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도 충격 먹었나…이준석 '투명인간' 취급

김당 / 기사승인 : 2021-06-24 17:3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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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톺아보기] 20. 국민의힘 6∙11 전대 결과 외면하는 속내
북한 매체들, 당대표 선출 소식과 '이준석 현상' 일절 보도 안해
황교안∙홍준표 대표 시절 비판일색과 대조…김정은과 비교 우려?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들이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와 전대에서 사상 첫 30대 당대표로 선출된 '이준석 현상'에 대해 일절 보도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전원회의 셋째날(6.17)에 참석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여 있어야 하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되여 있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국민의힘은 이번 전대 기간 광주에서 5∙18 정신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대구에서 박근혜 탄핵의 정당성을 역설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을 당대표로 선출함으로써 '세대교체'는 물론, '탄핵의 강'을 건너는 '이념교체'까지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산업재해 사망 사건부터 성범죄 사건까지 시시콜콜 남녘 소식을 전하는 북한 선전매체들의 보도행태에 비추어 원외 인사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당대표로 선출되었다는 사실조차도 보도하지 않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UPI뉴스가 국민의힘 전대가 열린 11일부터 24일 현재까지 14일 동안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기관지 '우리민족끼리'(우민끼) △민간단체 아리랑협회의 기관지 '메아리' △무소속 민간방송 '통일의 메아리'에 실린 남녘 소식 기사를 검색해본 결과, 이준석 당대표 선출 소식을 전한 기사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 24일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에서 '리준석'으로 검색한 기사의 제목 [메아리 화면 캡처]


특히 이 매체들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전까지 △'국민의힘'의 중진의원들 리준석을 비난하기에 급급(5.27) △리준석의 '돌풍'에 속내가 복잡해지고 있는 국민의 당(5.28) △ 국민의힘 당대표후보자들 첫 TV토론에서 충돌(6.5) △국민의힘 당대표후보들 계파논쟁 지속(6.8) △눈꼴사나운 뼈다귀 쟁탈전(6.9) 등으로 지속적으로 보도해온 점에 비추어 이는 북한 당국의 '보도통제'의 결과로 추정된다.

 

전대 이후에도 △진흙탕 싸움(6.13) △부산경남주권련대 토착왜구당인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6.18) △욕심 많은 두 집안의 합가 타령(6.20) 등 국민의힘 관련 보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도에서 경선 결과를 전하는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번 당대표 경선이 '진흙탕 싸움'이었으니 대선경선도 진흙탕 싸움이 될 거라는 상투적인 전망과 국민의힘과 국민의 당의 합당 논의, 국민의힘 해체 요구 소식을 전할 뿐이다.

 

특히 대표적인 대남 선전매체인 '우민끼'의 경우, 전당대회 전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은 '시사만화' 코너의 단골 소재였다.

 

▲ 북한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의 시사만평 [우리민족끼리 캡처]


이를 테면 '오물통의 쉬파리들'(6.1)에서는 국민의힘을 썩은 생선에 빗대어 '세대교체론'을 내건 이준석과 이준석을 햇내기라고 공격하는 중진들을 생선 대가리(대표)를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쉬파리로 묘사해 희화화했다.

 

또한 앞서의 폐차쟁탈전(5.18)에서는 국민의힘을 폐차에 빗대어 전당대회를 초선의원들의 '초선 당대표론'과 중진의원들의 '유능한 대표론'의 대결구도로 묘사하고, 그 옆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홍준표 전 대표가 훈수를 두는 모습으로 희화화했다.

 

하지만 전당대회가 '세대교체론' 깃발을 든 이준석의 승리로 끝난 이후에는 정작 국민의힘 관련 시사만평이 하나도 실리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보도 행태는 특히 황교안∙홍준표 전 대표 시절에 북한 선전매체들이 당대표를 직접 비판한 것과 대비된다.

 

예를 들어 '우민끼'에서 '홍준표'로 기사 제목 검색을 하면 6건이 검색되는데 비판 일색이다. 우민끼는 '홍준표의 추악한 자화상'에서 홍준표 의원이 당대표가 되자마자 "홍고집이냐 홍카멜레온이냐"라면서 이렇게 인신공격성 논평을 했다.

 

"홍준표는 코흘리개 적부터 텅빈 머리와 고약한 속통이 그대로 내비쳐서인지 외형조차 서리 맞은 무당벌레 같아 언제 한번 남들 앞에 떳떳이 나서보지 못하고 소학교 시절 그리도 탐내던 줄반장 한번 못하였다고 한다. 그런 홍준표가 다 망해가는 자유한국당의 대표가 되어 만인의 지탄을 받는 이유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우민끼에서 '황교안'으로 기사 제목을 검색하면 8건이 검색되는데 △댓글로 보는 황교안의 정체 △황교안호를 들부수는 불우박 △희비극의 달인 황교안 △국민의힘 안에서 황교안을 둘러싼 의견대립 표출 등 역시 비판 일색이다. 심지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아직 정치선언을 하지 않았음에도 23건의 기사 제목이 검색되는데 역시 비판 일색이다.

 

▲ 24일 북한의 방송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에서 리준석으로 검색한 결과 [통일의 메아리 화면 캡처]


그런데 우민끼에서 '리준석'으로 기사 제목을 검색하면 '국민의힘의 리준석 젊은 세대들을 조롱한 주호영을 비판'(5.14) 기사 한 건뿐인데, 내용을 보면 남측의 '머니투데이' 기사를 인용한 중립적 스트레이트 보도이다.

 

당대표로 선출된 지 2주일이 지났지만 그에 대한 세평이나 가치 판단을 담은 남측 기사를 인용한 것조차도 단 한 건을 찾아볼 수가 없다. 북한 매체들이 이준석 당대표에 대해서는 일절 보도를 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그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셈이다.

 

북한 매체들이 국민의힘 경선 기간에 남측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발생한 성추행 범죄 소식과 광주에서 건물 붕괴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소식은 자세히 보도하면서 정작 당대표 선출 결과와 '이준석 현상'을 일절 보도하지 않는 것은 북한도 충격을 받았음을 추정케 하는 대목이다. 30대 대표가 이끄는 보수 정당은 김정은 정권으로서도 매우 낯선 경험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의힘 전신(자유한국당)의 당대표들과 달리 이준석 대표에 대해서는 선출 사실조차도 보도하지 않는 것은 북한 매체들이 아직 그에 대한 보도의 스탠스(입각점)를 정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보도의 스탠스를 정하지 못한 것은 그와 생물학적으로 나이가 비슷한 김정은과 비교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정은 총비서 [UPI뉴스 자료사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한 살 차이다.

 

김정은은 1984년 1월 8일 김정일과 그의 세번째 부인 고용희 사이에서 태어났다. 출생지는 중국과 접경한 평안북도 창성초대소와 강원도 원산의 김정일 별장(602 초대소), 두 곳 중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김일성은 재일교포 무용수인 고용희한테서 낳은 아이들을 첩의 자식들이라며 만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이 '김일성 닮은꼴' 흉내를 내면서도 김일성과 찍은 사진 한 장 보이지 않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고용희는 1953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1962년 가족과 함께 귀국선(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건너간 재일교포 출신이다. 북한에서 재일교포는 '째포'라고 부른다. '절반은 왜놈이며 자본주의 맛을 본' 째포들은 대부분 '동요계층'으로 분류돼 공직 선출이나 대학 진학 등에서 계급(신분) 차별을 받는다.

 

북한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은 각각 태양절과 광명성절로 부르며 '민족 최대의 명절'로 경축된다. 반면에 김정은이 올해로 집권 10년째를 맞이했지만 생일(1월8일)을 공개적으로 경축하지 못하고 있다. 어머니 고용희의 '째포' 신분이 드러나 '백두혈통' 신화가 깨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하버드 엄친아'로 유명했던 이준석 대표는 1985년 3월 31일 서울시 노원구 토박이다. 2003년 서울과학고를 2년 만에 조기 졸업하고 그 해 3월 카이스트에 입학한 뒤에 한 달 만에 다시 미국 하버드대에 합격해 경제학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했다.

 

대학생 시절부터 과외 봉사를 해온 이 대표는 2007년 5월, 하버드대 졸업을 한 달 앞두고 모교인 서울과학고 동문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우리가 받은 만큼 돌려주자"며 중학생 아이들에게 수학·과학을 가르쳐주는 자원봉사 모임을 제안한 것이다.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양질의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과외봉사 모임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배나사)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 대표는 현재도 '배나사'의 대표교사이다. 이 대표는 과외 수업에 쓸 수학 교재를 자체적으로 만들기 시작해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클라세 스튜디오'라는 벤처 기업도 운영했다. 서울과학고 동문뿐 아니라 타교 출신도 가세해 우리나라 교육봉사단체 중 가장 규모가 크고 활성화된 단체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2011년 12월, 당시 박근혜 의원에게 발탁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정치에 입문해 교육, IT 분야 정책 개발에 참여했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당세가 강한 부모의 고향(대구경북) 대신 서울 노원에서 3번 출마해 3번 낙선했으나 6∙11 전당대회에서 첫 30대 당대표가 되었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두 사람의 타임라인에서 보듯, 공교롭게도 정계 입문 시기도 엇비슷하다. 김정은은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사망(2011.12.17)으로 권좌에 앉았고, 20대 벤처 사업가 이준석이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픽업된 것은 같은 해 12월 27일이다.

 

두 사람은 이후 10년 동안 각각 후견인 그룹의 지원을 받거나 혈혈단신으로 '자수성가' 방식으로 '자기 정치'를 해온 셈이다. 김정은은 고모부 장성택과 군부 등 후견인 그룹을 숙청하면서 권력 기반을 탄탄히 했고, 이준석은 세 번의 낙선 끝에 세대∙이념교체의 바람으로 당권을 거머쥐었다.

 

이준석 대표는 천안함 사건 등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취임 이후 북한과 김정은 총비서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도 앞으로는 사안에 따라 한미 동맹과 남북 관계 등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다. 이 대표에 대한 김정은의 입장도 그때 가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관영매체(노동신문∙조선중앙통신)보다 '급'이 떨어지는 선전매체들의 대남 보도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이준석 대표를 향한 포문(砲門)의 수위도 그때 가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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