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회사, "나 떨고 있니?"…2020년부터 매출·납세액·배당금 등 재무정보 공개한다

남경식 / 기사승인 : 2019-07-29 16: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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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500억 이상 유한회사, 2020년부터 외부감사 대상 포함
코카콜라, 피앤지,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샤넬, 루이뷔통, 구찌, 에르메스, 맥도날드, 피자헛, 애플, 구글, 화웨이, 테슬라 등 공개의무에 '긴장'

코카콜라, 피앤지,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샤넬, 루이뷔통, 맥도날드, 피자헛, 애플, 구글, 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 한국 법인들의 감사보고서 공개 시기가 다가왔다. '유한회사'라는 명분으로 그동안 감춰 온 매출, 이익은 물론 배당금, 납세액 등이 밝혀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외부감사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이하 외감법)' 시행령 전부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시행령에 따라 2019년 11월 1일 이후 시작되는 사업연도부터 유한회사도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됐다.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2020년 사업연도부터 적용을 받는다.

시행령은 자산 120억 원 미만, 부채 70억 미만, 매출액 100억 원 미만, 종업원 수 100명 미만, 사원 수 50인 미만 등 5가지 기준 중 3가지에 해당하는 유한회사의 경우 외부감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이 500억 원 이상인 경우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했다.


그동안 유한회사란 이름으로 뒤로 숨었던 다국적 기업들의 한국법인 상당수는 이제 한국 내 사업실적을 공개해야 한다.


당시 박정훈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외부감사 대상 기준이 선진국 사례와 유사하게 바뀌게 돼서 규제 사각지대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규모가 큰 유한회사인 코카콜라, 나이키 등 업계 1위 기업과 샤넬, 루이뷔통, 구찌 등 명품 업체들은 감사보고서 공개 의무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국내 스포츠 의류 업계 1~2위 나이키코리아, 아디다스코리아는 유한회사라는 이유로 매출 등 정보를 비공개하고 있다. [각사 페이스북]

그동안 여러 글로벌 기업의 한국 법인들은 유한회사라는 명목으로 회사 정보를 일체 공개하지 않아 왔다. 이들은 본사가 미국 등 현지에 상장돼 있어 연결 기업으로서 내부 감사를 받아 재무정보를 파악하고 있음에도 이를 숨긴다는 지적을 받았다.

유한회사로 등록한 외국계 기업의 한국 법인 관계자들은 재무정보에 관한 질문에 "본사 정책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 "아시아 등 다른 나라들과 합산된 수치만 나와, 한국 법인만의 정보 없다" 등의 답변으로 일관해 왔다.


구글코리아 존 리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매출, 세금 규모 등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영업기밀이라 공개하지 못한다"고 답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2011년 상법 개정으로 유한회사 설립 규제가 완화된 이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한 사례가 많다는 점도 고의적인 법망 피하기라는 방증으로 거론된다. 주식회사로 한국에 진출한 루이뷔통코리아, 구찌코리아, 아디다스코리아, 한국맥도날드 등이 이 시기에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2013년 기준 외부감사 대상 기업은 2만2231개로 2010년 대비 20.1% 늘었다. 같은 기간 유한회사는 1778개에서 2967개로 66.9% 증가했다.

2014년 이후 국내 진출한 알리바바코리아, 테슬라코리아 등은 처음부터 유한회사로 설립했다. 샤넬코리아, 에르메스코리아, 프라다코리아, 한국코카콜라, 나이키코리아, 한국피자헛, 한국P&G 등의 외국계 기업 국내 법인들도 유한회사로 운영 중이다.


그동안 샤넬코리아, 루이뷔통코리아, 에르메스코리아, 구찌코리아, 프라다코리아 등의 명품업체들은 한국에서 수시로 가격인상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가져가지만 '유한회사'라는 이유로 매출액, 영업이익, 배당금, 기부금등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게다가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상당수를 배당, 로열티 명목으로 외국 본사로 빼간다는 점도 더욱 더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일부 명품업체들은 유한회사인 점을 악용해 그동안 세금을 줄이거나 회피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특히 루이뷔통코리아는 국내 시장에 진출할 당시에는 주식회사 형태였으나, 한국에서 사회공헌이 낮다는 사회적 비난이 일자 2012년 유한회사로 법인형태를 바꿨다.

업계 관계자는 "유한회사는 한국에서 외부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명품업체들과 다국적기업들이 악용하고 있다"면서 "유한회사들의 이런 행태 때문에 한국에서는 유한회사의 장점은 퇴색되고, 욕을 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 루이뷔통, 샤넬 등 명품 업체들의 한국 법인들은 유한회사로 운영하고 있다. [각사 페이스북]


국내 기업들은 '외부감사법 개정'으로 외국계 기업과의 경쟁 환경이 보다 공정해졌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스포츠 의류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나이키, 아디다스의 매출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전히 1~2위를 지키고 있지만, 과거보다는 점유율이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사들의 재무 정보가 공개되면 사업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계 기업의 조세 형평성 문제도 개선될 전망이다. 그동안 일부 외국계 기업들은 한국 시장에서 올린 매출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세금을 적게 낸다는 의혹을 받았다.

국세청은 지난 2016년 1월 한국오라클이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조세회피처인 아일랜드 설립 법인을 이용해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누락했다며 법인세 3147억 원을 부과했다. 한국오라클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6월 '외국계 IT 유한회사의 회계 불투명과 갑질 폭로' 기자회견에서 "오라클과 MS, HP 모두 유한회사 형태로 주식회사와 달리 감사를 받지 않다 보니 불투명한 회계로 인해 수년간 임금이 동결되고, 회사의 이익이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분배되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 외국계 IT 노조협의회,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왼쪽 다섯번째)이 지난해 6월 국회 정론관에서 '외국계 IT유한회사의 회계불투명과 갑질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오라클노조 유튜브]

감사보고서 공개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해외 본사로의 과당 배당금 문제가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아디다스코리아는 2006~2015년 10년 동안 한국에서 총 5조401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중 독일 아디다스 본사에 로열티로 지급한 돈은 6935억 원이었다.

이와 별도로 약 4500억 원의 배당금도 독일 본사에 보냈다. 독일 본사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아디다스코리아는 매년 당기순이익의 약 80%를 배당해 국부 유출 논란이 제기됐다.

아디다스는 2017년 유한회사로 전환해 현재는 매출 및 배당금 규모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유한회사들의 대응방식은 크게 세 가지. 첫째는 법개정 사실조차 모르고 있으며, 덤덤하게 대응하는 부류다. 또 하나의 부류는 '법이 바뀌어 매출등 공개가 의무화 된다면 당연히 한국법을 따라야된다는 순응파 부류다.  

 

A유한회사 관계자는 "법이 개정돼 공개가 의무화된다는 사실을 최근에 인지했다"면서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듯, 한국 실정법이 바뀌었으니 그에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세번째 부류는 사안이 심각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본사와 긴밀히 논의하며 대책마련에 들어간 경우다.


B유한회사 관계자는 "본사에 이 사실을 얼마전에 보고했고, 본사와 향후 대응책 마련으로 고심중이다"면서 "한국에서의 매출, 이익등 경영실적을 공개하게 된다면 향후 글로벌 추진전략에서도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기업들이 다시 한번 법의 사각지대를 활용해 외부감사를 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현행법상 외부감사 대상이 아닌 '유한책임회사'로의 전환이 한 가지 가능성이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2018년 3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유한회사들이 유한책임회사로 전환을 하면서 또 법망을 피해 나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유한회사는 유한책임회사로 바로 전환할 수 없다. 하지만 유한회사에서 주식회사로 전환한 후, 주식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가능하다. 유한회사가 별도의 유한책임회사를 설립한 뒤, 영업양수도 혹은 자산양수도 등의 방법으로 유한책임회사에 사업을 이전하는 방법도 있다.


UPI뉴스 / 이종화·남경식 기자 alex@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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