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 격전지] '이수진 vs 나경원' 동작을…판사 출신 선후배 '격돌'

장기현 / 기사승인 : 2020-04-04 14: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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羅 "인지도 높고 女 다선 상징성"· 李 "공천서 민주당 '원팀' 확인" 평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동작 일꾼' 자임하며 남성역서 출근 시간 유세
지지율 격차 7.8%p…전문가"李 플러스보다 羅 마이너스가 큰 영향"
'진보성향' 지역서 12년간 '보수정당' 당선…'샤이 보수' 무시 못해
4·15 총선에서 서울 동작구을은 여야 모두가 격전지로 꼽는 곳이다. 이 지역에서 판사 출신 선후배 간의 한판 승부가 벌어진다.

정치 신인인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후보와 4선 중진 미래통합당 나경원 후보가 그 주인공이다. 사법개혁을 외치며 정치에 뛰어든 신인과 동작을에 세번째 출사표를 던진 중진의 대결에 유권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 제21대 총선 동작구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미래통합당 나경원 후보가 3일 각각 서울 동작구 수어통역센터와 사당역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선거를 11일 앞두고 이 후보는 나 후보보다 지지율에서 8%p가량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후보는 '민주당의 원팀'을 강조하며 승리를 자신한다. 이에 맞서 나 후보는 아직 '샤이보수'의 표심이 여론조사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치 신인의 패기와 중진 의원의 관록 중에서 어느 쪽이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될까. 

나경원, 인물 경쟁력·지역발전 이슈에 초점…'동작 일꾼' 강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일 통합당 나경원 후보는 오전 7시 남성역 1번 출구에서 섰다. '강남4구 일류동작'이라는 슬로건이 쓰인 핑크색 재킷을 입고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선거운동원들은 '강남4구 일류 동작의 완성 그래서 동작에서 태어난 나경원이어야 합니다' 등이 적힌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나 후보를 도왔다. 최정아 동작구의회 부의장은 "나 후보가 두달 넘게 매일 아침 지역주민들께 인사를 드리고 있다"면서 "평상시에도 자주 하는 것이라 주민들은 당연하게 여기신다"고 말했다.

나 후보가 건넨 명함에 장년·노년층 유권자들은 '파이팅'을 외치며 응원을 보냈다. 경쟁자인 이수진 후보에 비해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나 후보와 눈을 맞추고 주먹인사를 나누는 경우가 많았다. "아버님, 저예요. 나경원이요." 나 후보는 여유롭게,친근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한 '어르신'은 새누리당 시절 나 후보와 함께 찍은 사진에 사인을 받았다. 나 후보에게 힘내라며 박카스 한 박스도 건넸다.

▲ 제21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나경원 의원이 지난 2일 오전 동작구 남성역 1번 출구 앞에서 한 '어르신'의 사인 요청에 응하고 있다. [장기현 기자]

나 후보는 최근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자, 애초 내세웠던 '정권 심판론'보다는 인물 경쟁력과 지역발전 이슈에 초점을 맞춰 유세를 진행했다. 특히 4선 중진 의원으로 지역발전을 실현할 힘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임기 중 서초구와 이어지는 서리풀 터널 개통을 추진했고, 토요일마다 지역민들의 고충을 듣는 '토요데이트'도 1013건을 했다는 점 등 6년 간 현역 의원으로 활동한 '동작구 일꾼' 면모를 강조했다. 아울러 흑석동 고등학교 유치와 동작~강남구간 대중교통 확대 등 지역발전을 앞세운 공약들도 제시했다.

나 후보는 UPI뉴스를 만나 "동작은 할 일이 많은 곳이다. '강남4구 일류동작'이라는 슬로건으로 열심히 달려왔고, 서리풀 터널의 개통으로 그 단초를 이뤘다"면서 "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5선의 힘이 필요하다. 오직 나경원만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당동에서 나고 자랐다는 '동작구 토박이' 김모(29·여) 씨는 "그동안 해온 정책의 연속성과 여성 다선 의원이 가지는 상징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 후보가 나 의원보다 나은 점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 후보에 대해 실망감을 표한 주민도 있었다. 남성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서모(59·여) 씨는 "나 의원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당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 같다. 진정 지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인물로 바뀌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수진, 인지도 높이려 '동분서주'…"새 희망 되겠다"


같은 시각 민주당 이수진 후보는 남성역 지하 개찰구 앞에서 출근인사를 하고 있었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재킷과 마스크 차림을 한 이 후보는 어색한 듯 본인의 두 손을 가지런히 하고 출근하는 시민들을 향해 연방 허리 숙여 인사했다.

민주당이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조용한 유세'를 펴기로 했기 때문에, 이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은 율동이나 노래 없이 '안녕하세요. 이수진입니다'라는 단순한 구호만 외쳤다. 이 후보의 인사에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미소를 답했다. 한 시민은 "팬이다"라며 이 후보와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 제21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후보가 지난 2일 오전 동작구 남성역 개찰구 앞에서 출근길 시민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장기현 기자]

이 후보는 경쟁자인 나경원 후보에 비해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짧은 시간에 많은 장소를 돌며 유권자들에 자신을 소개했다. 남성역에서 이수역으로, 또 사당역으로 지하철을 이용해 이동하면서 유세를 이어갔다.

특히 남성역에서는 '남성역 중심 역세권 개발', 사당역에서는 '사당역 인근 상업지역 확대' 등 역마다 다른 피켓으로 현지화 전략을 구사했다.

'나경원 맞춤형 저격수'로 동작을에 전략공천된 이 후보는 "흑석동 고등학교를 유치하고, 서리풀터널을 지나 강남까지 닿는 대중교통을 신설하겠다는 것이 대표 공약"이라고 밝혔다. 이는 나 후보의 공약과 정확히 일치한다.

다만 이 후보는 다른 접근방식을 제시했다. 나 후보가 4선 중진의 개인 경쟁력을 강조한 반면, 이 후보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창우 동작구청장 등 민주당 계열 지자체와의 '원팀' 구성을 통한 해법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최근 박 시장과 이 문제로 면담을 가졌다"며 "서울시와 동작구가 하나의 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승태 사법부의 이른바 '사법농단'을 폭로하며 정치권에 입문한 이 후보는 사법개혁 완성도 핵심 공약으로 언급했다. 이 후보는 UPI뉴스에 "국민이 원하는 건 사법개혁과 정치개혁을 비롯한 변화"라며 "꼭 승리해 국민들의 염원에 이뤄내고 새로운 희망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후보의 인지도는 나 후보에 현저히 뒤지고 있다. 30년 넘게 흑석동에 거주했다는 김 모(70·남) 씨는 "(이 후보에 대해) 잘 모른다. 잘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뽑느냐"면서 "반면 나 의원은 인지도가 있고 검증된 후보이기 때문에 믿고 맡길 수 있다"고 나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동작구로 이사를 왔다는 황모(37·남) 씨는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은 개인의 호감과 능력인데, 사실 두 후보 모두 썩 내키지는 않는다"면서도 "나 후보의 자위대 행사 참여 등 친일적인 행보나 원내대표 당시 여당과의 협치에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점을 고려해 민주당의 손을 들어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진 44.2% vs 나경원 36.4%…격차 벌어지는 추세


그렇다면 현재까지 두 후보의 여론조사 결과는 어떠할까. 미국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의 조사방법론에 따라 두 후보의 3월 한달간의 지지율을 평균내보니 이 후보는 44.2%를, 나 후보는 36.4%를 기록했다.

▲ 그래픽=김상선

둘의 지지율 격차는 7.8%p로 조사됐다. 3월 중순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3.4%p 차이가 났지만, 그 격차는 3월 말 조사에서 11.9%p까지 벌어졌다. 나 후보가 더 높은 지지율을 보인 조사는 1곳뿐이었다.

선거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선거를 11일 앞둔 상황에서 나 후보의 역전은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아무리 선거를 잘하는 나 후보라도 현 시점의 여론조사를 뒤집는 결과를 내진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평론가는 "이 후보는 '사법개혁의 상징'이라는 측면에서 진보층에 어필할 수 있는 데다, 당의 후광까지 얻고 있어 유리한 상황"이라며 "또한 개발 이슈가 남아 있는 동작을에서 집권여당의 실행력에 힘을 실어 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도 "나 후보의 비호감도가 높기 때문에 유권자 입장에서 이번 총선을 변화의 기회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며 "이번 동작을 선거는 이 후보의 '플러스'보다 나 후보의 '마이너스'가 판세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엄 소장은 또 "동작을은 기본적으로 진보세가 강한 지역"이라면서 "2014년 재보궐에선 고 노회찬 의원으로 단일화되면서 민주당 지지층이 이완됐고, 20대 총선 땐 국민의당이라는 제3당의 선전으로 표가 분산된 덕분에 나 후보가 당선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 "나경원, 지지율 격차 좁힐 것…'샤이보수' 무시 못해"

▲ 제21대 총선 동작구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후보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동작구 수어통역센터를 방문해 센터 관계자들과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실제로 상도1동과 흑석동, 사당1·2·3·4·5동이 포함된 동작을은 정당 지지도만 보면 여당이 강세인 지역으로 분류된다. 호남선 종착지인 영등포역의 배후지역이라 과거 많은 호남 출신이 터를 잡아 왔고, 중앙대와 숭실대 등이 위치해 젊은 유권자가 많은 것도 민주당이 유리한 배경이다.

이런 배경에 힘입어 17대 총선까지 동작을은 민주당의 텃밭이었다. 하지만 이후 18·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가, 그 뒤 2014년 재보궐선거·20대 총선에선 나 후보가 잇따라 승리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다만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우세했다.

선거 결과는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 예단할 수 없다. 여론조사만 믿고 낙승을 기대했다간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이처럼 진보 성향이 강한 동작을은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12년 동안 연달아 보수정당의 손을 들어줬다.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나 후보의 비호감도가 높다 보니 '나경원 심판'이라는 절대평가 성격의 선거가 됐다"며 "과거 민주당의 전략공천은 시끄러운 측면이 있었는데, 이번엔 잡음 없이 일사불란하게 이 후보를 돕고 있어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 제21대 총선 동작구을 미래통합당 나경원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역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다만 박 대표는 "나 후보는 굉장히 선거를 잘하는 선수"라고 평가하면서 "얼마 남지 않았지만 선거 당일까지 지지율 격차를 좁혀갈 것이고, 숨은 '보수표'도 무시 못할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U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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