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보복에 미·중 무역전쟁까지…등 터지는 한국 경제

김이현 / 기사승인 : 2019-08-09 15: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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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대형악재에 경제전망 '시계제로'…퍼펙트 스톰 오나
다수 경제 전문가 "올해 성장률 2% 안팎 그칠 것"

미·중 무역갈등이 전방위적인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관세 보복 위주이던 난타전은 환율전쟁, 화폐전쟁으로 번졌다.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7위안 이상으로 고시하며 ‘포치(破七)’를 감행하자 미국 재무부는 즉각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글로벌 패권을 노리는 G2가 무역협상 테이블을 걷어차고 상대방을 타격할 수 있는 카드를 총동원하는 양상이다.


G2 무역전쟁 격화에 세계 경제는 살얼음판이다. 특히 한국 경제는 설상가상이다. 힘겹게 일본 경제보복에 맞서는 터에 격렬해진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신세가 됐다. 전망은 ‘시계제로’다. 자칫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퍼펙트 스톰’이 몰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미중 무역전쟁의 무기가 관세에서 환율로 확장됐다. 일본 경제보복에 짓눌린 한국 경제는 엎친데 덮친 격이다. [그래픽=김상선]


환율전쟁으로 번진 미·중 갈등


이제 화폐전쟁이다. 중국은 ‘포치’를, 미국은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를 각각 꺼내들었다.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 현상이 나타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5월 이후 11년 만이다. 미국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도 1994년 이후 25년 만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환율 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환율 조작’으로 규정했다.


관세를 무기로 벌이던 무역전쟁과 환율을 무기로 하는 무역전쟁은 다르다. 글로벌 기축통화인 달러와 위안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경제거래에 직격탄이 가해진다. 미국 뉴욕증시를 필두로 영국, 독일, 중국 등 주요국의 도미노 주가폭락 현상이 나타난 까닭이다. 관세 폭탄을 주고 받던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번지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은 강펀치를 맞은 듯 휘청거렸다.


환율전쟁이 시작된 지난 5일 미국 주요 증시는 다우지수가 2.90%, 나스닥이 3.47% 떨어졌다. 유럽 증시도 일제히 고꾸라졌다. 독일 DAX지수는 전날보다 1.8% 하락했다. 영국 FTSE100지수(-2.47%), 프랑스 CAC40지수(-2.19%)도 마찬가지였다.


아시아 증시도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74%,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62% 하락했으며 홍콩, 대만 등도 하락세를 보였다. G2가 주고받은 강펀치의 위력이 전 세계로 전이된 것이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은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 목록) 배제 조치의 충격까지 더해졌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폭락하며 하루 동안 시가총액이 50조 원 가까이 증발했다. 원·달러 환율도 2년7개월 만에 1210원대를 넘어섰다. 


미·중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분위기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성을 찾으라”고 미국을 비판했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환율조작국 지정이 ‘허장성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우리가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뉴욕타임스는 “미·중 무역전쟁이 강력한 국수주의 성향을 지닌 두 ‘스트롱맨’의 장기전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패권 경쟁의 장기화는 곧 한국 경제의 위기다. 환율전쟁 발발로 전면전 양상이 지속되면 국내 금융·외환시장과 제조업 중심의 수출 전선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한국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지난해 한국의 수출입은 총 1조1400억6209만 달러(약 1385조 원)로 이 중 중국이 2686억1365만 달러(약 326조 원), 미국이 1315억8825만 달러(약 160조 원)를 차지했다. 두 나라가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1%에 달한다.


수출의존도 높은 한국, 미·중보다 더 큰 타격


그야말로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신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0% 감소하면 한국의 대중 수출은 19.9%, 전체 수출은 4.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을 주요 20개국 중 멕시코(-0.25%포인트)에 이어 두번째로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국가로 예측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률은 무역전쟁 당사자인 중국(-0.23%포인트)보다도 크다. 


안그래도 일본 경제보복이란 대형 악재가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터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일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8일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수출 규제에 나선 지 1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규제 품목인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의 수출 신청을 허가하고 우리 정부도 일본을 한국의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유보하면서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가기는 했다. 그렇다고 흐름이 바뀐 것은 아니다.


정부는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견고하다고 강조한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우리 경제의 대외 건전성이 과거에 비해 개선됐으며 경제 기초체력에 대한 대외 신뢰가 여전한 상황”이라며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상황별 시장 안정 조치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피해기업 지원과 소재·부품의 수입 다변화 및 연구개발(R&D) 확대 등 총력전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해외 10개 금융기관, "한국 성장률 1%대로 전망"


하지만 우울한 전망은 끊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은 8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과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각각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수출물량 증가율은 2.4% 포인트, 1.7%포인트씩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한국의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0.27~0.44% 감소할 것이라 전망했다.


경제성장률에도 먹구름이 드리운 건 마찬가지다.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8월 경제동향에서 경제 전문가 18명은 올해 성장률이 2% 안팎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지난달 초 전망치(2.4~2.5%)와 차이가 크다. 스탠다드차타드(1.0%), ING그룹(1.4%) 등 해외 10개 기관들도 한국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했다. 그만큼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면 모르겠지만, 현재 일본과 상호 보복전을 벌이는 과정에서는 한국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 경제상황에서 2% 경제성장 기반이 무너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최소한 국내 산업 환경을 개선해 금융위기 상황으로 경제가 전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외 여건이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라면서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체질적인 기술 혁신을 위해 지금보다 재정 지출을 확대해 대외 여건에 따른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U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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