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경의 인더스토리] 배터리 소재社 투자한다지만…개운치 않은 SK㈜·SK머티리얼즈 합병

박일경 / 기사승인 : 2021-09-15 14: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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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後 배당여력 500억 원…8500억 투자금 조달 의문
배당확대 정책 이면…최태원 회장 등 오너배당도 급증
총수일가 年 배당금 1425억…지분가치 5.2조 넘을 듯
"한 해 매출이 1조 원 채 안 되는데, 8500억 원을 들여 2차 전지 소재회사를 새로 만든다고요?"

SK머티리얼즈가 이달 초 경북 상주시를 8500억 원 규모의 차세대 '실리콘 음극재' 사업 투자지로 확정하자 업계에선 이런 반응을 보였다. 투자자금 조달 능력에 의문이 든다는 것. SK머티리얼즈의 작년 연간 매출액은 9550억 원이다.

실리콘 음극재는 전기 자동차에 주로 사용되는 '흑연 음극재' 보다 주행거리가 향상되고 충전시간이 단축돼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로부터 주목받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혁신기술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란 든든한 캡티브 마켓(계열사 간 내부시장)도 두게 된다.

▲ SK머티리얼즈 경북 영주시 본사 전경. [SK머티리얼즈 제공]

15일 SK 내부사정에 정통한 소식통 등을 종합하면 SK머티리얼즈의 최대 주주이자 SK그룹 지주회사인 SK㈜가 실탄 확보에 나선다. 이미 SK㈜와 SK머티리얼즈는 지난달 20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합병 추진 안건을 의결한 상태다.

SK㈜가 SK머티리얼즈를 흡수 합병함으로써 SK머티리얼즈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SK㈜가 배당금을 직접 받는 형태로 지배구조를 개편, 배당 여력을 늘려 투자금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기존에 SK머티리얼즈 자회사로 있던 SKMR 에어플러스·SK 트리켐·SK 쇼와덴코·SKMR 리뉴텍·SKMR 퍼포먼스·SKMR 제이엔씨 등 6개사가 SK㈜ 소속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배당 여력이 2~3배 확대될 전망이다.

SK머티리얼즈 지분 49.1%를 보유한 SK㈜가 일 년에 받는 배당금은 200억 원 수준이다. 연(年) 500억 원 가량으로 늘어난 배당금을 갖고 8500억 원을 조성한다니 앞뒤가 안 맞는다.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대형 인수·합병(M&A) 건은 총수가 결정한다"고 귀띔했다.

실제 SK㈜와 SK머티리얼즈 합병은 발표가 있기까지 SK㈜ M&A 파트 실무자와 SK머티리얼즈 대표이사만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SK머티리얼즈 임원들조차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이용욱 SK머티리얼즈 사장은 SK㈜ 투자2센터장을 지낸 직후 부임한 인사여서 사실상 SK㈜ 단독으로 진행한 딜이다.

▲ SK㈜-SK머티리얼즈 합병 추진 '투자자 프리젠테이션(Investor Presentation August 2021)'. [SK머티리얼즈 제공]

최태원, 대규모 현금 왜 필요할까…노소영과 이혼 대비?

주목할 부분은 2025년까지 전 세계 1위 반도체·배터리 종합소재기업 도약을 목표로 기업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표면적 이유의 이면이다. 배당 여지를 확장하게 되면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 배당금 역시 같이 늘어나게 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30일 기준 SK㈜ 최대 주주는 최 회장으로 지분율은 18.44%에 달한다. 최 회장의 여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6.85%, 남동생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1.52% 등을 합산하면 특수관계인 지분율 합계는 28.52%다.

SK머티리얼즈가 작성한 '투자자 프리젠테이션(Investor Presentation August 2021)'을 보면 SK㈜와 SK머티리얼즈 합병 후 최대주주 등 지분율은 26.3%로 변화가 미미하다. SK㈜는 합병 전 주당 4000원에 머물던 SK머티리얼즈 배당 규모를 합병 후에는 합병회사 SK주식회사 주당 1만1045원으로 2.8배나 증가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최 회장 등 총수가(家) 한해 배당금은 약 1425억 원으로 추산된다. SK주식회사가 자회사로부터 지급받을 것으로 예측되는 배당 총액의 3배에 육박한다. 게다가 합병회사 예상 시가총액은 19조8000억 원으로 지분가치는 5조2000억 원이 넘는다.

▲ SK㈜-SK머티리얼즈 합병 추진 '투자자 프리젠테이션(Investor Presentation August 2021)'. [SK머티리얼즈 제공]

갑자기 이 많은 현금을 어디에 쓰려는 걸까. 법조계를 중심으로 최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을 본격 대비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 연말이면 노 관장이 '최 회장 소유 SK㈜ 지분 가운데 42.29%를 재산분할 해달라'고 청구한지 만 2년을 채운다.

가정법원이 노 관장 측 손을 들어주면 최 회장은 지분율이 10.71%로 내려가는 반면 0.01%에 불과했던 노 관장은 7.73%를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선다. 국민연금이 8% 안팎으로 최 회장의 두 친동생을 합한 지분율과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에 따라 부부 사이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지분을 나누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분 분할에 관한 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판결문을 근거로 강제집행이 가능해지므로 확정 판결 전에 부인 노 관장 측과 재산분할 대상 지분을 기준 주가를 토대로 환산해 가액 배상하는 조정안을 합의하려고 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 SK㈜ 종가 27만6000원을 고려하면 노 관장이 요구하는 지분 분할 대신 시가 보상할 경우 1조 원대 현찰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최 회장이 노 관장과의 이혼에 들어갈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SK㈜와 SK머티리얼즈 합병을 결정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설령 배당금으로 이혼 자금을 확보하고자 했다면 SK텔레콤이나 SK이노베이션, SK E&S 등 배당 여력이 더 큰 계열사를 활용할 수 있고 아예 합병이 아닌 배당성향을 높이는 다른 방법들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SK 제공]

"미래 먹거리 투자+지배구조 단순화"…삼성家 닮은꼴

겉으론 SK머티리얼즈는 지난달 23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주된 합병 배경으로 "지배구조 단순화"를 꼽았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다. '진짜 이유'를 가렸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2015년 5월 26일 이사회를 각각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양사는 4개월이 안 된 같은 해 9월 1일자로 합병법인 통합 삼성물산 출범까지 신속히 완료했다.

당시 삼성은 통합 명분으로 그룹의 미래 신(新)성장 동력인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를 내걸었다. 삼성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에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된다고 설명했다.

실질적으로는 삼성물산이 지주사로 거듭나는 과정이었고, 이는 궁극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지배력을 강화했다.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주식 3주를 바꾸기로 한 합병비율이 논란거리가 됐다. 시장엔 "합병비율이 제일모직에 최대한 유리하도록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눌러온 것 아니냐"는 의심이 팽배했다.

의혹은 이 부회장 보유 지분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이 부회장은 당시 제일모직 지분 23.24%를 갖고 있던 데 반해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다. 보유주식 가치는 최대화하고, 들고 있지 않은 주식 가치는 최소화하는 것. 최소비용의 합병 방법은 자명한 것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0.57%에 불과한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은 대폭 강화되는 터였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를 보유하고 있었다. 또 제일모직은 단순화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게 된다. 두 계열사 합병의 핵심은 결국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였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그랬듯 SK㈜와 SK머티리얼즈의 합병 또한 진짜 이유는 가려져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했던 엘리엇 측 소송 대리에 참여한 한 변호사는 "1대 0.35로 터무니없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달리 합병비율을 맞추기는 했으나, 최 회장이 최대 주주인 SK㈜에 60% 정도 지분 교환비율이 가산돼 있어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SK㈜와 SK머티리얼즈 간 합병비율은 1대 1.58이다.

기업법무 전문 로펌 변호사는 "M&A의 경우 보안 유지가 생명이라지만 다른 회사를 사들이는 거래도 아니고 자기네 회사끼리 합치는 일을 임원들 모르게 비밀리에 할 연유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다음달 29일 SK머티리얼즈 주주총회와 SK㈜ 이사회 승인을 거쳐 합병 절차는 12월 1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가족법상 이슈가 걸려있어 상속세 12조 원을 납부할 방안으로 삼성전자 주주배당 정책을 강화한 측면이나 양사 합병을 전격 공개한지(2021년 8월 20일) 넉 달이 채 안 되는 시점에서 빠른 속도로 합병을 매듭짓는 모습까지 '삼성'가(家)를 닮았다.

UPI뉴스 / 박일경 기자 ek.par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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