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급유할 비행기가 없다"…벼랑 끝에 몰린 지상조업사

이민재 / 기사승인 : 2020-04-04 10: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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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정비·급유 업무 수행 …양대 조업사 직원만 5000명 이상
코로나19 여파로 운항 편수 급감, 일감 없어 매출 50% 이상 감소
국토부, 3월 18일에야 지원책 발표…"중환자에 산소호흡기 하나 단 격"

코로나 여파로 항공사 경영이 악화하면 '도미노 타격'을 받는 곳이 있다. 지상에서 항공기 정비, 급유 등 업무를 수행하는 지상조업사다. 지상조업사(Ground Handling Company)는 비행기가 뜨지 않으면 가장 먼저 일감을 잃는다.

양대 축인 한국공항·아시아나에어포트에 소속된 직원을 합치면 5000명이 넘을 정도로 항공산업에서 지상조업사가 차지하는 규모는 작지 않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계 피해 지원 방안은 대부분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논의됐다.

지상조업사는 사실상 '관심의 사각지대'에서 이렇다 할 지원을 받지 못한채 직격탄을 맞았다.

항공사 대상 지원책은 지난 2월부터 꾸준히 논의·발표됐지만 지상조업사 지원책은 지난 3 18일에야 처음 등장했다. 그 마저도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한 지상조업사 관계자는 "지금 상태가 2~3개월만 지속해도 지상조업사는 공멸할 것이다"라며 전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지상조업사, 땅 위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일 담당

지상조업사는 항공기가 착륙하는 순간부터 이륙할 때까지 지상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일을 도맡아 비행기 운항의 '숨은 조력자'라고 불린다.

▲ 지상조업사들이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활주로에 세워진 비행기 앞에서 작업하고 있다. [뉴시스]


지상조업사는 착륙 단계에서 항공기를 유도하는 업무부터 수하물 상·하역 작업부터 항공기 급유나 항공유 품질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또 비행 전·후로 항공기를 운항·정비하고 운항 중 발생한 결함을 해소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이 밖에도 항공기 청소와 기내용품 탑재를 비롯해 크고 작은 여러 일을 담당한다.

국내 양대 지상조업사는 한진계열 한국공항과 아시아나계열 아시아나에어포트다. 한국공항은 대한항공과 진에어를 비롯해 에어프랑스, 델타항공 등 50여 개의 항공사에 서비스하고 있다. 아시아나에어포트는 아시아나항공, 에어서울, 에어부산과 50개의 외항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현재 양대 지상조업사에 몸담은 직원은 한국공항 약 3000, 아시아나에어포트 약 2200명으로 5000명이 넘는다.

인천공항 비행기 90% 비운항으로 사업량 70~80% 감소…"매출 10분의 1로 줄어"

대부분 항공사가 운항 편수를 큰 폭으로 줄인 가운데 지상조업사의 매출도 많이 감소했다.

아시아나 에어포트 관계자는 "사업량이 70~80% 감소했다"면서 "보통 전국적으로 하루 항공기 1000편 정도를 작업했지만 오늘(지난 3 31) 250편밖에 작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인천공항의 경우 90%가 비운항인 상황이다. 매출이 10%로 줄어든 셈이다"라고 토로했다.

▲ 지난달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내 대한항공 카운터. 탑승 수속을 위해 길게 줄 선 평시 풍경은 온데간데 없다. [문재원 기자]


사정은 한국공항도 마찬가지다. 한국공항 관계자는 "작년 3월에 비해 올해 3월 매출이 약 200억 원 감소해 50% 이상 줄어들었다"라고 말했다. 한국공항은 '희망 무급휴직'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출 감소로 인해 인건비 지급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아시아나에어포트는 직원들을 상대로 무급휴가를 보내 4월까지 유지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에어포트 관계자는 "현 상황이 5월 6월까지 지속되면 매출로 인건비 지급도 어려워질 것"라며 "이대로 가다간 다 같이 줄도산할 것이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상조업사 지원, 중환자에 산소호흡기 하나 달랑 붙여준 격"

정부는 지난 3월 18일에야 지상조업사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항공사를 대상으로 한 지원대책이 지난 2월부터 꾸준히 논의·발표된 것과 대조되는 지점이다.

지난달 18일 국토부는 "지상조업사의 계류장사용료에 대해 3월 납부분부터 3개월간 납부유예(무이자) 및 20% 감면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출과 연동되어 책정되는 구내영업료는 3월 납부분부터 3개월간 납부유예(무이자)하기로 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부실한 지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나에어포트 관계자는 "지상조업사는 계류장사용료·구내장사용료·사무실임차료 다양한 사용료를 공항에 납부하는데 그 중 계류사용료에 대해서만 감면을 받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감면 금액을 계산해보면, 우리 회사의 경우 3개월 동안 7000만 원 감면받는 꼴이다"라며 "2월, 3월 매출 손실액이 160억 원이고, 4월 매출은 평균 매출보다 150억 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상조업사 지원책은 사실상 중환자에게 산소호흡기 하나 달랑 붙여준 격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납부 유예를 받은 급유 시설사용료의 경우 인천공항에만 매달 약 30억 원을 내던 것으로, 3개월 이후 매출이 빠질 대로 빠진 상황에서 납부할 여력이 있을지 비관적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종식 시점까지 모든 사용료에 대해 100% 감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계류장사용료는 일종의 주차료 개념으로 공항에 장비를 두는 데에 따라 내는 요금이다. 항공사로 치면 비행기를 공항에 세워둬 납부하는 주기료와 유사한 개념이다"라면서 "비행기가 뜨지 않는 상황에서 항공사가 주기료를 면제받은 것처럼, 어쩔 수 없이 장비를 놀리는 지상조업사에도 유사한 개념인 계류장사용료를 면제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달 18일 "운항급감으로 공항에 주기하는 항공기가 증가함에 따라, 항공사에 부담이 되는 정류료는 3월 납부분부터 3개월간 전액면제 한다"고 밝혔다.

▲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활주로에서 지상조업사들이 비행기의 짐을 하역하고 있다. [뉴시스]


국토부 "추가 지원 논의 중"

지상조업사가 '추가지원'이 절실하다고 외치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추가 지원책을 논의 중이다"라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국토부 측은 "계류장사용료와 급유시설사용료에 대한 지원 확대를 논의 중이다"라며 "현재 20%인 계류장 사용료 감면 비율을 그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급유시설사용료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U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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