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속 뒷전 된 통신비밀보호법…개정 시한 '촉박'

오다인 / 기사승인 : 2019-09-18 21: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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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토론회…"수사기관 불법행위 통제해 기본권 보호해야"
시민사회, 지난해 헌재 결정 후 기본권 강화한 전부개정안 마련
2020년 3월 31일 개정 시한…"정부, 충실히 공론 수렴할 필요"

집회나 파업에 참가한 사람을 체포하기 위해 수사기관이 실시간 위치 추적에 나서는 행위는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므로 제도적인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은평갑)은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입법토론회를 열고 통신비밀보호법의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는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 정보인권연구소 △ 진보네트워크센터 △ 참여연대 △ 천주교인권위원회가 공동 주최했다.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신비밀보호법의 개선 쟁점과 방향'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통신비밀보호법은 통신 비밀을 보호하고 통신 자유를 신장하려는 목적에서 1993년 12월 제정됐다. 하지만 이런 목적과는 달리 수사기관이 일부 모호하거나 허술한 조항을 이용해 수사 대상의 기본권을 침해한 사례가 드러나면서 여러 차례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됐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6~8월 실시간 위치 추적, 기지국 수사, 인터넷 회선 감청 등 3건의 사건에 대해 모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20년 3월 31일을 시한으로 법을 개정하라고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 통신제한조치(감청) 기간을 제한 없이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규정 △ 수사기관이 위치정보 추적자료를 광범위하게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규정 △ 기지국에 대한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수사 필요성만으로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규정 △ 전기통신가입자의 위치정보 추적자료를 제공받은 후 기소중지 결정 등이 있을 때에는 해당 사실을 통지하도록 하지 아니한 규정 등이 각각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이 같은 결정이 있고 나서 정부는 지난 3월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안을 내놨지만, 국가인권위원회와 시민단체들로부터 "기본권 보호에 역행하는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 의원은 이날 인사말에서 "인권에 부합하는 개정안을 만들기 위해 토론회를 마련했다"면서 "토론회에서 나오는 의견들을 법안에 충분히 녹여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 겸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은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실질적인 기본권 보장과 기본권 최소 침해에 기여하도록 실무 관행 등을 고려해 법원의 '허가'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안으로는 "공권력의 발동 요건, 행사 절차, 행사 후 절차를 엄격히 만들어 기본권을 제한할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시민사회에서는 기본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통신비밀보호법 전부개정안을 만들어 왔다.


이날 해당 개정안을 발표한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겸 정보인권연구소 이사장은 "발표는 제가 하지만, 인권과 시민사회의 활동가들이 지난 7~8개월간 만들어온 법안"이라면서 "정부를 향해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개정안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입장에선 많은 고심 끝에 (일부)개정안을 내놨겠지만, 제도적인 통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명시하지 않는 등 굉장히 미흡하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발의도 없었고 입법예고도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내년 4월 중순 경 선거에 돌입하는 일정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번 정기국회가 개정안 심의의 마지막 기회일 텐데, 선거로 인해 국회에서의 논의가 부실하게 될 우려도 있다"면서 "앞으로 남은 시간이 많지 않지만, 정부는 공론 수렴을 충실히 이행해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는 안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부개정안은 △ 감청 대상범죄 축소(요건 강화) △ 패킷 감청 통제 강화(엄격한 예외 규정 신설) △ 사생활 정보 수집 시 즉시 폐기 또는 삭제하고 이를 기록에 남기도록 규정 △ 감청 집행 종료 시 즉시 통지 및 법원 허가에 따른 통지 유예 등을 담고 있다. 통신사실 확인자료와 위치정보 추적자료의 제공 요건도 '체포 또는 증거 수집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 등으로 명시해 강화했다. 현행법은 '체포 또는 증거 수집이 어려운 경우'로만 규정하고 있다.

▲ 조지훈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신비밀보호법의 개선 쟁점과 방향'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에 관해 조지훈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 겸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위원장은 "수사기관이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만으로 광범위한 수사가 가능한 현실을 반영해 절차부터 원칙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점을 반영한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범죄 수법이 첨단화하는 실정을 고려해 수사 수단으로서의 필요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개진됐다.

전현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기획조정실 기획팀장은 "사이버 범죄 수사는 경우에 따라 강력한 수사 수단이 필요한 때도 있다"면서 "수사기관이 강력한 수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되 통제를 같이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통제하는 방법으로는 (불법적으로 획득한) 증거 능력을 부인하는 것 이상의 구체적인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U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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