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방위비분담금 90% 한국 환원은 사실일까?

김당 / 기사승인 : 2019-11-15 18: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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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 미 국방장관, 한국의 GDP 수준에 걸맞은 인상 요구
'90% 환원'은 사실, 국방부도 인정…GDP도 명목·실질소득
하지만 산업파급효과 미미…기회비용·환경오염 피해 빠져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한국이 지출한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의 90%는 한국에 그대로 다시 들어오는 예산"이라며 한국의 GDP 수준에 걸맞은 분담금 인상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한국이 지출하는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의 90%는 한국으로 환류되어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에 기여하니 분담금을 인상해도 한국 경제에 부담이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주장은 사실일까?

 

▲ 정경두 국방장관과 마크 애스퍼 미 국방장관이 15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회의를 가진 뒤 공동 주관한 공동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에스퍼 장관은 15일 정경두 국방장관과 함께 한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의 연합방어 능력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서도 논의를 했다"면서 "연말까지 대한민국의 분담금이 늘어난 상태로 11차 SMA(방위비분담 특별협정)를 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이번 SCM에서 한미 간 의견 차가 어느 정도 조율이 됐는지'를 묻는 질문에 분담금 협상이 진행 중임을 감안해 늘어난 분담금 액수를 공개하진 않았다.

 

하지만 에스퍼 장관은 "GDP(국내총생산) 비율로 따졌을 때 미국은 미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우방들을 지키기 위해 국방비로 상당 부분을 지출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은 부유한 국가이기 때문에 조금 더 부담을 할 수 있는 여유도 있고 조금 더 부담을 해야만 한다"고 공개적으로 GDP 비율에 걸맞은 분담금 인상을 요구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어 문제의 '분담금 90% 한국 환류' 발언을 했다. 관련 발언의 전문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미측의 입장을 말씀드리면, 국방비와 관련해서 우방국들과 동맹국들에게 그 기여도를 조금 더 부담하도록 하는 쪽으로 항상 이렇게 얘기했다. 이와 같은 메시지를 아시아나 유럽 국가들에게도 했고 그 외에 다른 국가들에게도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한미동맹은 매우 강한 동맹이며 대한민국은 부유한 국가이기 때문에 조금 더 부담을 할 수 있는 여유도 있고 조금 더 부담을 해야만 한다.

 

GDP 비율로 따졌을 때 미국은 미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우방들을 지키기 위해 국방비로 상당 부분을 지출하고 있다.

 

한국은 여태까지 계속해서 기여와 지원을 해왔다. 하지만 한국이 지출한 그 분담금은 90%는 한국에 그대로 다시 들어오는 예산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은 줄곧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우방국과 동맹국들에게 조금 더 인상된 수준의 방위비분담금을 요구한 것이다."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은 한반도 방위의 핵심 역할을 하는 주한미군 주둔경비의 일부를 우리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다.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은 크게 인건비, 군사건설, 군수지원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이 부담한 방위비분담금 총액 9602억원의 배정액 현황은 △인건비 3710억원(39%) △군사건설 4442억원(46%) △군수지원 1450억원(15%)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서 주한미군의 한국인 노동자의 임금으로 전액 현금 지원하는 인건비와 전액 현물 지원하는 주한미군 시설 건설과 용역 및 군수지원이 한국에 환원되어 결국 한국 경제에 기여한다는 논리이다.

 

또한 방위비분담금의 한국 환류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 방위비분담금 배정액 현황(2018년 기준) [2018국방백서]


2014년 당시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은 "방위비분담금은 주한미군 고용 한국인 노동자의 급여, 한국의 납품용역업체, 한국 건설사업에 지출됨으로써 한국 경제를 촉진한다"라며 방위비분담금이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점을 강조했다.

 

국방부도 〈국방백서〉에서 "방위비분담금의 90% 이상은 국내 경제에 환원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방위비분담금의 90% 이상은 우리나라의 장비·용역·건설 수요와 한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를 창출하여 내수 증진과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국내 경제에 환원된다. 인건비는 주한미군사령부에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에게 지급되고 있으며, 약 12%의 설계·감리비를 제외한 군사건설비의 88%가 건설공사를 담당하는 우리 업체에 현물로 지급되므로 우리 경제에 환원된다고 볼 수 있다. 군수지원비도 100% 현물로 사업시행자인 우리 업체에게 지급되므로 집행액 대부분이 우리 경제로 환원된다고 할 수 있다."(‹2016 국방백서›, 134쪽)

 

하지만 미국이 분담금 인상의 근거로 내세운 GDP에도 명목소득과 실질소득의 차이가 있듯이, 방위비분담금이 한국에 환원된다는 사실만 가지고 한국 경제에 기여한다고 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비약이다.

 

우선 분담금 배정 비율이 가장 큰 군사건설은 막사, 군인 숙소, 식당, 교회 시설 등으로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 건설사업이지 산업생산 시설이 아니다.

 

또한 군수지원 사업도 탄약 저장관리, 전쟁 예비물자 정비, 철도·차량 수송지원 등 산업기술과 관계가 없는 단순 노무 성격의 용역사업이다.

 

군수지원 사업에서 유일하게 국내 산업 연계 효과가 있는 대한항공의 미군 항공기 정비도 인건비 비중이 높은 단순 기체 정비가 대부분이고, 기술집약적인 미군 항공기 정비사업은 미국 기업이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비분담금이 한국으로 다 환류되는 것도 아니다. 군사건설비의 12%(설계감리비)는 현금으로 미국 기업에 지급된다.

 

국회 외통위에서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문제를 천착해온 송영길 의원(인천 계양을)도 15일 낸 성명에서 "(미국은) 방위비분담금이 '한국 경제와 한국인에게 돌아간다'고 하지만, 주한미군을 위해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인건비' 집행행태는 전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예컨대 지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8년의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는 2011년 3387억원에서 2018년 3710억원으로 323억원이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수는 8856명에서 8612명으로 무려 244명이나 줄었다"면서 "올해 방위비분담금 중 인건비 항목은 5005억원으로 작년 대비 1295억원이 늘어났지만, 도리어 주한미군은 한국인 근로자 250여명을 감원시켰다"고 덧붙였다.

 

분담금 90% 환원에 따른 한국 경제 기여론은 그 무엇보다도 1조원이 넘는 방위비분담금을 생산적인 사업에 투자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무시하고 있다. 방위비분담은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 유발효과가 높은 다른 사업에 투자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다.

 

또한 분담금 90% 환원에 따른 한국 경제 기여론은 주한미군 주둔에 따른 개발 제한과 지역 산업구조의 왜곡, 그리고 환경 오염으로 인한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도외시한 주장이다. 경기연구원은 경기북부 지역(의정부, 동두천, 파주)이 1952년부터 60년간 미군 기지 부지를 경제적으로 활용하지 못함으로써 입은 피해액이 38조원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트럼프 시대, 방위비분담금 바로 알기›, 143쪽).

 
UPI뉴스 / 김당 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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