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부르는 대장동 부실수사…국민 '檢 불신' 확산

허범구 / 기사승인 : 2021-10-15 11: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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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 구속영장 기각, 檢 무능 의미…文대통령 탓도
증거인멸 우려 성남시청, 수사 20일만에 압색 들어가
김오수, 성남시 고문변호사…野 "金, 수사서 빠져라"
윤석열 "26년 검사생활에 처음…이재명 면죄부 수사"
경찰신청 유동규 휴대폰 압색영장 반려…"수사방해"
검찰이 스스로 '특검'을 소환하고 있다. 대장동 의혹 수사를 영 미덥지 않게 진행해서다. 친정권 수사 지휘부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국민적 불신을 받을 만한 정황은 차고 넘친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단적인 예다. 법원은 14일 밤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 씨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가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김만배 구속영장 기각 거센 후폭풍…"檢, 일부러 영장기각되도록 했다"는 관측도

법원의 기각 사유는 검찰이 사안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핵심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김 씨에 대해 750억 원의 뇌물 공여와 1100억 원 배임, 55억 원의 횡령 등 상당한 중형이 예상되는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수사 내용은 부실했다는게 법원 판단으로 보인다.

수사팀이 설익은 구속영장을 성급히 청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은 당초 김 씨에 대한 1차 소환 후 추가 보강조사를 예고했다. 그런데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공개 지시하자 3시간 30분 만에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김 씨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수사 확대는 차질을 빚게 된다. 그는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윗선' 수사의 키맨으로 꼽혔다.

일각에선 검찰이 일부러 영장을 기각되도록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수사팀이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 '면피성'으로 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 김태규 변호사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수사를 건성으로 한다고 국민이 인식하고 있는 상태에서 여론 무마용으로 적당히 영장을 청구한다"며 "법원은 굳이 영장을 발부하고 싶지도 않은데 마침 허접한 영장이 들어오면 그보다 반가울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특검을 해야 할 이유는 더욱 명확해졌다"며 "진실 규명을 위한 길은 오직 특검뿐"이라고 촉구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늑장·부실 수사로 일관하던 검찰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부랴부랴 구속이라도 시켜 면피하려다 망신을 자초했다"며 "검찰 신뢰는 바닥에 떨어진 마당"이라고 비판했다.

대선 경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페이스북에서 "26년 검사 생활에 이런 수사 방식은 처음 본다"고 성토했다. 이어 "검찰이 이대로 가면 명캠프 서초동 지부라는 말까지 듣게 생겼다"고 꼬집었다.

윤 전 총장은 "문 대통령의 지시 중 '철저'는 빼고 '신속'만 따르려다 이런 사고가 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체포된 피의자도 아닌데 쫓기듯이 영장을 청구한 건 신속하게 윗선에 면죄부를 주라는 하명에 따른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대선 경선후보인 홍준표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부실수사 탓도 있겠지만 그동안 수백억을 들여 쌓아놓은 법조카르텔이 더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모든 증거가 모여 있는 성남시청 압수 수색을 아직도 하지 않는 것은 이재명 후보를 배려하는 증거 은닉과 인멸 기회를 주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장동 수사 20일 만에 성남시청 압수수색…"김오수, 검찰총장 직전까지 성남시 고문변호사"

검찰은 이날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성난 여론의 압박에 밀려 대장동 수사에 착수한 지 20일에 '늑장' 압색을 실시한 것이다.

▲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1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청 도시균형발전과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성남시청에 검사들을 보내 도시주택국, 교육문화체육국, 문화도시사업단 등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부서에서 관련 자료 확보를 시도했다.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 사업의 인허가권을 가진 곳이다.

야당은 그간 "성남시가 국감자료도 극히 부실하게 제출하고 있고 증거 인멸의 우려도 있다"며 검찰 측에 즉각적인 압수수색을 줄기차게 요구한 바 있다.

검찰의 성남시청 압수수색이 늦었던 이유는 김오수 검찰총장과 무관치 않다는 게 야당 시각이다. 김 총장이 지난해부터 성남시 고문변호사로 활동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그는 검찰총장 임명 직전까지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가 나면서 김 총장이 부담을 느껴 성남시청 압색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총장은 법무차관에서 퇴임한 이후인 지난해 9월부터 검찰총장으로 취임하기 전인 올해 6월까지 법무법인 화현에서 고문변호사로 일했다. 지난해 12월 24일에는 성남시 공사대금 소송을 맡아 1308만 원의 수임료를 받았다. 성남시 측은 "지방변호사협회 추천을 받아 2년 계약했던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김오수 총장은 대장동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에서 손을 떼고 스스로 회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박범계 법무장관이 지금 즉각 김오수를 수사에서 배제하도록 지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 일간지 기사에는 봐주기 쇼를 벌인 김오수 검찰총장과 검찰총장의 측근이 성남시 고문 변호사였다고 한다"며 "이런 고문 변호를 했다는 사실이 검찰이 성남시청을 압수수색 하지 않고 검찰이 대충 뭉개온 것과 관련이 있다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경찰 신청 유동규 휴대폰 압색 영장, 檢이 반려…유동규 지인 상대 압색

검찰은 심지어 '수사 방해' 의혹도 받고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최근 새롭게 소재가 파악된 유 씨의 과거 휴대전화를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수원지검에 신청했다. 하지만 수원지검은 이를 반려했고 경찰은 격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내부에선 "이 정도면 사실상 수사방해"라는 반발이 거셌다고 한다.

이 휴대폰은 대장동 사업이 한창 추진되던 2014, 2015년 사용된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이 자택을 압수수색 당할 때 창문 밖으로 던졌다가 지난 8일 경찰이 확보한 것과 별개의 것이다. 옛 휴대폰은 사건의 실체 파악에 결정적 자료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핵심 증거인 셈이다.

검찰은 결국 이날 직접 유 전 본부장 옛 휴대폰을 확보하기 위해 지인을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은 유 전 본부장의 과거 휴대전화를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인 박모 씨의 주거지에 수사관들을 보내 자료 확보를 진행했다.

이정수 지검장 "'그분' 정치인 아냐", 선긋기 논란…박범계 장관 고교 후배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대장동 수사를 총괄하는 지휘부다. 그런데 수사 관련 설명이 혼선을 줘 도마에 오른다.

이 지검장은 전날 국회 법사위 국감에서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김 씨 발언을 인정하면서도 "정치인 그분을 얘기하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검찰 안팎에서는 "뇌물 혐의 수사를 유 씨까지로 한정하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미리 '수사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 지검장은 그러나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그분이) 정치인이 아니라고 단언이 가능한가"라고 다시 묻자 이 지검장은 "단언한다는 취지는 결코 아니다"라고 뉘앙스를 달리했다. 이 지검장은 박범계 장관 고교 후배다.

U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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