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보다 광고에 주력"…상술에 둔해진 활화산 공포

임혜련 / 기사승인 : 2019-12-16 15: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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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전문가 "선정적 문구로 관광객 유치…책임은 뒷전"
뉴질랜드의 화이트섬에서 최근 화산 폭발로 16명이 사망하고 30여 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하며 전 세계 화산 관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9일(현지시간) 뉴질랜드 화이트섬의 화산이 분출한 후 흰색 연기를 내뿜고 있다. [AP 뉴시스]

여행 전문가 존 마라트로나는 15일(현지시간) CNN에 사고가 발생하기 전 화이트섬은 위험을 즐기는 관광객들에게 흥미로운 관광 상품으로 팔렸다고 전했다.

뉴질랜드 북부 해안의 화카타네(Whakatane) 마을에서 와카리(Whakaari)라고 알려진 이 화산을 보트나 헬리콥터를 타고 방문하는 관광 상품은 수십 년 동안 여행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뉴질랜드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에서 아이슬란드까지 여러 국가들은 용암과 연기가 솟아오르는 활화산의 자연경관을 보며 모험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을 정기적으로 유치해왔다.

그러나 이번 화이트섬 화산 폭발 사고로 뉴질랜드와 더불어 이런 관광 산업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높아지고 있다.  

마라트로나는 예전에 이 섬을 여행했던 경험을 CNN과 인터뷰를 통해 털어놓으며 안전보다는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데 몰두한 여행사들의 상술을 꼬집었다. 2006년 방문 당시 화이트섬을 홍보하는 브로우셔에는 '싱글 백인 여성'이라는 제목으로 '연인을 구하는 광고' 형식으로 해당 관광지를 매우 선정적으로 홍보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 브로우셔에는 "(이 화산은)김이 나고 매우 활동적이며, 20만 년 됐다. 비슷한 상대를 찾는다"며 "휴화산·사화산은 받지 않는다"고 적으며 섹슈얼한 이미지를 연상케했다.

이 광고는 2003년에 인쇄됐지만, 마라트로나가 화이트섬을 방문한 2006년까지 배포됐다.

화이트섬 투어는 번지 점프, 보트, 급류 래프팅의 활동과 함께 스릴을 찾아 뉴질랜드를 여행하는 배낭 여행객들의 여행 일정에 포함됐다.

▲ 뉴질랜드 구조대가 13일(현지시간) 탑승한 배가 실종자들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섬에 접근하고 있다. [AP 뉴시스]

마라트로나는 투어 여행을 위해 보트에 탈 당시 위험이 생길 시 책임을 진다는 조항에 서명했지만, 이 조항만으로 구체적인 위험성을 알리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섬으로 가는 길에 가이드가 가스 마스크와 안전모를 나눠줬고 목적지에 대한 기본적이고 간단한 사실들을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는 화산이 "매우 활동적"이라고 강조했으며, 배에서 내려 걷게 될 지형은 비교적 최근인 1975년에서 2000년 사이에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화산 활동 수준이 레벨1에 있으며, 레벨3은 지속적인 분출을, 레벨5는 재앙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이드가 화이트섬 화산 폭발 위험은 언제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뉴질랜드의 모니터링 서비스 '지오넷'은 화산을 관찰해 5단계의 경보 시스템을 운영한다. 1단계는 작은 분출을, 5단계는 대형 화산 폭발을 의미한다.

지난 9일 분출 당시 지오넷은 화산 경보 시스템을 현행 안전 지침에 따라 여행을 계속할 수 있는 허용 가능한 수준인 2단계로 설정했다.

마라트로나는 몇 시간을 항해한 끝에 도착한 화이트섬 분화구의 풍경은 외계 행성과 같았다고 말했다. 바다는 노란빛을 띠고 바위는 갈색이었으며 공기는 무거웠다. 가장 섬뜩한 것은 침묵이었다.

가이드는 "모든 물건은 포장해서 집어넣고 특히 카메라는 비닐에 싸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공기가 부식성"이라고 경고했다.

김이 나오고 있는 화도(vent)도 많았다. 가이드는 "근처로 가지 말라"고 경고하며 "가장 뜨거운 것은 95도에 달하며 과열될 경우 200도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이드는 2000년 폭발로 생긴 잔해를 보여줬다. 그는 "분화는 12초가량 지속했지만, 5피트 길이의 바위를 뿜어냈다"고 말했다.

바닥에 그려진 흰색 선에 도달하자 가이드는 멈추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는 "여기부터는 지각이 얇다"면서 "더 멀리 걸어가면 발이 땅 아래로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보트로 돌아온 가이드는 부식된 신발을 바꿔 신었다.

마라트로나는 화이트섬에 갔다 올 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수년에 걸쳐 그곳을 방문했던 수많은 관광객처럼 흥미를 위해 위험한 행동을 감행했다고 고백했다.

UPI뉴스 / 임혜련 기자 ihr@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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