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유령채권'…2000만원이 200억원 어치로 둔갑

손지혜 / 기사승인 : 2019-09-18 16: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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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증권 계좌에 입고되면서 1000배 부풀려지는 사고 발생

채권 매도 물량이 실제 물량 보다 1000배 많게 시장에 나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주문이 매매까지 가지는 않았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9시12분과 13분에 JTBC 회사채 매도 주문 300억 원, 500억 원 어치가 각각 한국투자증권 창구를 통해 채권시장에 나왔다. 매도 주문 물량이 800억 원 어치로, 이 회사채 총 발행액 510억 원을 훌쩍 넘어선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전자증권제 시행으로 전산시스템을 바꾸면서 개발자가 '타사 대체 채권' 입고 시 실제 금액의 1000배가 입력되도록 설정을 잘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한 고객의 지적으로 오류를 인지하고 관련 채권의 매매 및 입출고 정지 조치를 취해 거래는 체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타사 대체 채권'이란 고객이 다른 증권사 계좌로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옮기는 것으로, 이날 한투증권 계좌로 들어온 채권의 금액이 잘못 입력됐다는 설명이다.

 

해당 고객은 JTBC 회사채 2000만 원 어치를 한투증권 계좌로 옮기는 과정에서 금액이 200억 원으로 급증한 것을 보고 회사 측에 이를 알렸다.

 

그러나 한투증권이 이 문제를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기 전에 다른 '타사 대체 채권' 입고 계좌 두 개에서 각각 금액이 1000배로 부풀려진 300억 원, 500억 원 어치의 매도 주문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나왔다.

 

이날 시장에 잘못 나온 매도 주문 물량이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해당 주문이 거래소 시스템에서 최종적으로 취소된 시각은 각각 오전 10시25분과 28분이었다.

 

만일 고객의 신고가 없어 회사측의 거래 정지 조치가 더 늦어졌다면 거래가 체결됐을 수도 있었다.

 

이는 증권사 실수로 있지도 않은 유령 주식이 매도 물량으로 쏟아져 나온 작년 삼성증권 배당착오 사태나 유진투자증권의 미보유 해외주식 거래 사고와 비슷한 금융사고다.

 

금융당국은 삼성증권과 유진투자증권 사건후 유령 주식 문제를 해결하고자 거래 시스템을 점검하고 증권사의 내부통제시스템 개선까지 완료했다고 밝혔으나 이번에 유사한 사고가 채권시장에서 발생함에 따라 국내 증시의 거래시스템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게 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 시스템은 발행잔액(만기가 도래하기 전의 채권 잔액)을 넘어서는 주문을 거부하게 돼 있는데, 이번 주문은 발행잔액(510억원)보다 적은 금액으로 나뉘어 나와 주문을 걸러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U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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