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은 확산, 진실은 깜깜…쟁점으로 본 '윤석열 檢고발사주'

김명일 / 기사승인 : 2021-09-15 18:5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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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장 최초 작성자 누구?
윤석열 총장 정말 몰랐을까
김웅 외 또 다른 키맨 정점식
박지원 원장, 알았나 몰랐나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이 어지럽게 전개 중이다. 의혹이 꼬리를 물면서 쟁점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양상이다. 박지원 국정원장 개입 의혹까지 불거진 터다.

박 원장 개입설이 이 사건의 본질은 아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검찰이 야당을 통해 여권 정치인과 언론인 고발을 사주했느냐가 사건의 본질이다. 사실이라면 검찰의 선거(총선)개입, 검찰권 남용, 공권력 사유화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의와 공정을 부르짖던 대권주자 윤석열에겐 치명상이 될 수 있다.

박 원장 개입설은 <뉴스버스> 보도와 관련한 의혹으로, 사건 본질과는 관계없지만 파장이 만만찮은, 또 다른 쟁점이다. 사실이라면 국정원장이 직접 선거(대선)에 개입한 꼴이어서 여권으로선 대선판을 흔들 악재다.

이렇게 의혹이 이리저리 번지며 파장이 커지고 있으나 진실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금까지 전개된 의혹에서 밝혀진 사실은 뭐고, 남겨진 의문은 무엇인가.

▲ 공수처 박시영 검사와 수사팀이 10일 국회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 압수수색을 중단한 뒤 철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고발장 최초 작성자는 누구인가

총선을 앞둔 작년 4월 손준성(47)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은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송파갑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고발장 이미지 파일을 텔레그램 메신저로 전송했다는게 '고발 사주' 의혹의 출발점이다. 고발 대상은 최강욱, 황희석 등 여권 인사들과 언론인들이다. 

손 정책관에게 파일을 넘겨받은 김웅 후보는 이를 조성은(33) 당시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현 올마이티미디어 대표)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조 씨에 따르면 김웅 후보는 문제의 고발장 두 건을 포함해 조 씨에게 100장이 넘는 이미지 파일을 전송했다. 조 씨는 이를 보관하다 4·15총선이 끝난 뒤 정당 활동을 중단했다. 조 씨는 "여당 정치인은 그렇다치고 선거 기간에 언론인들까지 고발하는 건 적절지 않다고 판단했다"(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고 밝혔다. 

그러나 손 당시 정책관이 보낸게 사실인지, 고발장은 누가 쓴 것인지 출발점의 의혹부터 아직 명백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따르면 조 씨가 받은 텔레그램 해당 이미지 파일의 발신자 표시 '손준성 보냄'의 손준성이 손 검사인 것은 확인됐다. 손 검사 계정이 맞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손 검사는 여전히 강력 부인하고 있다. 입장문을 통해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김웅 후보에게 전달한 사실이 결코 없다"고 밝혔다. 14일 의견문을 통해 "공수처가 국정원장 개입 의혹 등을 공정하게 수사해 저의 결백을 밝혀줄 것으로 믿는다"고도 했다. 

키맨, 김웅 의원은 오락가락 '선택적 기억'으로 의혹만 키웠다. 손 검사가 보낸 것인지에 대해선 "기억이 나질 않는다"면서도 "맞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진실을 향한 진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검은 고발장 초안 작성 검사를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서울신문에 따르면 대검 감찰부는 제보자 조성은 씨가 제출한 휴대전화와 첨부자료 분석 등을 진행해 고발장 초안 작성에 관여한 검사를 특정하고, 해당 검사를 상대로 손 전 정책관과의 관계 파악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검찰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진상조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 중"이라고 대검 관계자가 말했다는 것이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0일 오후 서울 금천구 즐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국민 시그널 면접'에 참가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날 공수처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 전 총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다. [뉴시스]


윤석열은 정말 몰랐나

윤 전 총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고발장은 신빙성 없는 괴문서이고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고발장이 검찰발일 가능성은 커져가고 있다. 고발장이 검찰에서 만들어졌고, 이게 김웅 후보에게 전달된게 사실이라면 윤 전 총장은 이를 몰랐다고 해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검에서 그런 일이 진행됐다면 모를 수 없었을 것이란 합리적 의심도 팽배하다. 고발장에 윤 전 총장의 부인, 장모가 거론되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느냐'는 얘기다. 

현근택 변호사(전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는 "부인 김건희 씨가 피해자로 되어있는 고발장이다. 그런 것을 보고도 없이 손 검사가 단독으로 야당에 보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반면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 손 검사가 보낸 건 맞다고 본다"면서도 "정치적 성향이 강한 인물로, 단독일탈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가 알아서 고발할 일을, 윤석열이 무슨 이득이 있어 손준성을 시켜 사주하겠냐"는 거다. 두 사람은 지난 1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렇게 설전을 벌였다.

손준성 전 정책관과 윤석열 전 총장의 관계도 알쏭달쏭하다. 윤 전 총장은 최근 법조계 인사에게 "손준성은 내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법조계 인사는 UPI뉴스에 "윤 총장이 손 정책관은 자기사람이 아니라고 했을 뿐만 아니라 '실은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에서 꽂았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런 손 정책관에게 윤 총장이 고발을 사주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의 관계는 단선적이지 않다. 여러모로 미묘하다. 손 검사의 집안 사정으로 보면 '악연'이 깔려 있다. 손 검사의 장인은 친박근혜 핵심으로 꼽히던 김광림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다. '친박'은 윤 총장의 특검에 의해 해체 수순을 밟았고,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으로 3선의 정책통 김광림 의원도 20대를 끝으로 국회에서 밀려났다. 이후 경북지사에 도전했지만, '친박'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역시 고배를 마셨다. 윤석열 검사의 칼끝에 장인의 정치적 생명이 끝난 셈이다.

그렇다고 적대적인 것도 아니다. 추미애 법무장관 시절 '법관 사찰 의혹' 등으로 법무부 징계위가 윤 총장을 징계하려 할 때 손 정책관은 철저하게 윤석열 편을 들었다. 징계위 마지막까지 윤 총장에게 유리한 보고서와 진술을 쏟아냈다. 

추미애 전 장관도 지난 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검찰 인사 당시 "윤 총장이 손준성 유임을 요구하며 (간접적으로)'왜 수족을 자르냐'고 반발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보면 또 손 검사는 윤석열 측근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추 전 장관은 14일 새로운 증언으로 또 다시 손준성의 정체성을 흔들었다. "윤석열 뿐 아니라 민주당과 청와대에도 손준성을 비호한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날 MBC 100분 토론에서 추미애 대선경선 후보는 "왜 손준성을 유임했느냐"는 이낙연 후보의 질문에 "유임을 고집하는 로비가 있었다"고 답했다. "윤석열 로비에, 당에서도 엄호한 사람들이 있었고, 청와대에도 있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키맨' 정점식

야당에 전달된 고발장 일부는 실제 고발에 쓰인 것이 확실하다. 지난해 8월 미래통합당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을 고발했다. 8장짜리 고발장은 "허위사실 공표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이 있었다"며 "처벌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피고발인의 지위와 경력'이라는 문구,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사회자와 문답했다는 내용, 허위사실공표죄를 두고 인용한 2013년 판례, 고민정 의원 거론, 괄호 안의 일부 표현 등 문구 대부분이 고발사주 문건과 유사했다. 심지어 잘못된 표기가 동일한 점도 확인됐다.

문제의 파일을 기반으로 고발이 이루어졌다는 정황증거가 될 수 있다. 이에 김웅 의원은 "내가 고발장 초안을 잡았다"고 말했고, 윤석열 측은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검찰 출신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보좌관에게 받아 당 법률지원 변호사에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 의원의 실토는 고발장이 김웅 의원 말고도 다른 유통 경로가 있었음을 말해준다. 조성은 씨는 김웅 의원에게 파일을 받은 후 보관만 하고 있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손 정책관이 정점식 의원 측에도 전달했거나 또 다른 매개인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 2018년 1월12일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이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옆은 조성은 당 비대위원. [뉴시스]


박지원 국정원장 개입했나

박지원 개입설은 조성은 씨가 촉발한 이 사건의 또 다른 핫이슈다. 박 원장과 조 씨는 8월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8층 일식당 모모야먀에서 만났다. 언론에 공개된 조 씨의 텔레그램 캡처본은 박 원장 만남 전날과 이튿날인 10일과 12일 집중 캡처됐다. 조 씨가 <뉴스버스>에 처음 제보한 지 20일 만에 캡처가 이뤄진 것인데, 하필 시점이 박 원장과의 만남 전후다.

한술 더떠 조 씨는 12일 SBS에 출연해 "9월 2일이라는 날짜는 원장님이나 내가 원했던 거나, 내가 배려받아서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다"고 말해 불 붙은 '박지원 개입설'에 기름을 끼얹었다. 9월 2일은 <뉴스버스>가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을 처음 보도한 날이다. 

조 씨는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현정이 해당 발언에 대해 "말실수였느냐"고 질문하자 "국정원장은 내용 자체를 모르는데 무슨 보도 관련 이야기를 나누겠느냐"라며 "말실수도 아니다"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야권은 "보도시점을 상의한 것이 사실이면 국정원장 개입 사건"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4일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원장이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CBS,경향신문 등과 통화에서 "왜 잠자는 호랑이 꼬리를 밟느냐"고 말했다. 이어 "내가 국정원장 하면서 정치개입 안 한다고 입 다물고 있는 것이 본인한테 유리하다"며 "내가 나가서 불고 다니면 누가 유리하냐"고 역공세를 폈다. 

▲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국가정보원 앞에서 하태경(왼쪽에서 세 번째) 의원 등 국민의힘 정보위원들이 "박지원 국정원장 정치개입을 중단하라"며 시위하고 있다. [뉴시스]


여기에 "조 씨와 박 원장의 롯데호텔 만남에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측 인사가 참석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전선은 확대됐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판에 펼쳐진 윤석열 대 홍준표 전선이다.

윤석열 측은 13일 조성은 씨, 박지원 국정원장과 함께 '성명불상자 1명'을 "고발사주와 관련해 논의했다"며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나머지 1명을 특정 후보 캠프 소속 인사라는 의혹이 있다고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내 홍준표 캠프의 이필형 조직1본부장이 대상자로 지목됐다. 이 본부장은 국정원 출신이다. 이에 대해 이 본부장은 15일 뉴시스 인터뷰에서 "평생 박지원·조성은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본인의 8월 11일 카드사용 내역과 CCTV영상도 공개했다.

홍 후보 캠프의 여명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 "(3자로 지목된) 이필형 조직본부장이 언론을 통해 박 원장과 조 씨가 만난 당일 알리바이와 CCTV 등 당일 동선을 공개했다"며 "소문의 진원지는 윤석열 캠프인 것으로 다수 언론에 의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여 대변인은 "문제의 식사시간 당시 해당 캠프 관계자는 여의도에 있었다. 이 관계자는 조 씨는 물론 박 원장과 일면식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후보를 겨냥해 "검찰총장 시절 정치개입 의혹을 당 전체의 문제로 이전투구화시킨 것도 모자라 이제는 1차 경선 여론조사 중 경쟁 후보 캠프에 물타기 시도 거짓말공작이냐"며 "윤 후보는 즉각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홍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것을 용서할테니 윤 후보 캠프에서 허위 정치공작을 한 국회의원 두명과 네거티브 대응팀 검사출신 모 변호사를 퇴출하라.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형사처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엔 페이스북에 "헛된 꿈은 패가망신을 초래한다"며 "고발사주 사건에 우리 측 인사가 관여된 듯 거짓 소문을 퍼트리고 기자들에게 취재하라고 역공작하고… 참 잘못 배운 못된 정치 행태"라며 윤석열 후보에 직격탄을 날렸다. 

UPI뉴스 / 김명일 기자 terry@upinew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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