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숑 "부동산정책 방향 틀렸다…실수요자 더 피해"

김이현 / 기사승인 : 2020-01-18 10: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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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렬 부동산조사연구소장 인터뷰
"집값 상승 투기탓 돌려선 안돼…규제정책은 미봉책"
"공급 늘리고 광역교통망 확충해 실수요 분산해야"
▲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인근 사무실에서 UPI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정부 부동산대책, 타겟팅이 완전히 잘못됐어요. 그러니 아무리 대책을 내놓아도 집값이 잡히지 않죠."

필명 '빠숑(ppassong)', 부동산 업계에서 '족집게'로 통하는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의 진단이다. 강력한 규제로 부동산 안정화를 이끈다는 정부의 방향이 틀렸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서울 집값 상승의 요인을 '투기수요'로만 판단하고 정책을 만든 탓에 오히려 '실수요자'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지적한다.

김 소장은 20년간 한국갤럽에서 마케팅리서치 업무를 맡아왔고, 주로 부동산 수요조사에 집중했다. 특정 입지에 아파트를 분양할 때 수요가 있는지, 있다면 분양가를 얼마나 받을지 등을 객관적으로 '분석'했다. 국토교통부, 한국감정원, 서울시 등 정부부처나 지자체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부동산이 안정화되고 있다"거나 "더 강력한 대책을 계속 내놓을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에는 우려가 앞선다.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집값이 치솟는데, 지금처럼 매물을 묶어놓는 미봉책은 결국 가격 상승으로 연결된다는 주장이다. 김 소장은 "정책이 효과가 있으려면 대기 수요층이 없어야 하는데, 서울 수요는 계속 늘어난다"고 말했다.

잠재적 수요층이 늘어나는 이유로는 '일자리'를 꼽았다. 김 소장은 "좋은 직업과 일자리가 가장 많으면서도 계속 증가하는 곳이 서울"이라면서 "지방에서도 사람들이 계속 올라오는데 집값이 빠지길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인근 지역으로 밀려난 사람들은 언제든 서울에 들어올 여지가 있으면 돈을 주고 들어올 대기 수요란 얘기다.

결국 김 소장이 내린 해결책은 '실수요 분산'이다. 정부는 주택공급 마스터플랜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이와 함께 광역교통망이 개통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의 비전은 '균형있는 국토 발전과 편리한 교통'이다. 그는 "국토부는 규제만 펼칠 게 아니라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본연의 업무를 해야 한다. 이렇게만 하면 주택시장 안정된다"고 강조했다.

▲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인근 사무실에서 UPI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집값 상승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가.

"수요 대비 공급이 적기 때문이다. 서울과 수도권은 일자리와 거주인구가 증가하는데, 제조업 기반인 지방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예를 들어 군산GM이 문을 닫았는데, 2000명의 일자리가 그냥 없어졌다. 이 사람들이 서울과 경기로 온다. 이 수요를 서울이 다 감당하지 못한다. 부동산이라는 게 단기간에 다 공급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공급이 늦다보니, 가격이 올라간다. 이런 수요증가는 투기하고는 전혀 무관하다. 또 지금은 세대가 분화된다. 과거에는 5~7인 가족이 많았다면, 지금은 한 세대만 산다. 서울에 집이 늘긴 느는데, 3% 미만으로 는다. 이게 2배 정도 늘어나야 세대수를 감당하는데, 이걸 감당하지 못한다."

—집값상승이 투기때문이라는 시각이 잘못됐다고 보는 이유는.

"투자자들은 싸지 않으면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또 투입금액이 많이 들어가면 투자하지 않는다. 지금 서울은 투입금액도 많이 들어가고, 시세도 많이 올라있다. 시세차익을 단기간에 볼 수가 없다. 서울은 취득세가 높고, 양도소득세도 중과되고, 실익이 하나도 안 남는다. 투자를 누가 하나. 서울은 다 실수요다. 이 지역에서 실 거주하고 싶은 사람들이 지금 들어가 살거나, 미리 들어가 살기 위해 전세나 대출을 끼고 사둔 것이다. 이런 층은 규제를 아무리 해도 자기와 상관없어서 집을 절대 팔지 않는다. 결국 서울은 지금 전세도 매매도 매물이 없다. 그러니 가격이 올라간다. 이건 규제로 잡힐 대상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도 30번 나왔다. 똑같은 걸 지금 반복하고 있다."

—그럼 정부는 왜 '투기수요'가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고 말하나.

"가상의 적을 하나 만들어야 한다. 뭔가 원인을 찾고 그것을 제거해야 된다는 식의 논리다. 집값 상승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과거부터 올라가면, 건설사들이 선분양이든 비싸게 분양하는 것, 전세자금대출이라는 나오면 안 되는 상품이 나온 것 등 복합적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수요 대비 공급이다. 그냥 놔두면 자연스럽게 오르면서 조정이 되고, 시장 흐름대로 가야한다. 지금은 매물이 있어야 하는데, 매물이 쌓이지 않게 하는 정책이 나온다. 신규 아파트는 비싸서 어차피 가격이 올라가지 않는다. 근데 워낙 매물이 없다보니, 그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소수만 비싼 집을 사는 거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나 대출규제에 이어 강력한 대책을 계속 시행한다는 방침인데.

"분양가상한제와 대출규제는 한계가 있다. 서울 규제지역에서는 이미 2017~2018년까지도 다주택자에게 대출이 안 나왔다. 대출규제를 하니 실제 이사갈 사람들, 집을 살 무주택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다. 또 상한제가 먹히기 위해서는 대기 수요층이 없어야 한다. 돈을, 프리미엄을 더 주고 들어오겠다는 층이 없어야 하는데, 서울은 이미 돈을 들고 서있다. 결국 서울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경기, 인천으로 간다. 서울에 남은 사람들은 투자목적이 아니라 서울에 살아남기 위해 돈을 더 지불한 실수요자다. 경기, 인천으로 밀려난 사람들도 본인을 그 지역 사람으로 생각 안 한다. 언제든지 서울에 공실이 나거나, 들어올 여지가 있으면 돈을 주고 들어올 잠재적인 서울 수요층이다. 이게 서울과 나머지 16개 광역 지자체가 다른 점이다. 광역지자체는 인구가 수요인데, 서울은 인구가 줄면 줄수록 수요는 더 늘어난다. 상한제가 먹히기 위해서는 지방에 해야한다. 그런데 지방은 절대 안 한다. 지방은 상한제 하는 순간 집값이 쭉 내려갈 거다."

—서울 집값은 떨어지지 않고, 양극화가 더 심해진다는 얘긴가.

"이미 양극화가 됐고, 초양극화 시대로 가고 있다. 15억 이상 9억 원 이하 주택으로 정부가 아예 선을 그어버렸다. 9억 이하 시장 같은 경우는 매물이 쌓여있다. 근데 입지가 나쁘고 낡은 주택이라 관심이 없다. 사람들이 관심있는 건 9억~15억 원 주택, 돈이 조금 있으면 15억 원 이상을 노린다. 하지만 9억~10억 원 주택에 살던 사람들이 15억 원 이상으로 이사를 못 간다. 이러면 현금 부자들이 한 채 더 사는 거다. 증여를 할 수 있는 것들이다.

KB부자리포트를 보면 지난해 부자 숫자가 32만3000명이다. 이들은 부동산 자산을 제외하고 현찰로 10억 원 이상 있는 사람이다. 이게 하한선이고 평균 30억~70억 원씩 가지고 있다. 취득세, 종부세, 양도세 많이 내라고 해도 충분히 들어간다. 이들이 원하는 건 자기가 원하는 입지의 상품이지 시세차익이 아니다. 다른 소득이 많은 실 거주자이기 때문이다. 정작 고가 시장은 이들이 부담없이 사고 있는데, 정부는 일반 투자자들이 대출을 받아서 거기까지 갈 거라 생각한다. 누가 봐도 투자수요가 아닌데, 자꾸 투자자라고 하니 사람들이 믿는 거다."

—정책으로 부동산을 안정화시켰던 정부가 있었나.

"진보나 보수와는 상관없다. 노태우 정부 때 200만가구 건설이 가장 좋은 정책이었다. 그래서 김영삼 정부였던 1991년부터 1993년까지 전세, 매매 안정 등 부동산 문제가 전혀 없었다. 공급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본인(정부)들도 공급을 많이 하면 안정되는 걸 안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는 자가 비율을 높여주면 끝난다. 전국적으로 자가와 임대 비율이 6대 4다. 이 4 때문에 부동산 문제가 생기는 거다. 4 중에서 85%가 민간이고 15%가 공공임대인데, 공공임대를 좀 늘리고 민간임대에서 일부가 자가로 바뀌면 부동산은 문제가 전혀 없을 거다. 무주택자들이나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자만 발생하도록 장기 모기지를 해줘야 한다. 근데 이번 정부 들어서는 집 사란 얘기를 단 한 명도 안 한다. '우리가 다주택자들 집 못사게 막고 있으니 지금이 기회입니다. 자신있게 내 집 마련 하십시오' 이 얘길 안하니 사람들이 더 불안하다."

—그래도 지금 내 집 마련을 하기엔 너무 비싼 거 아닌가.

"집은 한번도 싼 적이 없었다. 1392년 조선왕조 실록에도 '한양 집값이 비싸서 지방 녹봉을 50년치 모아야 살 수 있다'고 나온다. 서울은 수요 대비 공급이 적은 입지다. 강남에 50만 명밖에 못 사는데, 출근하는 인구가 75만 명이다. 지금도 학군과 교통망이 좋은데, 삼성역 주변에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까지 깔린다. 거기에 105층짜리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물이 들어선다. 그 한 곳에 3만 명이 근무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영동대로 지하도시, 마이스(MICE) 종합운동장 부지도 생긴다. 어림 잡아서 그 블록에만 7만~10만 명정도가 근무한다. 지방 도시 인구와 맞먹는다. 근데 도봉구나 관악구 가면 평당 1000만 원도 안 되는 집이 많다. 거긴 안 보고 있다가 비싼 집만 보고 비싸다고 하는 건 모순이다."

—올해 부동산 시장과 향후 추세를 분석한다면.

"올해는 '12‧16 대책' 때문에 눈치보는 장세다. 항상 대책이 강하게 나오면 몇 달은 눈치를 본다. 이번에는 3개월 정도 눈치를 보다가 설 연휴 지나면 다시 올라갈 듯하다. 급격하기 보단 완만하게 올라갈 듯하다. 매물이 없어서 거래가 안 된다. 다만 올해까진 입주물량이 많은데 2021년부터 물량이 줄어든다. 2021년, 2022년은 서울 집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또 3기 신도시를 2023년부터 공급하는데, 그것은 서울수요를 분산하는 게 아니라, 1기, 2기 신도시 수요를 끌어올 거다. 1기나 2기는 안정화되지만, 서울은 아무 상관없는 다른 수요다."

—장기적인 집값 안정화 대책은 무엇인가.

"공급 마스터플랜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거기에 광역교통망이 같이 개통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신도시는 만들었는데 교통망이 없으면 망한다. 서울 집값이 부담스런 사람들이 원활하게 출‧퇴근할 수 있는 신도시를 만들어서 실수요를 분산해야 한다. 그리고 일자리를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근데 지금은 다 규제다.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 상태로는 서울에서 인구가 줄면 줄수록 아마 집값은 더 증가할 거다. 얼마 전에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참모들에게 집 2채 가지고 있는 사람은 1채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했다. 이들은 세종시에 1채, 서울에 1채 가지고 있는데, 다 세종시 집을 판다. 자기들은 안 팔면서 서울 집값이 빠지길 기다리면 안 되는 거다."

◆김학렬은…

△1972년 서울 출생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현재) △주요 저서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 설명서',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 등 총 20권.

U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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