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시에 한 발 물러선 고승범 "6%대 초과 용인"

안재성 / 기사승인 : 2021-10-14 16: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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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 보호'에 방점…"전세대출 규제 약할 듯"
결국 대통령의 '실수요자 보호' 의지에 금융당국이 꺾였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14일 "실수요자가 이용하는 전세대출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전세대출 확대로 인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올해의 목표치(6%대)를 초과하더라도 용인할 것"이라며 그간의 강경한 입장에서 한 발 후퇴했다.

▲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14일 금융발전심의회 청년분과 '금발심 퓨처스' 위원들과 청년금융 추진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금융위원회 제공]

고 위원장은 그간 "실수요자 대출도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관리돼야 한다"며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 6%대를 지키기 위해 전세대출 억제도 감수할 수 있음을 내비쳐왔다.

이런 강경한 입장이 누그러진 건 대통령의 지시 때문으로 여겨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에 이어 이날에도 "실수요자 대상 전세대출과 잔금대출이 은행 등에서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금융당국은 세심하게 관리하라"고 강조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아무래도 대통령이 거듭해서 실수요자 대출을 막지 말라고 지시하는데, 금융당국이 이를 무시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간 전세대출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끈 주 요인 중 하나로 꼽혀왔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지난 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441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말(670조1539억 원)과 비교해 4.97% 늘었다.

같은 기간 전세대출은 105조2127억 원에서 121조7112억 원으로 15.68%나 폭증했다. 가계대출 증가액(33조2877억 원) 중 전세대출(16조4985억 원)이 49.6%를 차지한 것이다.

전셋값 폭등, 낮은 금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제외 등 상대적으로 약한 규제 등이 얽혀서 전세대출을 대폭 확대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서는 전세대출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예상이 유력했었는데, 고 위원장이 한 발 물러섬에 따라 과격한 규제는 없을 전망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전세대출 판매 중단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은 물론, 보증비율 또는 대출 한도 축소도 안할 듯하다"고 내다봤다. 현재 80~100%인 보증비율이나 최대 5억 원인 대출 한도의 축소는 대출 억제에는 효과가 좋지만, 서민·취약계층이 타격을 입을 위험이 크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이미 은행들은 자율적으로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전세대출을 축소하거나 계약 갱신 시의 전세대출 한도를 보증금 증액분 내로 제한하고 있다"며 "이 정도의 규제를 명문화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대신 그 외 대출, 특히 2금융권 대출에 대한 DSR 규제가 강화될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현행 60%인 2금융권의 DSR 규제 수준을 은행처럼 40%로 강화하는 안이 유력하게 꼽힌다. 고 위원장은 내정자 신분일 때부터 2금융권의 느슨한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에 우려감을 표해왔다.

U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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