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VR기기 쓰니 내가 '영화 속 주인공'…오래 쓰면 '지끈'

오다인 / 기사승인 : 2019-09-10 14: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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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가 영화 속 인물로 순식간 변신하는 경험…콘텐츠 몰입감 강점
이동·식사·휴대전화 확인 어려워…1시간 이상 착용은 '답답'


나는 휠체어에 앉은 채로 어디론가 가고 있다. 앞에 보이는 건 어두컴컴한 병원 복도와 쓰러진 사람들뿐. 아래를 보면 환자복을 입은 내 무릎이, 위로 올려다보면 흑인 남자 간호사가 내 휠체어를 밀고 있다. 나는 무어라 말을 해보지만, 간호사에 의해 계속해서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10분 뒤 나는 알록달록한 유아용 침대에 누워서 발을 꼼지락거리고 있다. 왼쪽에서 방문을 열고 백인 여자가 들어온다. 내 손에 들린 동화책을 건네받아 읽어준다. 곧이어 잠든 나를 보고 여자가 방을 나간 후 방이 이상하게 변한다. 괴기한 얼굴의 피에로가 내 방을 가득 채운다. 나는 "엄마!"라고 외쳐보지만, 그때마다 피에로는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길 반복한다.

KT가 최근 출시한 가상현실(VR) 기기 '슈퍼VR'을 직접 써보고 경험한 내용이다. '슈퍼VR'은 KT의 4K(3840x2160) 초고화질 개인형 실감미디어 서비스로 지난 6월 28일 출시됐다. 이를 KT 측에서 대여해 최근 며칠간의 휴일에 체험해봤다. 후기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VR기기로는 콘텐츠를 '시청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경험한다'고 말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느껴졌다.

VR 콘텐츠는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 가장 주목받는 콘텐츠 중 하나로 꼽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성공한 직후인 지난 4월 8일 '5G+(플러스) 전략'을 발표하면서 5대 핵심 서비스 중 하나로 실감콘텐츠를 선정한 바 있다. 당시 과기정통부 측은 "몰입감과 사실감이 극대화된 실감콘텐츠는 5G 환경에서 소비자가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핵심 서비스로 부각되고 있다"면서 "실감콘텐츠 경쟁력이 5G 시대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슈퍼VR' 착용, 전원 입력부터 종료까지

'슈퍼VR'은 휴대전화, PC 등 외부 기기와 연결할 필요가 없는 독립형 HMD(Head Mounted Display·머리 탑재형 디스플레이)다. 이 기기만 있으면 VR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부품은 크게 고글처럼 생긴 착용형 기기와 리모컨 역할을 하는 컨트롤러 두 가지로 구성된다. 착용형 기기는 앞쪽으론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화면이, 뒤통수 쪽으론 배터리가 위치한 구조다. 착용형 기기와 배터리는 머리 위 고무 끈으로 연결된다.


배터리는 휴대전화용 C케이블로 충전할 수 있다. 컨트롤러는 건전지로 구동되는 방식이다. 무게는 278그램(g)으로 아주 가볍지도, 아주 무겁지도 않다. 착용감은 있지만, 1시간 이상 착용하고 있어도 무게로 인한 압박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전원 버튼은 착용형 기기의 아래쪽에 있다. 1~2초간 꾹 누르면 파란불이 들어오면서 기기가 로딩을 시작한다. 이때 컨트롤러에도 파란불이 들어오면서 자동으로 연동된다. 기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컨트롤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컨트롤러는 빛을 발하는 형태로 시야에 나타난다. 컨트롤러를 수직으로 세워 들면, 각 버튼의 기능에 대한 설명이 나타나 작동하기도 쉬웠다. 컨트롤러에서 일직선으로 뻗어 나오는 빛으로 콘텐츠를 가리키면 해당 콘텐츠가 도드라지게 표현되고, 컨트롤러 앞쪽의 '트리거'(클릭 버튼)를 누르면 선택된다.

실제 VR 콘텐츠를 보려면 와이파이 설정과 아이디·비밀번호 입력 단계를 거쳐야 한다. 기본적인 설정 방법, 입력 방법은 모바일 기기나 PC와 동일하지만, 컨트롤러로 하나씩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방식이라 다소 불편했다. 하지만 최초 한 번만 입력해두면 장소를 바꾸지 않는 이상 이후에 매번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 소리는 이어폰을 이용해 듣거나 스피커를 통해 일반적인 방식으로 즐길 수도 있다.

VR은 기승전 '몰입도'

슈퍼VR로 체험한 VR기기는 기승전 '몰입도'였다. 첫 화면부터 이용자를 완전히 끌어들인다. 전원을 켤 때마다 각기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데 '이런 게 VR이구나'라고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예컨대, 열기구 위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듯한 풍경이 펼쳐지거나 도시의 밤하늘과 야경이 어우러진 장면이 360도로 펼쳐진다. 이용자는 시선을 연신 바꿔가며 이곳저곳을 살피게 된다. 실제 그곳에 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해 내 방에서 VR기기를 쓰고 있다는 사실도 잠시 잊게 될 정도다.

이처럼 이용자가 어떤 멋진 장소에 머무르면서 콘텐츠를 골라보는 방식이다. 자세를 조금 바꾸더라도 내 시선의 정면을 향해 '홈 버튼'을 꾹 누르면 콘텐츠가 뜨는 화면이 해당 방향으로 재정렬된다.

현재 '슈퍼VR'에는 영화, 자연물, 아프리카TV 등을 아울러 약 1만 편의 콘텐츠가 탑재된 상태다. VR 특화 콘텐츠들과 함께 일반적인 콘텐츠도 함께 실려 있다. 각 메뉴의 하단에는 △ 와이드(WIDE) △ 3D VR △ VR 등의 표시가 있어, 원하는 콘텐츠 유형별로 골라볼 수 있다.

영화 보면서 이동·식사·휴대전화 확인 어려워

VR기기를 착용하고 콘텐츠를 보는 것은 일반적인 시청 경험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형태의 경험이었지만, 아직 완전한 시청 경험을 즐기기에는 한계도 존재했다. 우선 콘텐츠 몰입도가 높은 만큼 와이파이가 조금만 버벅거려도 몰입감이 급격히 떨어졌다. 5G 시대에 촉망받는 콘텐츠라 하더라도 아직 5G 망이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라, 현재로선 4G LTE 와이파이 망에 의존하는 상태다.

또 두 눈을 완전히 가리는 방식이어서 콘텐츠를 보면서 무언가 먹기도 어려웠다. 흔히 집에서 영화 등의 콘텐츠를 볼 때는 치킨이나 피자를 시켜놓고 함께 즐기지만, VR기기를 쓰면 오로지 시청 경험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뭔가 발에 걸리거나 부딪힐 위험이 있어 VR기기를 쓰고 이동하는 것도 안 된다. 게다가 일반적인 시청 상황에서는 휴대전화를 확인할 수 있지만, VR기기를 쓴 상태에서는 잠깐의 문자 확인도 어려웠다. 기기를 벗었다가 다시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한 시간 이상 착용 시 답답하고 머리 '지끈'

'슈퍼VR'을 착용한 지 1시간이 넘어가자 콘텐츠를 계속 보고 싶더라도 기기를 벗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슈퍼VR은 완전히 충전했을 때 최대 3시간까지 이용(배터리 3500mAh)할 수 있지만, 기기로 눈을 완전히 씌우고 코 위쪽부터 이마 전체를 가리는 구조라 1시간 30분짜리 영화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것도 다소 답답하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대부분의 VR 특화 콘텐츠들은 3분에서 5분까지 짧은 길이로 만들어져 있었다. 여러 편을 연달아 보거나 오래 착용하기에는 아직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U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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