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나와라" 3년 기다린 위안부 소송, 오열 속 첫 재판

이민재 / 기사승인 : 2019-11-13 20: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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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정부 측 법정 불출석…이용수 할머니 "억울하다" 오열
타국에 법적 책임 묻지 못하는 '주권면제' 원칙이 쟁점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위안부 할머니가 3년 만에 열린 첫 재판에서 눈물을 흘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장판사 유석동) 13일 오후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 (왼쪽부터)이옥선, 이용수, 길원옥 할머니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이용수 할머니는 법정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곱게 키워 준 부모님이 있는데, 군인에게 끌려가 전기 고문 등을 당하고 돌아왔다" "저희는 아무 죄도 없고, 일본에 죄가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30년간, 90세가 넘도록 죽을힘을 다해 일본 대사관 앞에서 외쳤다. 일본이 당당하다면 재판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재판장을 향해 "저희를 살려달라. 진상 규명과 공식 사과를 외치고 재판을 하는데도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너무 억울하다"고 오열했다.

이날 법정에 일본 정부 측은 출석하지 않았다.

앞서 이 할머니를 비롯한 생존한 피해자 11명과 이미 세상을 떠난 피해자 6명의 유족 등 21명은 2016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2억 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소장 송달을 거부해 3년 동안 한 번도 재판이 열리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소송이 헤이그송달협약 13 '자국의 안보 또는 주권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한국 법원의 소장 접수 자체를 거부했다. 주권 국가는 타국 법정에서 재판받을 수 없다는 '주권면제' 원칙을 내세운 셈이다.

결국 법원은 공시송달 절차에 따라 재판을 열었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8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00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정병혁 기자]


재판이 지연되는 사이 소송을 낸 생존 피해자는 5명으로 줄었다.

이날 재판에는 원고 중 이용수, 길원옥 할머니가 출석했다. 이 소송 원고는 아니지만 다른 소송을 제기한 이옥선 할머니도 함께 법정에 왔다.

이옥선 할머니는 이날 발언 기회를 얻어 "나라가 잘못해 놓고 재판에 나오지도 않는다" "아베(일본 총리)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할머니들이 다 죽기를 기다리는데, 역사가 남아 있기에 꼭 해결해야 한다" "법적 배상을 받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자들의 법률 대리인은 "72년 전 침해된 인간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 국내·국제법상 일본의 책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소송을 냈다" "일제에 의해 인격이 부정된 피해자들에게 대한민국 헌법이 인권을 회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제법과 관련해 한국·일본 양국 전문가를 증인으로 신청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면제(주권면제) 이론이라는 큰 장벽과 관련해 설득력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재판부가 잘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내년 2 5일을 두 번째 변론기일로 정했다.

U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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