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선의 프리즘] 찌라시의 포털 핫토픽 '둔갑'

홍종선 / 기사승인 : 2018-10-19 14: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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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에 정유미 얹고 조정석 붙이는 '겁 없는' 세상
메신저로 전파되는 무차별 ‘쪽글’의 폐해 심각

일명 찌라시, 정보지의 폐해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양상을 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형식면에서도, 내용면에서도 최소한의 '선'을 지키지 않는다.

예전에는 정보지라 하면 정보를 가지고 있거나 확보하기 쉬운 주체가 작성한, 정치부터 문화에 이르기까지 일목요연하게 작성된 보고서 형태를 일컬었고, 주간이나 월간 단위로 취합됐다. '뉴스'로 세상에 나가기엔 예민하거나 사적인 내용들, 아직 사실 확인을 해야 할 정도의 중요 사항이 아니거나 굳이 확인할 가치도 없는 가십거리가 담겼고, 사실인지 소문인지 악의적 루머인지가 구분돼 있었다. 확인을 거친 사실만 모은 게 아님에도 이미 알려진 뉴스의 배경을 짐작케 하거나 향후 사실 확인을 거쳐 뉴스가 될 수도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수요와 공급이 이루어졌다. 무엇보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일부 내용만 언급해도 화제를 모았고 입에서 입으로 퍼졌다.

최근에는 '(받은 글)'이라는 접두어를 달고 메신저로 삽시간에 퍼진다. 1대1 방만 있는 게 아니라 단체방도 있어서 전파 속도에 날개가 달린다. 4번의 다리만 건너면 세상 사람이 연결된다는데 '(받은 글)'이 온 나라에 퍼지는 건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다.

정보지라 부를 수도 없는 '정보 쪽글'이 이토록 무서운 전파력을 가진 만큼 내용도 믿을 만해야 하는데 과연 그러할까. 시간과 노력을 들여 취합할 필요도 없고 형식을 갖출 필요도 없이 그저 몇 줄 적기만 하면 찌라시 대접을 받기에, 내용이 자극적일수록 인기리에 전파되고 사실인양 믿어지기에, 과거처럼 정보를 가지고 있거나 취합이 용이한 위치에 있는 주체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쪽글을 생산할 수 있다. 수요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서로 퀄리티를 다투어야 하는 경쟁관계의 생산자도 없고 얼마든지 쫙쫙 뻗어나가는 판로가 확보돼 있으니 굳이 양질의 정보를 생산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세태를 고려해도, 이번 나영석-정유미-조정석-거미 관련 쪽글은 전에 없이 가볍고 일천했다. 보통은 쪽글이나마 마치 정보지에서 일부 떼어온 듯한 문체를 띄는데, 이번에는 마치 어떤 사람이 지인에게 메신저로 수다 떤 것을 그대로 오려온 듯한 형식으로 작성됐다. 놀라운 것은 그런 어투가 내용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 게 아니라 더욱 은밀한 정보인 것처럼 포장되는 효과를 획득했다는 점이다.

 


나영석 PD는 "누가 왜 이런 가짜뉴스를 작성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자신을 타깃으로 삼은 자에 대한 불쾌감의 표현이었고 쪽글의 내용이 허위라는 강조의 표현이다. 나 PD의 의구심처럼 누군가 PD 나영석을 음해하기 위해 부정적 메시지를 만들어 퍼뜨린 것이라면, 나영석 퇴출 작전에 소환된 배우 정유미는 희생양이다. 다른 내용으로도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음에도 타격력을 높이기 위해 여배우가 쓰인 것이라면, 21세기에도 동네북 취급받는 여배우의 인권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당사자는 당연히 수백, 수천 배의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정유미의 소속사는 온라인상의 모든 증거 수집을 마쳤다며 "협의도 선처도 없는 강력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 가수 거미와 배우 조정석의 웨딩 화보 [씨제스엔터테인먼트, JS컴퍼니 제공]

만일 쪽글의 전파력을 높이기 위해, 선정성을 배가시키기 위해 덧붙여진 것이라면 조정석-거미 커플의 분노는 극에 달할 것이다. 불과 결혼 사실을 알린 지 열흘 만에 벌어진 일이다. 마찬가지로 조정석 측도 가족에게 상처가 되는 행위를 일삼은 이들을 향해 법적 대응을 선언했다.

조정석-거미의 사례를 보면 최근의 정보 쪽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두 사람은 톱스타임에도, 최근의 비공개 결혼이라는 바람직한 추세에 동참하는 것이라 해도 무척 조용히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때 왜 그렇게 조용히 결혼했는가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 해도 꽤 믿어질 만하게 개연성을 갖춰 정보 글이 작성되면, 사람들의 궁금증 부분을 긁어 주면 그것은 사실 대우를 받으며 널리, 빠르게 공유된다.

사실 두 사람의 교제를 한 다리 건너 지켜본 바에 따르면, 조용한 결혼식은 예견된 결과다. 두 사람은 5년이 흐른 현재도 서로 존댓말을 쓰고, 서로의 스케줄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 내 쪽에서 양보하려 애쓰며 조용히 데이트를 한다. 너무 조용해서 결별설도 돌았지만 당시 거미의 소속사 측은 "무소식이 희소식, 조용하면 아무 일 없는 커플"이라며 "두 사람의 성향과 희망대로 눈에 띄지 않게 잘 지낸다"고 설명했다. 너무 교과서적이고 모범적이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연애지만 두 사람의 지인에 따르면 "싸우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화려한 프러포즈와 거액의 선물, 폭행에 협박으로 얼룩진 일부 연예인들의 요란한 연애와 결별에 비하면 좋지 아니한가.

거미-조정석 커플의 경우 결혼식 사진도 아닌 웨딩화보로 결혼 사실을 알렸지만 결코 갑작스럽지 않았다. 결혼 안 한다, 안 한다 하다가 한 연예인 커플들에 비하면 계속 결혼을 예고해 왔다. 지난 6월에는 가을에 결혼하겠다고 알렸고, 결혼 발표 이틀 전인 지난 6일, 연말까지 계속되는 거미의 전국투어콘서트의 첫 번째 공연이었던 인천 콘서트에서는 "(가을 결혼을 앞두고) 조정석에게 프로포즈를 받았느냐"는 팬의 질문에 "여느 연인들이 하듯이 이벤트를 열어 정식으로 청혼해 주어 기쁘고 감사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이틀 뒤 웨딩화보를 접할 팬들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도록 미리 알린 것이기도 하지만, 지난 5년을 돌아보면 두 사람 모두 먼저 나서서 자랑은 하지 않았지만 물으면 솔직하게 답해 왔던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는 행동이었다.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최소한의 선, 사실 가능성과 인간에 대한 예의를 고려하지 않는 '(받은 글)'들과 별다른 고민 없이 재미삼아 지인에게로 전파하는 우리 개인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찌라시나 쪽글이 사실처럼 인식되는 데에 큰 역할을 하는 일부 포털도 책임의 지분이 크다. 

 

▲ 포털사이트 화면 캡처

나영석 PD를 필두로 한 쪽글이 파다하게 퍼진 지난 17일 포털사이트 화면에는 참 기묘한 장면이 등장했다. 물론 이번처럼 파급력이 큰 쪽글이 순식간에 퍼질 때 많은 사람들이 그 이름을 검색창에 쳐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수도 있다. 누누이 검색어 순위 조작 않는다고 강조해 왔으니 조작하지 않음을 방증하듯 검색어 상위에 랭크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뉴스와 연예스포츠 핫토픽은 다르다. 각각 10개의 뉴스 아이템을 무엇으로 할지, 그 어구는 무엇으로 할지는 포털 측에서 정한다. 당일 어느 한 순간, 연예스포츠 핫토픽에는 찌라시에 오른 이름들이 고스란히 '복사'됐다. 해당 인물들 관련 뉴스가 있었지만 모든 게 토픽 감일 정도로 화제성은 아니었고, 되레 핫토픽에 오르니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포털이 정한 어구에 맞춘 보도가 나오는 식으로 선후가 바뀐 양상도 펼쳐졌다. 꼭 이렇게 편집했어야 하는지 편집권을 가지고 있는 해당 포털 측에 묻고 싶다.

더욱 빨라지고 너무 선정적이어서 점점 무서워지고 있는 '(받은 글)' 문화가 바뀌려면 작성에서 배급까지 어느 한 단계에서의 노력으로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필자 자신을 포함해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너무 관련자가 많아 아무에게도 책임이 없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찌라시나 정보 글은 절대 뉴스가 아니며 가짜뉴스로 불리는 것도 과한 대접이라는 것, 결코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다함께 명심하자.

 

 U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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