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종군기자가 쓴 난중일기

류순열 기자 / 기사승인 : 2019-08-14 15:3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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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달 들어 봄기운이 완연하다. 병사들의 가슴에는 아지랑이와 더불어 봄기운의 신명이 지핀다. 바로 밭을 갈고, 보리에 거름을 주고, 파종을 준비하는 농사꾼의 본능이 주체할 수 없이 솟아오른다. 하지만 병영에 매인 몸, 집안일은 모두 아내의 몫이다. 전란 통에 겨우 지켜낸 아이들을 건사하며 하루 종일 논과 밭을 오가며 먹지 못한 얼굴은 노랗게 떠 있을 것이다. 몸은 군영에 있지만 마음은 고향의 논밭과 가족으로 향한다."(병신년 2월 기사, ‘고향을 그리는 병사’중)


#2. "바다 속 왜병을 최후까지 찾아내 도살하는 전투의 막바지, 조선 수군의 광기어린 살기로 한낮의 여름바다가 서늘하게 식고 있다. 짚단과 불화살, 신기전이 왜선을 향해 날아가고, 편전과 화살이 숨 돌릴 틈 없이 바닷물을 가르고, 갈고리와 낫이 계속 바다를 찍어댄다. 낫에 찍힌 푸른 바다는 금세 시뻘건 피를 흘린다."(무술년 7월 기사, ‘절이도 해전’중)


난중일기가 르포 기사 형식으로 출간됐다. 신문기자 출신인 저자 조진태는 난중일기를 백 번 이상 읽었다고 했다. 일기엔 전란의 와중에서 통제사(이순신 장군)가 꾸준히 해온 일상적, 군사적 업무가 가감 없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통제사의 사고를 복원할 기록은 없었다. 임진년을 거치고 한산도의 외로운 시절을 감당하고 파직과 백의종군, 어머니와 자식을 잃고도 전란을 다시 떠맡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지, 알 수 없었다. 아, 이 것은 전란 후 본격적인 저술을 위한 메모장이었구나!


그래서 저자는 난중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관찰자로서 난중일기를, 당시 전란 상황을 르포 형식으로 다시 기록했다. 그래서 책 제목이 <난중일기-종군기자의 시각으로 쓴 이순신의 7년 전쟁>이다.

책은 임진년(1592년) 정월부터 시작해 월 단위로 7년의 주요 사건을 77회에 걸쳐 묶은 뒤,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무술년(1598년) 11월에 매듭짓는다. 사료에 기초한 사실을 토대로 저자의 직관과 상상이 가미된 해석학적 재구성을 통해 편년체(연대순으로 기록하는 방식)형식으로 전개된다.


저자는 전라좌수영의 종군기자로, 좌수영의 시각으로 전란을 바라본다. 모든 글은 종군기자의 관찰보고서인 르포 형식이다. 역사· 군사적 분석보다는 조선 수군의 해전과 수군·백성의 삶을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난중일기 원본에 대한 일상적인 이해가 쉽지 않았던 독자들은 보다 친숙하게 난중일기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특히 흔히 독자들이 잘 알고 있는 임진년 초기의 눈부신 승전보나 명량해전, 그리고 노량해전을 뛰어넘어 이순신 장군이 5년의 세월을 온 몸을 다해 고스란히 바친 한산도 시절의 고통과 번뇌를 이해하는 데도 적합하다"고 부연했다.


420여년이 흐른 지금 한국과 일본은 다시 '전쟁'중이다. 일본 아베 정권이 과거사를 빌미 삼아 '경제 보복'으로 도발했다. 저자는 이를 '기해왜란'(己亥倭亂)이라 칭하면서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7년이 얼마나 치열한 민족적 헌신이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 조진태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세계일보 사회부, 국제부, 경제부에서 법원, 검찰,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을 출입했다. 이후 국회의원 보좌관과 디지털 타임즈 기자로도 일했다.


U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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