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란의 토닥토닥] 무한경쟁 시대, 자녀의 교우관계는 어떻게 지도 해야할까

/ 기사승인 : 2019-09-16 1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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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처럼 친구는 경쟁자 이상의 귀한 의미가 있다. [pxhere]


날이 선선해지니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지역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시험준비를 같이 하는 그들이 참 대견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요람에서부터 경쟁을 마주한다. 좋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위해 출생 전부터 대기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산후조리원에서부터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열성맘들이 있다는 소식도 낯설지 않다.


지금 청소년들은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친구들과 경쟁해 우위를 점해야 입시에 유리하다. 또 학생생활기록부에 우수한 기록을 남겨야 이익이 되는 상황이 되어 친구들을 경쟁자로 보는 일이 빈번하다.

반면 연세가 드신 분들은 자녀의 친구들을 보면 또 다른 자식처럼 여겨진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지켜 본 터라 살아온 내력을 훤히 알기에 그렇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처럼 친구는 경쟁자 이상의 귀한 의미가 있다.

학교에서는 보통 교우관계조사를 실시해왔다. 같이 짝하고 싶은 친구는 파란색으로, 짝하고 싶지 않은 친구를 붉은색으로 표시하여 종합해보는 방식이다. 학생이 친구들과 인간관계를 얼마나 잘 맺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어떤 학생은 학급에서 단 한 사람도 짝하고 싶어 하지 않게 나타나 주목하게 된다. 교사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지 상담한다.

흔히 아이들이 공부 잘 하는 친구를 좋아할 것 같지만 재미있는 친구를 가장 좋아한다. 운동을 잘 하거나 유머가 있거나 유쾌한 친구를 선호한다. 개성 있고 활달한 친구가 인기다. 조용하거나 소극적인 친구들은 여간해서 인기를 얻기가 쉽지 않다. 친구도 적다. 그렇다고 친구를 못 사귄다고 염려할 일은 아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친구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어 페이스북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트위터의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 역시 내성적이고 우유부단한 성격을 이겨내려고 소통방식을 궁리한 끝에 개발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떤 친구들은 말보다는 글로 소통을 잘한다. 내면에 집중하는 친구들은 또래들과 다방면으로 친하게 지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고대 로마에서는 자녀가 어려서부터 나이가 같은 또래의 노예를 선발했다. 노예의 자녀 중에서 영민한 이를 골랐다고 한다. 운동과 공부를 함께 해 갈 친구로 모든 교육을 똑같이 시켰다. 그렇게 자녀와 대화할 수 있는 교양을 갖추고 인품을 함양하게 했다. 그 노예는 대개 자녀가 죽을 때까지 함께 운명을 같이 한다. 거의 생의 반려라고 할 수 있다. 어려서는 공부를 같이 하고 자라서는 주인의 비서관 역할을 하고 어디가든 동행한다. 심지어 전쟁이나 정치적 소용돌이에서 주인이 죽음에 이르게 되면 함께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고 한다. 부모가 세상을 뜨더라도 자녀를 부모 대신 보좌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고안해 낸 양육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자녀가 어떤 친구들을 주로 사귀는 지 살펴보면 자녀의 모습을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자녀의 친구를 대할 때는 누구든 진심으로 따뜻하게 맞아준다. 자녀는 부모가 자신의 친구를 대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느낀다. 성장기에는 친구를 곧 자기 자신처럼 느낄 정도로 막역하기 때문이다.

어느 어머니는 한때 자녀가 청소년기에 집에 데려온 친구들을 반기지 않았다고 한다. 공부를 열심히 안 하고 자녀가 배울만한 점이 부족해보여서였다. 그런 속을 말하지 않았는데도 어머니의 그 마음은 정확히 그 친구의 마음에 전달되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자녀가 성인이 된 후 동창 모임에 나갔는데 대뜸 그 친구가 어머니 안부를 물어왔다고 한다. 반가워서 묻는 게 아니라 "OOO씨 잘 계시느냐?"고 하는데 어머니의 성함까지 기억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자기가 성공해서 잘 살고 있다고 전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무심코 말없이 속을 비추었는데 어린 친구는 두고두고 상처가 된 것이다.

흔히 자녀가 공부를 소홀히 하고 피시방을 전전한다든지 놀이에 빠진다든지 하면 친구를 잘못 만나서라고 여기기 쉽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자기 자녀가 도리어 그 친구를 곁길로 빠지게 하고 있지나 않은지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죽마고우는 커서도 친구 어머니를 자기 어머니처럼 부르게 마련이다. 친구 부모로부터 환대를 받고 자기 집처럼 활발하게 놀고 뒹굴고 잠자곤 한 기억은 평생 행복한 추억이 된다. 성인이 된 자녀가 난처하게 되었을 때 말 한마디라도 격려해주고 공감해 줄 사람은 어린 시절 친구다.

간혹 자녀가 어떤 친구의 흉을 볼 때가 있다. 그 친구가 보기 싫어서 전학가고 싶다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그럴 땐 "왜 친구 흉을 그렇게 보니? 좋은 점도 있겠지.", "네가 너무 지나치게 신경 쓰고 있구나. 무시해버리면 되지.", "네가 너무 만만하게 보여서 그런 거 아니니?" 라고 말하기 쉽다. 그러나 그런 말은 정답일지는 몰라도 자녀에게 설득력이 없다.

일단 자녀의 감정에 공감하고 맞장구를 쳐 준다. "나라도 힘들 것 같구나!", "그 친구는 왜 그렇게 행동하지? 너 마음 상하게. 네가 괴로워하니 나도 그 친구가 미워지려한다."하고 이해해 준다. 아이에게는 큰 감정의 무게로 다가오는 친구관계이므로 그 어려움을 알아주는 게 좋다. 그리고 부모의 과거 경험도 이야기해 본다. "나 역시 어떤 친구 때문에 학교에 안 가고 싶을 때가 있었단다." 하면서 옛이야기처럼 풀어본다. 자녀는 자기 친구 문제에서 살짝 거리를 두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최근 다변화된 입시 문제가 여러 모임에서 화제다. 이해하기도 방대한 각종 입시 전형은 부모를 더욱 당혹스럽게 한다.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친구가 자기보다 더 잘 하면 도리어 불안해지는 구조다. 좋은 정보를 알아도 나누지 않는다. 심지어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수시 전형에서 어떤 지원을 했는지 또 합격했는지 여부조차 묻지 않는다고 한다. 내내 평생 함께 할 친구처럼 지내지만 입시에 있어서는 경쟁자 이상이 아니라는 점은 안타깝다. 그런 상황에서 각자 더 열심히 잘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다양한 사람과 더불어 사는 마음을 갖추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자녀의 친한 친구 이름과 연락처를 알아 둔다.
■ 친구와 주로 어떤 취미활동을 하며 지내는지 어떤 놀이를 좋아하는지 물어본다.
■ 가끔 자녀의 친구를 집으로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 자녀의 친구들과 다양한 대화를 나눠본다. 자기 부모보다 친구 아버지나 어머니와 더 생각이 잘 통했다는 청소년이 많다.

▲ 박형란 청소년상담전문가

 박형란 청소년상담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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