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합의'와 '개혁'…정개특위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들

김광호 / 기사승인 : 2019-09-12 10: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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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이후 정개특위 회의록 '워드클라우드' 분석
합의 265회, 개혁 210회, 제도 157회, 간사 117회 순
하승수 "개혁과 합의가 양 진영의 명분으로 활용돼"

20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숱한 우여곡절 끝에 8월 29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활동을 종료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안이 정개특위 손을 떠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올해 4월 여야 4당은 '동물국회' 논란속에 자유한국당과의 물리적 충돌까지 감수해가면서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워 추진 동력을 얻었다.


그러자 한국당은 선거법이 의결되는 것만은 막기 위해 정개특위 종료직전까지도 끈질기게 저항했으나 결국 법사위로 넘어가는 것을 저지하지 못했다. 패스트트랙을 기점으로 정개특위가 변곡점을 맞은 것이다.


이에 본지는 패스트트랙 이후 진행된 정개특위 회의록을 '워드 클라우드' 방식으로 분석해 여야 4당과 한국당의 핵심 키워드 및 대응 전략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전망도 함께 예측해봤다.

▲ 8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안건조정회의 전에 홍영표 정개특위원장이 안건조정위원회 소집 경과에 대해서 설명할 때, 장제원 자유한국당 간사가 손을 들어 발언을 신청하고 있다. [뉴시스]


정개특위 회의록 최다 언급 단어는 '합의'…'국민'도 5번째로 언급

'워드 클라우드'는 글에서 여러 번 반복된 키워드를 추출해 빈도수에 따라 크기를 다르게 보여주는 기법이다. 이를 위해 데이터 분석 전문 웹사이트 '젤리랩'(lab.newsjel.ly)을 통해 단어(형태소)별로 분류한 뒤 빈도수로 정렬해 여야 의원들이 정개특위 회의서 자주 쓴 말들을 뽑아낼 수 있었다.


본지가 분석한 정개특위 회의록은 패스트트랙 통과 이후 열린 11차(6월 20일)~15차(8월 26일)까지 회의로, 총 8만4천858자(공백 제외), 낱말 2만6천716개, 원고지 594장 분량이다. 이 중 '있다', '없다' 등의 무의미한 단어와 '그리고' 등의 접속사, 이름·직함·단체명 등을 제외하고 10번 이상 반복된 단어들로 분석이 이뤄졌다.


그 결과 5차례 회의에서 언급된 유의미한 단어들 중 최다 언급된 단어는 '합의'(265회)였으며, 개혁(210회), 제도(157회), 간사(117회), 국민(112회), 연장(106회), 발언(103)회, 진행·패스트트랙(100회) 순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선거법(97회), 처리(90회), 소위(85회), 의결(79회), 법안(76회) 등이 뒤를 이었다.


우선 '합의'가 가장 많이 언급된 배경에는 정치권의 오랜 숙원이었던 정치개혁을 여야 간 합의 정신으로 이끌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번 선거법 개정안이 선거제도에 대한 개혁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개혁과 제도, 선거법, 법안 등의 단어가 필연적으로 자주 언급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선거제 개혁의 당위성을 찾기 위해 '국민' 이란 단어도 5번째로 많이 거론됐다.


이와 함께 간사, 연장, 발언, 패스트트랙, 처리, 소위, 의결 등의 단어를 통해 여야의 협상과정이 얼마나 치열하게 전개됐는지를 엿볼 수가 있다. 이 단어들을 활용해보면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이후 개정안을 최대한 빨리 '의결'해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한국당은 '소위'에서 '간사'간 협의를 통해 가급적 많은 '발언'으로 시간을 끌면서 어떻게든 특위를 '연장'하려 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 20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제11차(2019년 6월 20일)~15차(2019년 8월 26일) 회의록의 ‘워드 클라우드’. 왼쪽부터 전체 발언, 여야 4당 의원들 발언, 자유한국당 의원들 발언.


여야 4당은 '개혁'에 방점…한국당은 '합의'를 방어 논리로

이는 여야 4당 의원들과 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을 나누어 분석해 보면 더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여야 4당 의원들은 홍영표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바른미래당 김성식 간사 등을 포함해 총 14인이 정개특위서 발언을 했는데, 가장 많이 거론한 단어는 바로 '개혁'(154회)이었다. 여야 4당이 무엇보다 정치개혁에 방점을 찍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 합의(150회), 제도(98회), 연장(84회), 간사(80회), 발언(77회), 의결(72회), 진행(68회), 국민(67회), 선거법·처리(58회), 패스트트랙(56회) 순이었다.


특이한 점은 이들 외에도 시간(44회)과 안건조정(42회)이 다수 언급됐다는 것이다. 이는 여야 4당이 정개특위 종료시점인 8월말을 앞두고 어떻게든 안건조정위를 통과시켜 시간을 단축시키려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장제원 간사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 8인은 회의 내내 최다 언급된 '합의(115회)'를 무기로 여야 4당에 맞서왔다. 여야 간 합의 정신을 어기면서까지 무리하게 선거제 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냐는 논리다. 합의 외에도 제도(59회), 개혁(56회), 국민(45회), 패스트트랙(44회), 선거법(39회), 소위(42회), 법안(41회), 간사(37회), 처리 진행(32회), 발언(26회) 등이 회의서 많이 나온 말들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합의와 마찬가지로 '국민'이란 단어도 선거제 개혁을 저지하기 위한 수단이자 방어 논리도 활용했다.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지 않은 선거법 개정이 무슨 소용 있냐는 주장이다.


이밖에 위헌(19회), 강행(17회) 등의 단어를 활용해 패스트트랙의 부당함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정개특위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여했던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이와 관련해 "이번 회의록에 대한 분석 결과처럼 정개특위에서 합의와 개혁은 두 진영의 명분으로 활용돼왔다"면서 "자유한국당이 '선거법은 합의 처리가 관행이었다'고 주장하며 합의라는 단어를 첫 번째 반대 논리로 펼쳐온 반면, 여야 4당은 선거법 개정을 추진하기 위한 명분으로 무엇보다 개혁을 강조해왔다"고 설명했다.


하 대표는 특히 "합의는 개정안의 본회의 표결전까지 여야 4당 내부에서도 중요한 키워드"라고 강조한 뒤 "대도시에 비해 인구가 적은 지역구를 갖고 있는 바른미래당이나 민주평화당, 대안연대의 일부 의원들이 불리하다고 판단해 이탈할 가능성이 있어 여야 4당의 합의가 깨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따라서 여야 4당은 남은 법사위 계류 90일 동안 기존안을 수정하는 등의 협의를 통해 내부 공조를 강화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U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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