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DJ 청와대, 국정원 특활비 지원받았다"

김당 / 기사승인 : 2020-07-23 17: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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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초대 국정원장 "청와대에 3~4억원 등 (수십억대) 특활비 제공"
박지원 "난 안 받아…역대 정부 수수 관행서 DJ정부만 예외" 주장
DJ, '통치자금' 성격 100억대 특활비 근절…지원규모도 대폭 축소

UPI뉴스는 박근혜 정부 '국정원 특활비 횡령' 사건 재판의 종결을 앞두고 국정원 특활비(정식 명칭은 국정원장 특별사업비)를 집중취재해 5회에 걸쳐 연재한다. 국정원 특활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계기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털고 가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이 기획취재는 박지원 국정원장 지명 이전에 이뤄진 것이다. [편집자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청와대 공보수석·대통령 비서실장 시절에 수십억 원대의 국정원 특수활동비(특활비, 정확한 명칭은 '국정원장 특수사업비')를 받아 사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한 박지원 후보자도 현 정부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국정원 특활비 사용을 문제 삼아 전직 원장들을 구속기소한 것에 대해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22일 〈UPI뉴스〉에 밝혔다.

 

〈UPI뉴스〉는 이종찬 전 국정원장을 비롯한 역대 국정원장, 이헌수 전 기조실장을 비롯한 역대 기조실장, 국정원 예산을 관장하는 기조실장 산하의 예산관 등을 취재하고 국정원 특활비 사건 관련 판결문을 분석해 이를 확인했다.
 

▲ 국정원 로고 [뉴시스]


문재인 정부, '특활비' 엮어 이명박·박근혜 정부 원장들 줄줄이 구속기소

 

역대 정부에서 관행적으로 대통령과 청와대비서실에 제공돼 온 국정원 특활비(국정원장 특수사업비)가 국고 손실(횡령)이나 뇌물 수수 혐의로 처벌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다.

 

문재인 정부는 서훈 국정원장 체제가 들어서자 마자 이른바 '국정원 적폐청산 TF팀'을 구성해 내부 감찰을 통해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각각 김성호·원세훈 원장과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원장으로부터 원장 '특수사업비'(특사비)를 받은 혐의로 두 전직 대통령과 역대 원장들을 구속기소했다.

 

이에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청와대의 국정원 특활비 사용은 김대중 정부 때도 있었다"며 역대 정부의 관행이라고 항변하자, 박지원 후보자는 20대 국회의원(국민의당) 시절에 방송 출연과 SNS를 통해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부에는 있었지만 김대중 대통령 때 안받았다"고 국정원 특활비 수수 관행을 부인해왔다.

 

특히 박 후보자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17년 11월 2일)에 출연해 진행자의 질문을 받고 강하게 부인하며 이렇게 말했다.

 

"분명한 것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부에는 있었어요. 제가 청와대 들어가니까 국정원뿐만 아니라 코바코(방송광고공사), 언론진흥재단 등 공보수석 산하 연관기관에서도 매월 가져오더라. 과거에는 산하기관 경비로 해외출장 많이 가고 기자들도 산하기관 돈으로 해외취재 갔다. 그러니까 대통령께서 '어떠한 경우에도 산하 연관기관에서 일체 돈 받지 마라'고 해 일체 받지 않았다."

 

이종찬 원장·이강래 기조실장 "한미 정상회담 등 해외순방 경비 지원"

 

UPI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박 후보자 주장의 절반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대중대통령직 인수위원장과 초대 국정원장을 지낸 이종찬 전 원장(현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장)은 "김대중 정부 첫 한미정상회담(98. 6. 9) 때 3억~4억 원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해외순방 때면 국정원 특활비를 청와대에 지원했다"(관련 일문일답 참조)고 〈UPI뉴스〉에 밝혔다.

 

김대중 대통령은 재임중 미국 대통령이 빌 클린턴에서 조지 W. 부시로 바뀜에 따라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을 설득하기 위해 한미 정상회담만 13번을 했다. 이종찬 원장은 청와대에 제공한 특활비의 총액은 밝히지 않았으나, 한미 정상회담 등 해외순방 지원 경비만 헤아려도 수십억 원대로 추산된다.

 

더욱이 이종찬 원장은 "박지원 공보수석이 '대통령 해외순방 취재에 청와대 예산이 부족하니 경비를 지원해 달라'고 직접 요청해와 국정원의 특활비 지원이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이는 "김대중 정부는 해외순방 취재 등에 국정원 특활비를 받지 않았다"는 박 후보자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에 대해 박지원 후보자는 〈UPI뉴스〉에 "이종찬 전 원장께서 (다른 사람과) 착각한 것 같다"며 "나는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국정원 초대 기조실장을 지낸 이강래 전 의원은 한미 정상회담 경비 지원과 관련 "오래 전 일이지만, 청와대가 대통령이 미국에 첫 정상회담 가는데 청와대 예산이 부족하다고 해 원(院)에서 지원한 것은 기억이 난다"고 이 원장의 증언을 뒷받침했다.

이 전 의원은 자신은 몇 달 뒤에 청와대(정무수석)로 들어와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면서도 "특히 이종찬 원장은 공직에 계실 때 철저히 기록을 하신 분이라서 그 어른 말은 믿어도 된다"고 말했다.

 

김대중 "어떠한 경우에도 국정원 돈 받지 말라" 했지만…

 

그럼에도 김대중 대통령이 '어떠한 경우에도 국정원이나 산하 기관에서 일체 돈 받지 마라'고 지시했다는 박 후보자의 말은 사실로 확인된다.

 

과거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부에서는 이른바 '통치자금' 명목으로 대기업으로부터 비자금을 받아 선거 등에 사용했고, 그 중 일부를 정보기관의 비밀계좌 통장에 넣어 관리했다. 이렇다 보니 국정원(당시 안기부)은 청와대가 관행적으로 전용해온 '대통령 몫'의 자체 예산을 책정해 왔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 출범후 과거 정부의 관행에 따른 국정원 특활비 사용(전용)을 대통령이 거부함에 따라, 국정원은 98년 말에 정보기관 역사상 처음으로 불용(不用)처리한 예산(180억원 가량)을 국고에 반납했다. 과거 정부에서 선거나 여론조사 등에 사용한 '대통령 몫' 예산을 사용하지 않음에 따라 발생한 불용예산을 국가재정법과 예산회계 관련 법대로 반납한 것이다.

 

이와 관련 이종찬 전 원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후 첫 대통령 주례보고 때 '지난(김영삼) 정부에서는 100억대의 '대통령 몫' 정보비가 국정원 예산에 편성돼 있다'고 보고했는데 '국정원 예산을 쓰지 말자'는 지시를 받아 관련 예산을 불용처리했다"고 밝혔다.

 

이강래 전 기조실장도 "내곡동에 가서 국정원 조직과 예산을 들여다보니, 지난 정부에서 전용해온 예산 등의 문제가 있길래 어른(대통령)한테 여쭤봤다"면서 "그랬더니 어른께서 '그런(예산 전용) 건으로 YS(김영삼 전 대통령)를 공격해 척질 생각이 추호도 없다'면서 '문제가 안되게 이 부장(이종찬 원장)하고 상의해 잘 처리하라'고 지침을 주셨다"고 밝혔다.

 

하지만 2000년 경부고속철 차량선정 로비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수상한 자금 흐름을 추적하다가 정체불명의 뭉칫돈이 한나라당의 차명계좌에서 발견되고, 이 돈이 수많은 안기부 계좌의 '저수지'에서 나온 것임을 포착하면서 이른바 안풍(安風) 사건이 불거졌다. 김기섭 안기부 기조실장이 안기부 내에서 불법자금을 조성하거나 예산 일부를 빼돌려 1996년 당시 신한국당의 총선자금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김대중 청와대에 '부정기적 지원' 거듭돼 사실상 정례화

 

하지만 이종찬 전 원장은 대통령 취임후 첫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해외순방 경비가 부족해지자 청와대가 과거의 관행을 들어 국정원의 경비 보조를 요청해 와 부정기적인 특활비 지원이 시작되었는데 이는 당시 박지원 공보수석이 요청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처음부터 특활비 지원이 정례화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정기적인 지원이 아니었고, 그 이후로도 주로 언론대책비 등의 명목으로 부정기적으로 지원이 이뤄졌다. 하지만 부정기적 지원이 거듭됨에 따라 박지원 비서실장 시절까지 사실상 정례화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박 후보자는 공보수석을 거쳐 문체부장관으로 청와대를 나갔다가 비서실장으로 다시 복귀했다.)

 

이강래 전 기조실장도 "국정원 돈(예산) 문제와 관련해선 원칙대로 했다"면서 "국정원이 청와대 지원하는 예산은 크게 보면 다 보안정보 활동 명목인데, 과거 군사정부에선 '보안'이 곧 '정권안보'였지 않나? 김대중 정부는 그런(정권안보) 예산은 다 근절했다"고 강조했다.

 

즉, 과거 역대 대통령들이 이른바 '통치자금' 명목으로 사용한 '대통령 몫' 국정원 예산을 김대중 정부 때부터 불용처리해 없앤 것은 맞지만, 공보수석실과 정무수석실 등 업무추진비가 많이 소요되는 청와대비서실에 국정원장 특활비를 지원한 것은 그때도 관행이었던 것이다.

 

특활비 사건 판결문에도 "종전의 관행 내지 사례 있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의 국정원 특활비 횡령 사건은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과 병합돼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아직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매달 5천만원~1억원씩을 대통령과 청와대에 제공했다.

 

재임중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박근혜 대통령(35억원, 특활비 사건만 징역5년 추징금 33억원)과 최경환 경제부총리(1억원, 5년형 확정), 조윤선·현기환 정무수석, 신동철 정무비서관 등이 이 건과 관련해 사법처리됐다.

 

또한 원장 재임중 특활비를 대통령과 청와대에 제공한 남재준(6억원, 징역2년)·이병기(8억원, 징역2년6개월)·이병호(21억원, 징역2년6개월) 국정원장과 이들의 지시로 돈을 전달한 예산회계책임자인 이헌수 기조실장(징역2년6개월) 등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판결문에도 "피고인들이 박 대통령의 요구나 지시에 대하여 별다른 거부감이나 문제의식 없이 특별사업비를 전달하게 된 데에는 종전의 관행 내지 사례에 대한 인식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관행이었음이 적시돼 있다.

 

실제로 이헌수 전 실장은 〈UPI뉴스〉에 "과거부터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국정원 자금을 지원한 사례들이 있었다"면서 "이병기·이병호 두 원장은 과거에 차장으로 근무해 그런 사정을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해 '전임 국정원장 때부터 청와대에 자금 지원을 하였다'는 사실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권영진 등 역대 국정원 예산관들도 "과거부터 국정원에서 청와대 등 외부기관에 자금을 지원한 사례들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고,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 역시 "과거 국정원 차장 등으로 근무하면서 청와대 등에 국정원 자금을 지원한 사례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와 관련 '정보 공동체'에서는 박지원 후보자가 정치인 출신 국정원장(후보자)답게 대승적 차원에서 인사청문회에서 국정원 특활비(원장 특사비) 관련 사실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고 매듭을 짓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종찬 전 원장도 "이병기·이병호 원장은 우리 정보 공동체의 인재인데 그렇게(구속기소)까지 한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UPI뉴스〉에 "후보자로서 국정원 특활비 관련 보고를 받았다"면서 "해외파트에서 근무해온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 두 분은 사실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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