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상공개 오락가락…여론은 "속 시원히 머그샷"

김명일 / 기사승인 : 2021-09-16 17: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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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 사진·호송과정서 공개·경찰 촬영 등 제각각
관련법조항 모호·공개 때마다 위원회 '혼란 부채질'
전문가들 "기준 정비하고 '사회 계도' 원칙 충실해야"

피의자 신상공개가 제대로 된 기준 없이 들쭉날쭉하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56)의 신상 공개가 논쟁에 불씨를 댕겼다.

▲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이 검찰에 송치된 지난 7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나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이 공개한 것은 실명, 나이, 주민등록증 사진. 그런데 중앙일보가 공개한 '출소 뒤 촬영 사진'은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공개된 사진이 워낙 오래 전 찍혔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경찰이 공개한 사진으로는 거리에서 강윤성을 마주치면 못 알아볼 것"이라며 "이런 식이면 신상 공개의 취지도 효과도 떨어진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신상공개를 하지 않은 데 불만이 터져나왔다. 장인 앞에서 장검으로 아내를 찔러 살해한 남성 A(49) 씨에 대한 것이다. 공개를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은 16일 현재 3만여 명이 서명했다. 범행의 잔혹성과 국민의 알 권리 요구가 컸지만, 지난 5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경찰이 10일 송치하면서 끝내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공개 때마다 위원회 소집…일관된 기준 어려워

피의자 신상공개는 2010년 법률 개정을 통해 실시됐다. 당시 신설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8조 2항에 근거를 뒀다.

조항에는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거나 △죄를 범했다고 믿을 수 있는 충분한 증거 등 요건을 갖췄을 때라고 적시했다.

기준요건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한 충분한 증거가 있는 경우 △국민 알 권리 보장, 피의자 재범방지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할 경우 △피의자가 만19세 미만 청소년이 아닌 경우다.

공개 여부는 경찰이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소집해 결정한다. 위원은 총 7명이고 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를 4명 이상 포함해야 한다. 하지만 기준이 모호한 면이 있고, 여론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일관성이 없다"는 논란이 이어져왔다.

경찰 촬영·신분증 사진·호송 과정 공개 등 '제각각'

실제 신상공개 예를 보면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진다. 성명·성별·연령은 숨김없이 발표하지만 얼굴의 경우 현장공개, 경찰 촬영 사진 공개, 신분증 사진 공개 등 제각각이다.

김수철(2010)은 경찰서 내에서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김길태(2010)는 이송 과정과 현장 검증에서 모자와 마스크 등 얼굴을 가릴 수 있는 물품을 지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언론을 통해 공개되도록 했다. 오원춘(2012), 김성수(2018), 이영학(2019)도 마찬가지다.

김수철은 8세 여학생을 성폭행했고 피해 아동은 6차례 대수술을 받았다. 김길태는 여중생을 납치해 성폭행 후 살해한 뒤 물탱크에 시신을 유기했다. 오원춘도 여성을 살해 후 시신을 훼손했다.

▲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이 2019년 9월 2일 열린 2차 공판 참석을 위해 제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고 씨는 신상공개가 결정됐지만, 앞머리를 내린 일명 '커튼머리'로 얼굴 노출을 피했다. [뉴시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후 유기한 혐의를 받은 고유정(2019)도 호송 과정을 공개하는 방식을 썼다. 고 씨는 긴 머리로 얼굴을 가리는 일명 '커튼머리'로 얼굴 노출을 피했다. 수사공보규칙 제 16조에 명시된 '얼굴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되며'라는 규정 탓에 경찰도 손쓸 방도가 없었다. 결국 한 언론사 기자가 경찰서 내 동선에 카메라를 숨겨놓고 촬영해 공개했다.

여성 두 명을 살해한 최신종(2020)은 강윤성과 유사하게 운전면허증 사진만을 공개했다. 

조주빈(2020)은 언론이 먼저 공개한 후 경찰이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조주빈은 'N번방'이라는 사이버 성범죄를 저질러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불법 촬영 동영상을 판매·유포해 수익을 챙겼다.

유영철(2004)과 강호순(2009)의 얼굴은 각각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 중앙일보 1면을 통해 공개됐다. 두 건 모두 신상공개에 관한 법률이 신설되기 전으로, 비공개가 원칙이었던 때다. 유영철은 노인과 여성 등 20명을 살해했고, 강호순은 여성 10명을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도 고심…2년 전 '머그샷' 도입 추진

신상공개 기준과 효과에 대한 경찰의 고심도 크다. 법적 기준은 충분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서 위원회를 소집해 결정해야 하므로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사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비공개로 결정된 때에는 여론의 비판도 감내해야 한다.

경찰은 2016년 지침을 개정해 위원회를 경찰서가 아닌 지방경찰청이 소집하도록 했다. 또 △잔인성 △피해정도 △증거확보 △국민의 알권리 부합 여부를 명확히 따지도록 추가 지침을 마련했다.

2019년에는 미국에서 실시하는 '머그샷' 도입도 추진했다. 머그샷은 체포된 피의자에게 성명과 사건번호 등이 적힌 판을 들게 하고, 키를 알 수 있는 눈금을 배경으로 찍는 사진이다.

당시 경찰은 특정강력범죄법 중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피의자 얼굴을 사진 촬영해 공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석해도 될지 법무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머그샷이 실제 도입되지는 않았다.

미국과 유럽 등은 범죄자 신상 공개에 적극적이다. 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한 피의자 사진을 담당 경찰서 홈페이지에 공개하거나, 기자들이 이송과 재판 장면 등을 촬영해 언론에 배포하는 데에도 거의 제재를 하지 않는다.

▲ 22개월된 아들을 더운 여름날 승합차 안에 7시간 방치해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저스틴 로스 해리스가 2016년 12월 6일 미국 조지아주 메리에타 카운티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그의 신상은 즉시 공개됐다. [AP 뉴시스]


2017년 괌에서 현직 판사와 대형로펌 변호사 부부가 체포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아이를 주차장에 주차된 차에 놔두고 마트에 갔던 것이 원인이었다. 괌 경찰은 머그샷을 공개했고, 괌 언론은 그대로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은 경찰의 결정 없는 신상 공개가 명예훼손에 해당되는 탓에 국내 언론은 모자이크한 사진과 비실명으로 보도했다.

영국은 아동성범죄자 등 흉악범은 검거 과정 때부터 이름, 주소, 얼굴을 모두 공개한다. 지난 3월에는 여성 샤워실을 불법 촬영한 맨체스터대학 재학 한국인 유학생의 신상을 공개했다. 프랑스, 독일, 일본도 흉악범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대 목소리도…"사회적 계도 효과 우선해야"

피의자 신상공개를 모두가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피의자'는 형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무죄추정' 등 법리적 원칙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범죄자라도 인권은 지켜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보다 합리적이고 세밀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늘어나는 이유다. 공개 대상에 해당하는 범죄 유형과 피해 범위 등을 모호하게 한 탓이라는 말도 나온다.

인권을 보장하고 무죄추정원칙을 지키기 위해 '성범죄자 알림e'처럼 형기를 마친 후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정지훈 서원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신상공개를 법적 절차에 따라 하고 있지만 법리적 원칙에 위배되는 요소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피의사실공표는 줄여가는 추세인데 수사 중인 피의자를 공개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 지적했다. 이어 "일반인에게나 당사자에게나 범죄예방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연구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또 "피의자 신상공개는 체포를 위한 수배나, 여죄를 밝히는 등 수사 목적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망신주기보다는 수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신상공개 정책을 고민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UPI뉴스 / 김명일 기자 terr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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