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몰아치는 '우파 바람'

강혜영 / 기사승인 : 2018-11-26 13: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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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경제·난민 정책에 민심 우향우…기성정당 심판
중남미 좌파 '핑크타이드' 퇴조…우파 '트럼피즘' 부상

전 세계에 전례 없는 '우파'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최근 남미의 '트럼프' 정권을 잡았다. 지난 10월,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좌파 후보를 누르고 브라질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2003년부터 15년간 집권한 브라질 좌파 정권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남미 '좌파벨트'를 이끌어온 남미 최대국가 브라질이라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21세기 초부터 남미가 지향해 온 온건사회주의, '핑크 타이드(Pink Tide·좌파 물결)'의 쇠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 극우성향 사회민주당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가 10월28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했다. [뉴시스]


극우 세력의 부상은 비단 남미 대륙만의 일이 아니다. 유럽 국가들, 미국 등지에서 자국 우선주의와 반(反) 이민 정책을 공통분모 삼는 우파 권력이 정권의 중심을 꿰차기 시작했다. 이들이 결집할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로 기성 정당의 실패가 꼽힌다. 그간 난민, 경제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한 주류 세력에 대한 일종의 심판인 셈이다. '우풍'은 계속해서 요원의 불길처럼 번질 기세다.

'좌파벨트' 대신 '우파벨트' 형성하는 남미



남미에서 지난 20여 년간 불어온 '핑크타이드'는 이제 옛말이 됐다. 10여 년 전만 해도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쿠바, 에콰도르에 좌파정부가 들어서면서 좌파 벨트를 이뤘다.

 

하지만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주요 국가들의 좌파 정부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경제난을 불러왔다. 석유수출량 세계 5위권인 부자나라 베네수엘라 마저 좌파 정치로 경제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 그 반감으로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우파 역풍'이 불고 있다.

브라질은 2016년 8월 좌파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면서 좌파 정권이 몰락했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들의 잇단 부정부패가 들끓었고 극심한 범죄율, 살인율로 치안도 불안정했다. 2014년부터는 경기 침체도 극심했다.

 

대통령 당선인 보우소나루는 기존 정권의 부패, 경제난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동시에 반난민 구호까지 앞세워 민심을 끌어모았다. 기성 정치 세력에 실망해 변화를 촉구하는 유권자의 목소리가 이번 대선 결과에 반영됐다. 기존 정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을 이용한 전략으로 승기를 잡은 것이다.

아르헨티나에서 2015년 12월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우파 야당 지도자 마우리시오 마크리 후보가 승리했다. 지난 14년간 이어져 온 좌파 정권의 포퓰리즘 정책은 방대한 복지 예산을 낭비했다.

 

그 결과 아르헨티나 국고가 바닥나고 인플레이션이 30% 수준까지 치솟았다. 빈곤층이 크게 증가했고 경제성장률 하락도 가속했다. 원자재 가격까지 곤두박질치자 아르헨티나 경제는 2014년부터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경제가 고꾸라지자 민심은 좌파 정권으로부터 등을 돌려 '우향우'했다.

남미 다른 국가에도 극우 세력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파라과이도 올해 4월 우파 마리오 압도 베니테스 대통령이 당선됐다. 콜롬비아 역시 올 6월 우파 이반 두케가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쥐며 우파 정권 시대를 열었다. 칠레는 수출 품목인 구리 가격의 급락으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지난해 12월, 친기업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우파 진영의 세바스티안 피녜라가 4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메르켈 퇴장'으로 정치 지각 변동 일어나는 유럽

 

 

유럽도 우파 기류가 거세지고 있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중동과 북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유럽은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위기에 직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이민, 반이슬람 감정을 자양분 삼아 우파 정당들이 주류 세력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지난 3월 총선 때 극우 정당 '동맹'이 17.4%를 득표했다. 이후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연정을 구성했다. '동맹'은 불법 체류 난민 50만 명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자극적인 공약을 내세워 표심을 사로잡았다. 이탈리아는 2013년 이래 70만 명의 난민이 입국한 바 있다. '동맹'은 여세를 몰아 지난 6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1.2% 기록하면서 정당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독일은 지난 9월 총선에서 반난민 반이슬람 구호를 내건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이 12.7%를 득표해 원내 제3당으로 당당히 올라섰다. 독일을 위한 대안은 2017년 4월 원내 입성에 성공한 바 있다. 독일은 2015년부터 2년간 100만여 명의 난민을 받아들이면서 사회 통합이 저해되자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이 싹트기 시작했다. 반이민 정서가 들끓는 가운데 기성 정당의 난맥상이 드러나자 극우 정당이 의회 내에서 힘을 키우게 된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퇴임 선언도 극우 세력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2021년까지인 임기를 끝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중심의 서방 자유주의 진영 즉 '중도우파 시대'가 막을 내리자 이민자 유입에 반대하는 극우 성향 정당으로 지지율이 쏠리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극우 정당 '국민전선'이 반난민 구호로 2015년 12월 치러진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득표율 1위를 거두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어 국민전선 소속 대통령 후보 마린 르펜이 지난해 4월 대선 1차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결선 투표에 진출했다. 네덜란드 극우 정당 '자유당'도 지난해 3월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켜 제2당에 등극했다.

 

오스트리아는 작년 10월 진행된 총선에서 반난민 정책을 공약으로 앞세운 극우 '자유당'이 우파 '국민당'과 연정을 구성해 주류 정치무대로 진입했다.

 

헝가리에서는 EU의 난민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온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지난 4월 3연임에 성공해 우파 정권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슬로베니아 역시 지난 6월 반난민 캠페인 벌여온 우파정당 '슬로베니아 민주당'이 제1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9월 스웨덴 총선에서도 극우 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이 창당 30년 만에 최고 득표율을 기록해 제3당 위치를 확보했다. 폴란드는 2015년 10월 반난민, 민족주의 성향의 '법과 정의당'이 총선에 승리하며 집권에 성공했다.

또 하나의 우경화 촉매제 '트럼피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 인디애나 주 포트웨인에서 중간선거 유세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주창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전 세계 우경화가 가속화 했다는 지적 나오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전 대통령은 2016년 8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면 전 세계에 극우를 위시한 우파 정치인들이 득세하는 연쇄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그는 "미국인이 트럼프를 선택하면 중대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전 세계에서 강력한 우경화를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작금의 세계 정치 지형은 그의 말이 현실화했음을 방증한다.

미국은 2016년 11월 예상치 못한 트럼프 시대의 진입으로 우파 포퓰리즘을 대표하는 국가가 됐다. 반난민, 자국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피즘(Trumpism)' 돌풍이 트럼프에 승리를 안겨준 셈이다. 트럼프 역시 민주당의 기존 대외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갔다. 트럼프가 내건 미국 우선주의 전략은 지금까지도 유효한 모양새다. 11월 6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중남미 이민자 행렬인 캐러밴을 '침략'이라고 규정하며 반난민 구호를 내걸어 상원 수성에 성공했다.

미국 유권자들은 주변 강대국들의 정치 권력이 독재화되자 이를 견제하고 대외정책에서 미국의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인물로 트럼프를 선택했다. 중국, 일본, 러시아에서 이른바 '스트롱맨'들이 집권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트럼프가 내세우는 자국 우선주의가 필요했던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 주석이 권력을 독점하면서 전체주의 독재 국가로 전향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역시 이에 버금가는 막대한 권력을 쥐고 국가를 독재화하고 있다. 일본은 2012년 아베 신조 총리 집권 이후 우익 안보 정책 등을 펼치며 사회 전반이 우경화했다.

극우 돌풍 견제 방안 모색이 남은 과제

세계 정치 지형이 바뀌고 있다. 남미에는 '브라질의 트럼프'가 권력을 잡았고, 서방 자유주의 진영을 대표하던 독일 메르켈 총리는 퇴임을 선언했다. 미국의 CNN방송은 이 같은 형국을 두고 '메르켈리즘의 퇴조와 트럼피즘의 번성'이라고 명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극우 세력이 힘을 키우고 있는 반면 메르켈 총리가 대표하는 기성 주류 정치 세력이 지고 있다는 의미다. 극우 포퓰리즘 정치세력이 득세하고 있는 것은 변화를 바라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다.

 

그럼에도 보수 진보 가치를 아우르는 균형이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극우 세력이 대세로 떠오르자 기존 우파 정당들 역시 표심을 뺏기지 않기 위해 우경화되고 있어 자칫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몸집을 불리는 극우 세력을 견제하고 난민·이민자 유입 문제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한 각국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U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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