 특히 특히 "비무장지대를 따라 대북확성기 방송을 하거나 민간단체들이 전단을 북한에 떨어뜨리면 그들은 완전히 미쳐버린다(go nuts)"고 말했다.

 

▲ 워싱턴에 기반을 둔 비정부기구인 미 북한인권위원회(HRNK)가 공개한 대공 기관총 사형이 의심되는 강건 군사훈련장(위)와 정치범수용소 위성사진 [HRNK 홈페이지 캡처]


미국 의회도 초당적으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정보 유입을 지지
하고 있다.

 

2004년 미 의회에서 처음 채택된 뒤 2017년에 세번째 연장된 북한인권법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의 인권과 민주주의 증진을 위해 민간단체와 비영리 기구에 재정을 지원하며 기존 라디오 방송 외에도 휴대용 저장장치, 휴대전화, 근거리 통신망인 와이파이, 무선인터넷 등 모든 수단을 활용해 대북 정보전달에 나서도록 했다.

 

VOA에 따르면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우리는 김정은이 외부 정보에 대한 과민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정보 유입을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 유입의 파급력은 오바마 행정부 당시까지만 해도 미 정치권에서 공공연히 제기했던 중요한 대북 제안이었는데,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는 북한 정권의 취약점을 파고드는 강력한 '무기체계'인 외부 세계의 정보 유입을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워싱턴에 기반을 둔 비정부기구인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대북 정보 유입을 활성화해달라"며 "라디오와 인터넷, 기타 매체를 통해 북한에 보낼 새롭고도 적절한 내용을 개발하고, 이런 정보를 전송하는 데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지원을 강화해 북한인들이 처한 강제적 고립을 끝내 달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인권 전문가들은 외부 정보 유입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일깨워 결국 북한 정권의 존립을 위협할 가장 직접적인 체제 변혁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북한 내부 동력에 의한 '김정은 정권의 제거'를 핵 개발과 인권 문제를 포함한 북한 문제의 유일한 해법으로 인식하고, 지난 트럼프-문재인 정부의 북한 관련 논의에서 금기시돼 온 '정권 붕괴' 전략을 다시 수면 위로 올리고 있다.

 

▲ 미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대북 정보 유입과 탈북자 지원을 통해 북한 인권 개선과 '김정은 없는 북한'을 지향한다. [HRNK 홈페이지 캡처]


그런 '새로운 전선'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이다. 숄티 대표는 VOA에 "지금이야말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당국자들에게 손을 뻗어 대안을 제공하고 '김정은 정권이 없는 북한'을 생각해 보는 최적기"라고 말했다.

 

숄티 대표는 "북한 엘리트들은 아침에 눈을 뜨면 김정은에 대한 전적인 헌신 아니면 죽음이라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며 "이제는 세 번째 옵션을 제공해 그들이 북한을 완전히 바꿔놓고 김정은의 압제에서 벗어나 커다란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도록 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필 로버트슨 아시아담당 부국장도 VOA에 "한국 청와대가 북한 인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자 미국이 문제를 제기해야 할 사안"이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할 때 북한 인권 문제를 분명히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조야의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미국 의회 내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북한 인권 및 '대북전단 금지법' 관련 청문회에 대비해 주미 한국 대사관 주도로 로이스 전 하원 외교위원장 등을 한국 이익을 대변할 로비스트를 고용했다.

 

한편, 22일 개막한 유엔 인권이사회에 맞춰 국내 북한인권 단체들과 정치권도 대북 압박 여론전을 강화하고 있다.

 

▲ '북한인권 정보 지도'를 새로 오픈한 북한인권정보센터 홈페이지


(사)북한인권정보센터(NKDB)
는 23일 북한인권 침해 장소와 사건 정보를 구글 위성지도 위에 시각화해 제공하는 '비주얼 아틀라스(www.visualatlas.org)'를 리뉴얼해 국문·영문 웹사이트로 오픈했다.

 

지도는 NKDB가 2003년 설립 이래 자체적으로 축적해온 'NKDB 통합인권 DB'를 바탕으로 북한인권 침해 장소와 사건 정보들을 제공함으로써 북한인권 침해 실태에 대한 국내외 이용자들의 이해를 넓히기 위해 제작됐다.

 

지도는 △북한에서 가장 심각하게 발생하는 인권 침해 사건들의 장소를 정치범수용소·구금시설·공개처형·강제송환·종교박해·여성권·고문 및 폭행 등 유형별로 정리한 '테마 검색' △북한의 지역별 인권 침해 사건 발생 현황을 정리한 '밀도' △「NKDB 통합인권 DB」에 등록된 78,798건의 북한인권 침해 사건을 수치로 보여주는 '통계' △북한인권에 관한 용어들을 살펴볼 수 있는 '용어사전' 등 다양한 기능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테마 검색' 기능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북한인권 침해 사건은 총 2861건으로, 여기에는 정치범수용소 관련 735건, 구금시설 관련 1228건, 공개처형 관련 168건, 강제송환 관련 414건, 종교박해 관련 145건, 여성권 관련 89건, 고문 및 폭행 관련 82건의 피해 사건이 포함돼 있다.

 

NKDB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4.6%가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답했고, 30%는 '북한 내부의 문제이므로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 태영호 의원은 24일 "북한인권재단 출범은 현 정부의 북한인권 개선 의지를 입증하는 바로미터이다"라는 입장문을 냈다. [뉴시스]


태영호 의원(서울 강남구갑)
은 24일 유엔 인권이사회와 한국의 북한인권법 제정 5주년(3월 3일)을 앞두고 "우리 정부는 더는 북한인권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인권재단 출범은 현 정부의 북한인권 개선 의지를 입증하는 바로미터이다"라는 입장문을 냈다.

 

태 의원은 입장문에서 "정부는 북한인권을 외면한다는 비난을 받을 때마다 '실질적 인권' 개선이 중요하다는 논리를 들고 있다"면서 "정부가 오해를 벗을 간단한 방법은 있다. 북한인권법의 핵심인 북한인권재단을 하루빨리 출범시키면 된다"고 주장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다음달 23일까지 4주 간 열리는데, 다음 달 10일에는 토마스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각국 정부 대표들과의 상호대화에 참석해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한다.

 

이어 11일에는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 규명과 추궁 작업과 관련한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보고서를 설명하는 회의가 열린다.

 

북한인권 결의안은 이사회 마지막 날인 다음달 23일 처리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해까지 18년 연속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해 이번에도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심리전은 미 국무부와 중앙정보국(CIA)가 냉전 시기부터 수행해온 '저강도 전쟁'이다. 김정은 정권은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 이어 외부정보 유입차단을 위한 사상 진지전이라는 '두 개의 전선'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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