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百 상품권이 비싸게 거래되는 이유 …'샤테크' 이어 '상테크'?

남경식 / 기사승인 : 2019-02-06 12: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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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와 공급' 원리 따르는 상품권 시세…설·추석등 명절엔 할인율 커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된 상품권 경제학…'상테크' 롯데百 인기

"서너장 살 거면 롯데랑 신세계는 가격이 같고요. 현대백화점 상품권은 좀 더 싸요."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바로 옆에 위치한 회현동 지하상가에는 상품권 판매소가 다섯 곳에 달한다. 이들 업소는 모두 "최고가 매입, 최저가 판매"를 내걸고 있다.

하지만 업소마다 백화점 상품권의 가격은 달랐다. 롯데백화점 상품권 10만원권을 A업소는 9만6800원, B업소는 9만65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근처의 상품권 거래소 [남경식 기자]

 

업소 사장들은 다른 업소에서 상품권이 더 싸게 매매된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도 않았다. '최저가 판매'는 간판 문구에 불과한 셈이다.

"다른 데 가도 어차피 몇백원 차이에요. 백만원 넘게 사도 몇천원 차이고요."

상품권 판매소에서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상품권의 할인폭은 3~5%대다. 100만원권을 최저가 판매소에서 구입했을 때 더 아끼는 돈은 기껏해야 2만원 수준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8350원. 최저가 판매소를 찾으려 수소문을 하고, 업소까지 다녀오는 데 시간과 교통비까지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목소리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각종 '상테크' 비법 공유…상품권 통한 세금 납부 인기


물론 상품권을 활용해 작정하고 재테크를 하는 거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각종 '상테크'(상품권+재테크) 비법이 공유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백화점상품권을 통한 세금 납부다.

롯데백화점 상품권은 롯데가 운영하는 엘포인트(L.point), 신세계백화점 상품권은 신세계가 운영하는 쓱페이(SSG PAY)로 변환해 사용할 수 있다. 엘페이와 쓱페이는 세금 납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지하 1층 상품권 판매소에서 모델들이 상품권 패키지 행사를 선보이는 모습 [롯데쇼핑 제공]


상품권을 사서 디지털머니로 전환해 세금을 내는 과정이 다소 번거롭게도 느껴진다. 하지만 할인받아 구매한 백화점 상품권으로 추가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내야하는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라 '절세' 꿀팁으로 불렸다.

 

납부 규모가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에 달하는 큰 금액의 양도세,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할 경우는 할인폭도 큰 셈이라 더 주목받았다. 쓱페이는 2016년 세금 납부 서비스를 론칭하며 서비스 이용자 전원에게 쓱머니 3000원을 지급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쓱페이는 서울과 부산에서만 세금 납부 서비스를 운영하는 반면, 엘포인트는 전국 어디서든 사용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상테크'족들 사이에서는 롯데백화점 상품권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상테크'의 위법성 여부는 다소 애매하다. 정부에서 실시하는 특별한 규제는 없지만, 상품권 발행 주체인 롯데와 신세계 등은 논란을 키우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양새다.

롯데는 올해 1월 15일 부로 엘포인트를 사용한 세금 납부 한도를 인당 연 60만포인트로 제한했다.

이외에도 썸뱅크 포인트적금에 가입해 엘포인트로 적금을 넣은 뒤 다시 해지해 롯데백화점 상품권을 현금화하는 등의 '상테크'도 있다.

이처럼 롯데백화점 상품권은 '상테크' 활용도가 높은 덕에 인기가 많아, 상품권 판매소에서의 가격이 비싼 편이다.

 

▲ 회현동 지하상가에 위치한 한 상품권 판매소 [남경식 기자]


상품권 판매소 사장들은 입을 모아 "상품권 시세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상품권 할인율은 수요가 많을수록 내려가고, 공급이 많으면 올라간다.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그대로 따르는 셈이다.

백화점 상품권이 도서문화 상품권, 의류 상품권보다 할인율이 낮은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롯데, 신세계, 현대의 백화점 상품권은 각사의 백화점 뿐만 아니라 계열사의 각종 업체에서도 사용이 가능해 활용도가 높다.

이를테면 신세계 상품권은 신세계백화점은 물론 이마트, 일렉트로마트, 노브랜드, 시코르, 스타벅스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롯데 상품권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면세점, 롯데하이마트, 롭스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신동빈 롯데 vs  정용진 신세계, 간편결제 경쟁…정지선 현대도 가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간편결제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신동빈 회장은 "엘페이는 그룹의 중요 자산인 만큼 소비자가 엘페이의 편리함을 생활 어디서든 경험할 수 있도록 서비스 규모와 질을 확대하라”고 주문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스타필드 하남 개장식에서 쓱페이로 결제하는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됐다.

이처럼 유통 공룡들이 간편결제에 주력하는 이유는 기존 오프라인 채널과 온라인을 하나의 결제수단으로 묶어 이른바 옴니채널(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 쇼핑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현대백화점이 롯데나 신세계 상품권 보다 싸게 팔리는 것도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낮기 때문이다. 롯데의 엘포인트, 신세계의 쓱페이 같은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가 현대에는 없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말에서야 간편 계좌이체 서비스 'H몰 페이' 개발에 돌입했다.


매일 바뀌는 상품권 판매소의 할인율 역시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따른다. 상품권 판매소가 보유한 상품권이 많을수록 할인율이 커진다. 백화점 상품권 유통이 늘어나는 명절 시즌에 할인율이 가장 큰 편이다. 

 

'상품권'여전히 불법수단 악용 가능성 높아…'상품권법 부활' 주장도


이러한 백화점 상품권 시장의 규모는 정확히 추산되지 않는다. 상품권 판매소에서의 거래가 사실상 암암리에 이뤄지는 데다가, 백화점들도 상품권 발행 규모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상품권 시장 규모는 30조원으로 추산된다. 백화점 상품권이 27조가량으로 가장 많고, 전통시장과 주유 상품권이 약 3조원 규모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고액상품권은 뇌물, 비자금, 탈세 목적등 불법자금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도 상품권은 현금깡이 쉬운 편이라 여전히 지하경제 자금으로 선호되는 수단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검찰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롯데 오너 일가의 거액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하고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와 롯데마트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당시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를 주도한 서울지방검찰청 롯데수사팀은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를 소환해 '상품권깡을 통한 비자금 조성 혐의'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19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되면서 상품권이 1만원인 경우 50원, 1만원 초과 5만원 이하 200원, 5만원 초과 10만원 이하 400원, 10만원 초과시 800원의 장당 인지세를 내는 것 외에 상품권 발행에 관한 법적 규제는 사라졌다. 마음만 먹으면 상품권을 무한히 찍어낼 수 있는 것이다. 1만원 미만 상품권은 인지세가 붙지 않아 규모 파악도 힘들다.


업계에서는 연간 상품권 발행 규모를 10조원, 이중 백화점 상품권 규모를 5조원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상품권 발행 및 유통이 불투명하게 이뤄지고 있고, 위법성 판단마저 힘든 각종 '상테크'도 잇따르자 일각에서는 상품권법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7년 11월 '상품권법' 제정안을 국회에 입법 발의하며 "상품권이 부정부패 수단으로 활용되고 상품권 발행업체의 불로소득이 발생하는 등 상품권이 야기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U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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