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기본소득' 여의도 강타…"소비진작 위한 지급" vs "총선용 현금 살포"

임혜련 / 기사승인 : 2020-03-13 15: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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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이재명·박원순 등 앞다퉈 재난 기본소득 도입 촉구
범진보 정당, 전 국민에 한시적 지원…통합당은 입장 번복
당정 "소비쿠폰 등 추경안에 취지 반영"…재난 기본소득 검토 안 해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재난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국민에게 현금을 쥐여줘 소비를 진작 한다는 취지이지만, 재원 마련이 쉽지 않고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만큼 찬반이 엇갈린다.

4·15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진보 진영은 재난 기본소득 도입을 촉구하는 반면 미래통합당은 '총선용 현금살포'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에 이미 민생·고용안정 지원을 위한 예산 3조 원이 마련된 만큼 선을 긋는 모양새다.

▲ 지난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중소기업명품마루 브랜드K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정병혁 기자]

재난 기본소득은 재난 상황을 맞아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을 위해 정부가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전례 없는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현금 지급을 통해 취약계층을 돕고 소비 진작 효과를 보자는 것이다. 실제 홍콩과 마카오, 태국 등 일부 국가에서 영주권자에게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29일 이재웅 쏘카 대표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재난 기본소득 50만 원을 지급하자'는 청원을 올리면서 재난 기본소득 논의가 공론화됐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소속 주요 자치단체장들이 잇따라 도입 필요성을 제시하며 급물살을 탔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6일 경기도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용 시한이 있는 '지역 화폐' 형태의 재난 기본소득을 제안했다. 이어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모든 국민에게 100만 원을 지원할 것을, 박원순 서울시장은 중위소득 이하 전 가구를 대상으로 두 달간 30만 원을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오른쪽)가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정치권 찬반 팽팽…"현금 지급" vs "총선용 포퓰리즘"

지자체장들의 목소리에 더해 범진보 정당에서도 재난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논란을 우려한 듯 신중한 모습이지만, 김부겸 의원 등 개별 의원을 중심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추경에 포함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민주당 포용국가비전위원회에서는 지난 3일 취약계층 1000만 명에게 50만 원을 지급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박주현 민생당 공동대표는 기본소득당·미래당·시대전환·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와 함께 지난 4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재난 기본소득 지급을 촉구했다. 이들은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소비 여력을 늘리기 위해 한시적 재난 기본소득 30만 원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외쳤다.

감염병 특별관리 지역으로 지정된 대구·경북지역에 한해 우선 지급하자는 제안도 있다. 민주당 코로나19 대구·경북 재난안전특별위원회는 11일 대구·경북 지역 취약계층부터 재난 기본소득을 시범적으로 적용해보자고 당정에 건의했다.

같은 날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전 국민에게 100만 원씩 지급하는 것은 51조나 들기 때문에 정치적 합의도 어렵고, 국민들도 수용할지 걱정"이라며 대구·경북지역에 1인당 100만 원씩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통합당은 황교안 대표가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지 일주일 만에 입장을 번복하고 포퓰리즘 공세를 폈다.

황 대표는 이재웅 쏘카 대표가 재난 기본소득 청원글을 올린 직후인 2일 "전시에 준하는 경제 대책이 필요하다"며 "한 기업인이 제안한 '재난 기본소득' 정도의 과감성 있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당 내부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재난 기본소득 제안을 '총선용 현금살포'라고 비난했다. 심 원내대표는 "국가에서 100만 원씩 퍼주겠다는 것은 국민 1인당 100만 원을 부담시키겠다는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재난 기본소득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떠벌리고 있는데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다음날 김용태 의원도 "재난 기본소득 지급은 시장을 망각한 마스크 대란처럼 시장을 무시하는 발상으로 경제 추락 방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부가세 및 법인세를 감면 내지 면제하는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기본소득과 재난 대책을 뒤섞는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하므로 코로나 포퓰리즘"이라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기본소득제도는 그 자체로 굉장히 중요한 제도로 코로나19 문제와 섞으면 안 된다"며 "정부가 무엇을 생각하고 국정을 운영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차코로나19 대응 당·정·청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 재난 기본소득 '글쎄'…"추경안에 이미 상당한 정도 취지 반영"

정치권의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재난 기본소득 도입에 미온적인 태도이다.

11일 열린 '코로나19 대응 당·정·청 회의'에서는 재난 기본소득 도입을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방역과 경제 피해 최소화를 위한 예산을 더 배정하는 방식으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이번 추경에 지역사랑상품권과 일자리안정자금을 포함해 2조6000억 원 정도가 580만 명에게 상품권 또는 현금으로 지원된다"며 "말하자면 재난 기본소득제의 취지가 상당한 정도까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정세균 국무총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 총리는 "비상시국이기 때문에 그런(재난 기본소득) 제안이나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현재로서는 우리 재정 여건이나 여러 가지를 볼 때 당장 여기에 대해서 찬성을 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재정 건전성, 재원 문제가 있다. 정부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라며 "1인당 50만 원, 100만 원씩 주면 25조 원에서 50조 원의 돈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또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답을 유보했다.

실로 재난 기본소득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천문학적 규모의 재원 마련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비상시국이라 하지만, 무려 50조 원이 넘는 재원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50조 원을 그냥 뿌리는 건 정치적으로 어렵다"며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심한데 특정한 산업만 지원하기에는 그 기준을 정하기도 애매하다"며 "수출용 기업을 지원하는 경우에는 통상 마찰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다만 점진적이고 국지적으로 그런 제도가 사람들에게 익숙해지는 과정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난기본소득은 소비자에게 돈을 줘서 산업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의미"라며 "지금 같은 초창기에는 사람들이 가난해졌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공급자들이 침체했기 때문에 수요자에게 돈을 줘서 거래를 활성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UPI뉴스 / 임혜련 기자 ihr@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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