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밥솥명가 쿠쿠·쿠첸의 뜨거운 新사업 전쟁…엇갈린 喜悲쌍곡선

장기현 / 기사승인 : 2018-11-28 10: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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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 렌탈사업 '안착'…쿠첸, 유아가전 '글쎄'
쿠쿠, 영업이익률 18%…쿠첸은 0.03%

송중기, 이승기, 김수현, 장동건, 원빈. 이 꽃미남들은 밥솥계의 양대산맥 '쿠쿠'와 '쿠첸'의 모델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생활가전에 관심이 많은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잘생긴 남성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한 것이죠. '밥심'은 남편에게 주고, '맘심'은 이 꽃미남 배우들에게 갔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죠. 이 밥솥 시장의 스타 마케팅은 '○○○ 밥솥'으로 불리는 등 성공적인 전략이었습니다.
 

▲ 쿠쿠 로고 [쿠쿠 제공]


하지만 이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쿠쿠는 당대 최고의 남자 연예인을 발탁하던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전문 요리사를 전면에 내세운 광고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기 밥솥 '트윈프레셔' 광고에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출신의 한식 셰프 김병진과 일식 셰프 나카무라 코우지가 출연했고, '인덕션 레인지'는 방송 출연으로 친숙한 불가리아 출신 요리연구가 미카엘 아쉬미노프 쉐프가 광고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가 포화된 밥솥시장의 영향이라고 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2014년 이후로 국내 전기밥솥시장은 연간 6000억원 규모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10가구 중 9가구 이상이 밥솥을 이미 가지고 있고, 교체주기도 길기 때문에 더 이상의 수요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쿠쿠와 쿠첸의 시장점유율도 7대3으로 고착화돼 스타 마케팅의 유인책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 쿠첸 로고 [쿠첸 제공]

통계청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지난해 기준 61.8kg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1인당 하루 쌀 소비량도 168.3g에 그쳐 조사가 시작된 1964년 329.3g의 절반 수준으로 지속적인 감소를 보여줬습니다. 심지어 햇반, 오뚜기밥 등의 가정간편식(HMR)의 보편화로 오죽하면 "쿠쿠의 적은 햇반"이라는 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밥솥시장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쿠쿠와 쿠첸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쿠쿠는 렌탈 시장을 발판으로 해외 진출을 노리는 반면, 쿠첸은 유아 가전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두 업체 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 쿠쿠는 '인스퓨어 W8200' 등 렌탈 시장을 발판으로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 [쿠쿠 제공]


쿠쿠는 발빠른 전략 수정으로 변신에 성공했습니다. 쿠쿠홈시스는 지난 2010년 정수기를 시작으로 렌탈사업을 전개한 이후 공기청정기, 제습기 등으로 상품군을 확장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물, 공기 전문 브랜드인 '인스퓨어'를 새롭게 론칭하고 렌탈 기업의 전문성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쿠쿠홈시스의 경우 올 3분기 매출은 1097억원, 영업이익은 205억원으로 2분기보다 각각 9.7%, 13.8% 늘었습니다. 영업이익률이 5%만 넘어도 성공적이라는 유통업계에서 이례적으로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모두 18%를 기록한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렌탈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총 10개국에 진출한 상태입니다. 특히 말레이시아에서는 지난해 누적 계정 25만개, 5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누적 계정은 60만개, 예상 매출은 1100억원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 쿠첸은 '3단계 케어 포트' 등 유아 가전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쿠첸 제공]

반면 쿠첸은 기존 렌탈사업을 접고 지난 3월 유아가전 브랜드 '쿠첸 베이비케어'를 선보였습니다.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프리미엄 유아가전에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분유포트, 젖병소독기 등을 중심으로 2020년까지 사업포트폴리오 중 유아가전 비중을 10% 이상으로 확대한다네요.

하지만 쿠첸의 도전은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우선 이번 3분기 영업이익이 1582만원으로 영업이익률은 0.03%를 기록했습니다. 쿠쿠의 18%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치죠. 문제는 영업이익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1분기 13억원, 2분기 1억원에 이어 이번 3분기는 1582만원을 기록했습니다. 2분기보다 절반 이하로 떨어진 수치를 보이며 4분기에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보이진 않습니다.

해외 진출의 어려움도 남아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위주의 수출은 몇 년째 정체돼 있습니다. 미국 진출도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침체된 내수 시장과 대기업의 진출로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쿠첸 신사업의 핵심인 유아가전은 아직 해외 진출이 시작도 되지 않았습니다.

요즘 유아 관련 제품들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쿠첸의 앞길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한킴벌리의 하기스 기저귀에서 애벌레가 발견됐고, 아가방앤컴퍼니의 아기 옷과 매트 등에서 납이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유아용품 자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해소하면서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이 쉬운 길은 아니죠.

유통업계 전문가는 "쿠첸의 유아가전 진출은 방향을 잘못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출산율의 저하로 시장 파이 자체가 줄어들어 아무리 프리미엄 시장이라 해도 시장 규모가 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또 다른 가전제품 전문가는 "쿠쿠는 밥솥시장의 압도적 1위를 발판삼아 렌탈사업이라는 신시장을 개척하고 해외 진출도 이제 자리 잡았다"며 "반면 쿠첸은 기존 사업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지 못해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한때 밥솥 시장을 호령했던 쿠쿠와 쿠첸의 신사업동력이 지금까지는 희비 쌍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그래프는 어떻게 그려지게 될까요?

 

U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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