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이하 영아, 스마트폰 접촉 막아야"

오다인 / 기사승인 : 2019-03-05 10: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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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숙 의원, 영유아보육법·아동복지법 개정안 발의
뇌의 정상 발달 막아 치명적…"논쟁 촉발해 사회 합의 이뤄지길"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선숙 의원(바른미래당)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UPI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2011년 중국에서 인터넷 중독 장애에 관한 논문이 나왔다. 하루에 10시간씩 인터넷을 하는 대학생 18명(평균 나이 19.4세)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한 연구였다. 이들의 뇌는 하루에 2시간만 인터넷을 하는 대학생의 뇌와 뚜렷하게 달랐다. 연구진은 "뇌의 백질(중추신경계에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섬유)이 명백한 이상 증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2018년에는 미국 국립보건원이 스마트폰으로 인한 청소년의 사고능력 변화에 관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1만 2000여 명의 9~10세 청소년을 관찰한 결과, 스마트폰을 쓸수록 뇌 피질의 두께가 정상인 수준보다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뇌 피질은 감각과 운동, 언어 기능과 관련이 있다.

대학생, 청소년에서 연령대를 더 낮춰보자. 갓난아기는 스마트폰의 영향을 얼마나 받을까?

만 0세~2세는 영아, 만 3세~6세는 유아로 구분한다. 영유아기의 스마트폰 사용은 발달 장애와 같은 심각한 결과를 낳지만, 특히 만 2세 이하의 영아에게 더 치명적이다. 이 시기에 뇌가 발달하기 때문이다.

영아가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 기기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애착을 비롯한 정서적 발달에도 장애가 발생한다. 부모가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면 아이가 자라나는 동안 계속 노출이 누적된다는 문제도 있다. 소아정신과 의사들 사이에서 "이대로 내버려 두면 괴물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오는 이유다.

이런 배경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선숙 의원(바른미래당)은 지난 2월 12일 영유아보육법과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2세 이하의 영아가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를 가까이하지 못하도록 부모, 보육교사 등의 보호자에게 주의할 의무를 부여하자는 게 골자다. 현재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다.
 

▲ 박선숙 의원은 "2세 이하 영아가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를 가까이하지 못하도록 부모, 보육교사 등의 보호자에게 주의할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원 기자]

 

스마트 기기 24%가 만 1세에 첫 사용

박 의원은 이번 법안이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시작"이라고 밝혔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모의 육아를 규제하는 법안이므로 많은 논란이 예상되지만, 영아가 인간의 생애 중 가장 취약한 시기에 있는 만큼 강력하게 주의를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부모의 문제의식을 환기하려면 논쟁적인 법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교륭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지난해 12월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아이에게 디지털 기기를 주는 이유는 '육아 편의'가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짜증 내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서 스마트폰을 준다는 부모가 24.2%, 일하는 동안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라고 답한 부모가 28.2%였다. 아이의 교육적 목적을 위해서 준다는 부모도 7.5%나 됐다.

이정림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스마트 기기 이용자 중 23.6%가 만 1세에 최초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애착을 형성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또 "영유아가 스마트폰을 잘 다루면 '스마트'한 줄 오해하는 부모들이 있다"면서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부모가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이 논쟁을 감수하면서까지 법안을 발의한 데는 2세 이하 영아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 1월 25일 '스마트폰·인터넷 과의존 예방 및 해소 종합계획'이 나왔다. 이 계획은 만 3세~9세의 유·아동을 대상으로 한다. 만 2세 이하는 논외가 된 것이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이미 2016년에 2세 이하의 영아가 스마트 기기에 접촉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규제하라고 권고했다. 스마트 기기가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게 의학적으로 증명돼서다. 박 의원은 "이번 개정안에 강제나 처벌조항이 없다는 점에서 영아의 스마트 기기 접촉을 완전하게 금지했다고 볼 수 없지만, 문제 제기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발의했다"고 했다.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이 심야 시간(오전 0시~6시)에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게임 셧다운제'가 유사한 사례다.
 

▲ 박선숙 의원이 발의한 영유아보육법과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현재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다. [문재원 기자]

 

과도 노출 땐 '팝콘 브레인' 증세 보여

영아가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팝콘 브레인'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진 뇌가 즉각적이고 강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현상이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정보대학원의 데이비드 레비 교수는 '팝콘 브레인'이라는 말을 고안하면서 "전자적 멀티태스킹을 통해 계속 자극을 받으면 느린 속도로 진행되는 실제의 삶에 부적응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박 의원은 "아이가 울면 스마트폰부터 주는데 설탕을 많이 먹이는 것만큼 나쁠 수 있다"고 했다. "영아의 디지털 기기의 접촉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부정적인 면이 상쇄되는 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지금 태어날 아이들이 팝콘 브레인이 될 위험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아이의 뇌에 '디지털 폭탄'을 안기는 건 아닐지 부모가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5G 시대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박 의원은 "5G를 통해 질적으로 훨씬 다양한 가상체험이 일반화할 전망"이라면서 "현실에서 오감을 접촉해 정서와 인간관계를 발전시키지 못하고 디지털 세계에 갇힐 위험이 있다"고 했다. 모든 것이 디지털 세계에서 해결되면 그만큼 현실 접촉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인공지능(AI) 스피커가 어른과 아이를 구별하지 않고 반응한다는 점도 꼬집었다. 박 의원은 "아이가 AI 스피커에 질문하면 어떤 답이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서 어른과 아이를 구별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2017년 아마존의 AI 비서 '에코'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양부모를 죽이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다. 박 의원은 지난해 이 문제에 대한 법안을 발의, 국회를 통과했다.

박 의원은 "시장과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법이 쫓아가기 어렵다"면서 "네거티브 규제를 통해 영유아에 관한 특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규제 샌드박스' 통과 시에도 생명과 안전이라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있었다.

"어린이의 생명과 안전은 특히 더 중요하다"는 박 의원. 그는 이번 법안을 통해 "자라날 아이들에게 어떤 환경을 제공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U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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