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연예인들은 왜 '학폭 의혹'을 뭉개기만 하나

김지원 / 기사승인 : 2021-02-28 0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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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미투 쓰나미'가 스포츠·연예계를 휩쓸고 있다. 배구선수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를 시작으로 꼬리를 물고 몰아치는 중이다. 의혹의 내용은 운동선수나 연예인이나 다를 것 없다. 무슨 '학폭 공식'이라도 되는양 약자를 위협하고, 돈을 갈취하고, 폭행하는 범죄 행태는 똑같다.

그런데 진행 양상은 사뭇 다르다. 스포츠계는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쌍둥이 자매는 나름의 반성문을 올리고 숙소를 떠났다. 남자배구 심경섭·송명근도 남은 경기 출전을 포기했다. 박상하는 폭력을 저지른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연예계는 다르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진실 공방만이 진행 중이다. 해당 연예인은 오리발을 내밀고 소속 기획사는 자판기처럼 '허위사실, 강경 대응' 입장문을 낸다. "사실관계를 파악한 결과 내용이 허위임을 확인했다"라는 문구가 빠지지 않는다. 사실 관계를 파악했단다. 피해자에게 물어보기라도 했단 말인가.

새삼스러울 건 없다. 연예인 학폭 미투는 늘 그랬다. 피해자 고발은 대개 꾸며낸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구체적, 입체적이다. 그러나 오리발과 모르쇠에 뭉개지고 덮였다. 결국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잠깐 시끄러울 뿐 적당히 뭉개고 나면 해당 연예인은 제자리로 돌아가 버젓이 활동하며 인기를 누렸다.

연예계는 왜 그런건지 짐작은 간다. 인기가 많을수록 그래서 기획사에겐 막대한 수익을 만들어내는 '캐시카우'일수록 방어기제는 공고하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소속 연예인을 보호하려는 기획사와 팬층의 시스템이 있다"고 했다. 과거 전력에 발목잡혀 빨던 꿀단지를 깨버리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나.

그러나 언제까지 그렇게 갈 수 있을까. 연예계라고 인기를 방패삼아 진실을 외면하는 행태가 영원할 수는 없다. 피해자는 평생 학폭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데, 나아가 가해자의 오리발에 상처가 덧나는 2차 피해를 당하는데 가해자는 위선의 탈을 쓰고 승리자의 자리를 지킨다는 건 참기 힘든 불의다.

"옛날일 갖고 이제 와서 뭘 어쩌라고." 오리발 내미는 그들은 속으로 항변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오래전 지나간 일이라고 없던 일이 되나. 학폭의 기억과 상처는 피해자의 삶에 그대로다.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학폭도 범죄이며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일'이다.

결자해지가 답이다. 사과하고 책임져라. 오리발은 '릴레이 미투'만 부를 것이다. 시대가 달라졌다.

▲ 김지원 기자

U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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