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말싸미] '자기주장 강한 상차림'…지역별 이색 추석 음식

김혜란 / 기사승인 : 2019-09-12 10: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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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채지나(가명·50) 씨는 결혼한 뒤 시댁서 맞은 첫 명절을 잊을 수 없다. 하얀 자태를 뽐내는 닭을 차례상에서 볼 줄은 몰랐던 것. 충청도에서는 '계적'이라고 해서 통째로 삶아 낸 닭이나 꽃 모양으로 만든 삶은 달걀을 명절상에 내놓기도 한다. 서울 토박이인 채 씨에게는 이러한 상차림 문화가 생경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꿩 대신 닭'이라고 했던가. 예로부터 충청 지역에서는 꿩고기를 올렸지만, 점차 구하기가 어려워져 닭고기를 대신 올리게 됐다. 이처럼 지역마다 내려오는 고유의 제수 음식이 존재하고, 가문별로도 그 특징이 다르기도 하다. 이번 추석은 연고지가 다른 친구들과 각 집안의 차례상을 공유해보는 것이 어떨까.

 

▲ 비린내가 나지 않는 병어는 전라도를 대표하는 제수용 생선이다. [뉴시스]


#아! 다르고, 어(漁) 다르네?

명절 차례상에 올라가는 생선으로 지역의 특색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경북 안동시 등 선비 정신이 강한 지역에서는 '글월 문(文)'자가 들어간 문어를 차례상에 올린다. 학문을 숭상한다는 의미에서 '글을 읽을 줄 아는 생선'을 올리게 된 것이다. '전라도' 하면 홍어를 빼놓을 수 없지만, 차례상에는 병어를 올리는 집안이나 가문이 많다고 한다. 상어고기가 명절 상차림의 주인공인 지역도 있다. 예로부터 경상도에서는 상어고기를 토막 내어 소금에 절인 '돔배기'를 차례상에 올렸다. 바다가 먼 경기도는 제수용 생선 가짓수가 많지 않다. 생물보단 통북어를 주로 올린다. 이때 북어에는 집안의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겼다.


▲ 제주도 대표 제수 음식은 카스텔라? [셔터스톡]

 

#제주도의 #섬(島)띵_스페셜

사면이 바다인 제주는 독특한 지리적 요인 탓에 섬 고유의 특색이 담긴 차례상 문화를 간직해오고 있다. 제주에서는 명절만 되면 떡집이 아닌 빵집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 가운데서도 '카스텔라'가 대표적인 제수 음식으로 꼽힌다. 현무암 지대인 제주는 벼농사가 힘들어 쌀이 귀했다. 그래서 쌀떡 대신 술빵의 일종인 '상애떡(보리떡'을 올리게 됐다. 제빵 기술이 발달한 뒤로는 상애떡과 식감이 비슷한 카스텔라나 롤케이크가 차례상 위를 지키게 됐다. 과거 제주는 밤과 대추를 생산하기 어려워 귤로 대체했다. 직접 재배한 바나나, 파인애플 같은 열대과일을 내놓는 경우도 있는데 조상을 위한 후손의 넉넉한 마음이 전해진다.


▲ '깍쟁이' 같은 서울식 송편은 한 입 크기로 그 모양이 앙증맞다. [셔터스톡]


#전국팔도송편 #우리는조금다른편

추석음식으로 빼놓을 수 없는 송편이야말로 지역색을 강하게 드러내는 음식 중 하나다.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크기가 작은 편이다. 북한 지방의 송편은 성인 주먹만 하게 만드는 반면 서울과 경기도는 음식의 멋을 중시해 다양한 빚으로 색을 내고, 모시조개 모양으로 빚어낸다. 멥쌀가루 대신 감자녹말을 이용한 강원도 송편은 투박한 매력이 있다. 손자국을 내서 만들어 '손도장 송편'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피가 투명해 속이 다 들여다 보이는 게 큰 특징이다. 충청도는 말린 호박 가루로 만든 호박송편이 유명하다. 충남 홍성에서는 국화송편을 주로 먹는데 자색 고구마로 색을 낸 밑반죽을 쓰고, 수저를 돌려가며 국화잎 모양을 낸다.


U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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