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활성화하자더니"…제도에 발목잡힌 두 CEO의 하소연

김이현 / 기사승인 : 2019-09-14 18: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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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사용량은 압도적인데 재활용 처리시설 기준·기술 '부재'
LED조명 분리 '특허기술' 있어도 이용한계…지자체는 '도덕적 해이'

"계획은 앞서나가는데 제도가 못 따라온다."

자원재활용 업체 대표 A 씨와 B 씨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폐플라스틱과 LED조명 재활용 사업을 구상했지만 한계점에 부닥쳐 사업이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자원 낭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내도 국내에는 이를 뒷받침해 줄 기술이나 제도가 없는 탓이다.

A 씨는 폐플라스틱을 이용해 재활용 식품용기 생산을 계획했지만 한 발 멀어졌다. 현재 국내에서는 재활용 식품용기 생산이 금지된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제조 기준에 따르면 '물질 재활용'으로는 식품용기로 만들어 사용할 수 없다. 통상 폐플라스틱은 분류→ 이물질 세척→ 플레이크(조각화)→ 재가공 과정을 거치는데 이러한 방식으로 생산된 플라스틱 용기는 음식물을 담아 팔 수 없다는 얘기다. 각종 오염물질과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들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열·분해·중합 등 '화학적 재생법'을 거친 폐플라스틱은 식품용기 원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녹여서 완전분해한 후 정제하는 과정을 거쳐 중합하면 물질 재활용과 달리 유해물질이 제거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A 씨가 관심을 두고 진행해 온 것도 이 방식이다. '화학적 재활용'을 이용해 식품용기 만들어 국내에 판매하고 국외로 수출도 한다는 계획이었다.


▲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사용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식품용기로 재활용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사진은 쌓여 있는 플라스틱 더미. [픽사베이] 


사업 구상의 동기는 증가하는 플라스틱 사용량이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1인당 연간 사용량은 132.7kg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 5년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약 30% 증가했다. 이정임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플라스틱 폐기물이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은 식료품과 관련된 포장용기"라면서 "1인 가구와 노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편리한 플라스틱 사용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활용 식품용기, 사실상 생산 '금지'

식품용기 사용량만큼 안전성 논란이 제기되자 정부도 실태조사에 나섰다. 지난 6월 식약처와 환경부는 재활용 페트 사용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페트 재활용업체(24개소), 원단(시트) 제조업체(33개소), 원단(시트) 사용업체(95개소)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조사 결과 사용할 수 없는 재활용 페트를 이용해 식품용기를 제조·판매한 업체는 20곳에 달했다.

이 가운데 '화학적 재생법'을 거친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국내에선 화학적 재생법으로 원료를 회수하는 기술과 공정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재활용 식품용기는 사용이 금지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A 씨가 "유럽이나 미국은 각각 자기만의 인증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인증이나 기술이 없고 개념도 부족하다"고 말한 까닭이다.

수요 없으니 기술 발전·제도 미비

사업에 뛰어들어도 당장 시설 기준부터 발목을 잡는다. 폐기물 관리법에서는 재활용 시설로서 열분해와 관련된 기준이 없다.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하는 재활용 사업자들은 열분해 시설이 아니라 재활용 시설에서 연료화 혹은 용융 시설로 허가를 받는다. 해당 시설은 기계적 재활용 시설의 하위분야로 설정돼 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 재활용 시설과는 전혀 맞지 않는 규정이다. 구체적인 열분해 시설의 설치 기준과 관리 기준이 없다는 얘기다.

이유는 단순하다. '경제성'이 없다는 것. 플라스틱은 석유로 만드는 석유화학제품 중 하나다. 석유값에 따라 재생 플라스틱의 가격도 달라지지만 플라스틱 자체의 가격이 워낙 싸다. 폐플라스틱 처리 시 비용이 들어가는데 화학적 재생법은 적자를 보는 구조다.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불안정한 재활용을 쓸 필요가 없다. 수요가 없으니 기술 발전과 제도는 뒷전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화학적 재생법은 국내 기술이 부족하다기 보다는 새제품을 만드는 게 비용이나 효율성에서 더 낫다"면서 "특별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경제논리 아닌 환경 가치 생각해야"

하지만 경제적 논리만 따져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정애(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의원은 '재활용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플라스틱 폐기물의 화학적 재활용이 물리적 방법보다 더 다양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관련 연구 및 활용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제도·정책적인 측면에서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플라스틱 정책 담당자 워너 보스만(Werner Bosman)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EU에선 플라스틱 문제의 해결책으로 재사용이나 재활용을 통해 자원을 순환시키는 '순환 경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최종적으로는 시스템 개선과 기술개발을 통해 모든 플라스틱이 재활용되거나 분해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을 포함한 선진국에서는 환경적 가치를 더한 재활용 활성화를 권장하지만 한국은 관련 법이나 제도 연구조차 시행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 LED 조명은 2011년 활성화 방안에 따라 사용량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재활용 품목에 들어가지 않아 형광등과 섞여서 버려지고 있다. 사진은 LED

LED조명 활성화 방안에 사용량 증가

B 씨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폐 LED조명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B 씨의 발목을 잡는 것 또한 미비한 제도다. LED조명은 2011년 '녹색 LED조명 보급 활성화 방안'에 따라 2020년까지 국가전체 60%, 공공기관 100%로 보급을 늘인다는 목표를 세운 품목이다. 소비자들도 LED조명을 선호하면서 형광등 출고량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형광등 출고·수입 예상량은 5218만3000개로 지난해 7263만1000개에 비해 28.2% 감소했다. 반면 LED조명 보급률은 2013년 12.9%에서 지난해 43.9%로 늘었다.

하지만 재활용 관련 제도는 엇박자다. 형광등은 유해물질인 수은이 있기 때문에 재활용 품목으로 분류돼 있다. 폐형광등 분리수거함에 버리거나 각 지자체에서 수거하는 식이다. 생산업체도 매년 출고량 대비 일정 비율의 폐형광등을 반드시 회수해 재활용해야 한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때문이다. 반면 LED조명은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 LED조명은 형광등과 달리 재활용품이 아니고, EPR이 적용되지 않을 뿐 아니라 분리배출 방법이 모호한 탓에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재활용 효율 높은 LED조명…기술개발 직접 나서

B 씨는 이런 상황에서 LED재활용에 나섰다. LED조명에 붙어있는 칩을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이 기술을 활용해 폐 LED조명을 재활용한다. 그는 "LED는 70%가량이 플라스틱 및 알루미늄으로 이뤄져 있다"면서 "특허 기술로 LED 칩을 분리한 다음 유가금속을 추출하기 때문에 재활용률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거 자체가 녹록지 않다. LED조명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도 않았지만 폐기물을 선별하는 지자체에서도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B 씨는 "폐 LED재활용은 자원 절약과 환경오염 저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국가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폐자원을 재활용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지자체는 매립이나 소각에 드는 세금을 아낄 수 있지만 혹시나 문제될 것을 우려하는 듯하다"면서 "협력을 통해 수거하는 몇몇 지자체를 빼고 다른 곳들은 LED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지자체 경쟁에 애꿎은 업체만 피해

한 조명업계 관계자는 "각 지자체 선별장에는 형광등과 LED가 같이 섞여 들어오는데 형광등은 생산자들한테 처리비를 받지만 LED는 재활용 의무가 없다"면서 "지자체는 나몰라라 하고 선별을 잘 안 해준다"고 말했다. 이유는 합동평가지표 때문이다. 주민 1인당 분리수거량이 측정되는 지표는 형광등, 전지류(건전지,충전지), 종이팩 등이 대상품목이다. 상대적으로 재활용률이 낮거나 인체 유해성이 있어서 수거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측정 기준은 '무게'다. 지자체 입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무게를 늘려야 한다. LED는 주로 형광등과 같이 섞여서 배출되는데, LED를 빼면 무게가 줄어 다른 지자체보다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굳이 선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에서는 합동평가지표를 위해 LED를 따로 선별하지 않고 무게를 증가시키는 폐단이 있다"면서 "올해는 지표가 있기 때문에 수정할 수는 없고 내년 지표에서는 LED를 빼는 방향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EPR 도입 위한 연구용역 검토"

조명공제협회 관계자는 "결국 쓰레기량을 줄이고 재활용을 위해서는 LED도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가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EPR이라는 게 생산자가 책임을 지고 돈을 부담하는 면도 있지만 제조단계부터 재활용이 편하도록 생산해야 하는 책임도 있다"면서 "스스로 재질구조를 개선을 통해 생산 단계부터 재활용이 잘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EPR 도입을 위해 기준비용이나 법안 마련에 대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라면서 "빠르면 2021년부터 LED도 EPR에 포함해서 재활용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EPR을 하려면 발생된 폐기물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재활용 시설이 갖춰져 있는 재활용업체가 우선 생겨야 한다"면서 "올 하반기나 내년부터는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을 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U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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