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도 대학도 나선 중국 '3조원' 월병시장…올해 트렌드는?

조채원 / 기사승인 : 2020-09-25 11: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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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약' 흐름 타고 크기·포장 줄여…쓰레기 저감
명품브랜드·대학, '월병 대전' 등판…개성 뽐내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음력 8월 15일, 가을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명절을 쇤다. 한국에서는 추석, 중국에서는 중추제(中秋節)라고 한다. 또 한국의 추석 대표 음식이 송편이듯, 중국에서는 보름달을 연상시키는 둥근 떡 모양의 과자인 '웨빙(月餠 월병)'을 선물로 주고 받는다.

▲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월병을 보여주고 있다. [신화 뉴시스]

중추제를 앞두고 중국 전역의 월병 시장이 뜨겁다. 매년 이맘 때가 되면 중국 내 유명 제과업체 뿐만 아니라 각 글로벌 기업, 학교에서까지 다양한 월병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연구기관 중상(中商)산업연구원은 올해 웨빙 매출 규모를 175억4000만 위안(3조75억 원)으로 예측했다. 작년 매출인 196억7000만 위안(3조3728억 원)에 비하면 12%가량 하락한 수치로, 코로나19로 인해 기업 수익성이 악화한 탓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안정적인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고 소비 또한 늘어나는 추세로, 여전히 월병 시장의 잠재력은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중국 월병 트렌드는 '적게'와 '작게' 

작년에 이어 올해 월병 시장의 주된 흐름은 '절약'이다. 

올해 월병 시장에서는 과대 포장을 없앤 실속형 제품이나 낱개 포장 제품이 인기를 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란저우일보(兰州日报)는 지역 대형마트 관계자를 인용, "올해는 월병 선물세트의 가격이 절반 가량으로 떨어졌을 뿐 아니라 선물세트로 구성된 월병의 점유율 자체가 작년에 비해 많이 줄었다"며 "낱개 포장된 월병이 주로 눈에 띄는 곳에 진열됐고, 판매되는 월병의 3분의 2 이상도 낱개 포장된 것"이라고 밝혔다. 

▲ 월병을 구입하는 중국인들 [텅쉰왕 캡처]

월병이 지나친 포장으로 불필요한 쓰레기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은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선물로 주고받는 월병의 특성, 그리고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 문화의 영향이다. 이에 2009년 국가표준위원회 등 관련 부처는 2009년 '과잉포장제한이 필요한 식품과 화장품'에 대한 국가기준을 마련해 2010년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제과류의 포장공간비율(전체 포장용적에서 제품 및 필요공간 부피를 제외한 공간이 차지하는 비율)은 60% 이하여야 하고, 포장 층수는 3단이 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초기포장을 제외한 포장원가의 합계가 판매가의 20%를 넘어서도 안 된다.

그러나 포장 쓰레기가 과다한 것은 여전하다. 이를테면 한 월병 업체의 선물세트는 지름이 30cm가량 되는 상자에 50g의 월병이 8개 들어있다. 그러나 해당 상자와 상자를 담는 가방까지 합치면 총 무게가 2kg에 달한다. 전체 무게의 80%가 쓰레기로 버려지는 셈이다. 월병이 택배로 운송될 경우 이중포장으로 또 쓰레기가 나온다. 

▲ 중국에서 판매되는 선물세트형 월병. 박스와 장식은 모두 쓰레기가 된다. [타오바오 캡처]

중국소비자권익보호법학연구회 천인장(陳音江) 부비서장은 "사회적으로 낭비가 수치고 절약이 미덕인 분위기가 조성되면 월병 포장 낭비도 반드시 개선될 것"이라며 "그러나 여전히 화려한 포장에 대한 수요가 있는 만큼, 어느 정도 개선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몸집 줄이기' 역시 월병 시장에서 두드러진 트렌드다. 장쑤성 난징의 한 식품업계 책임자 후시량(胡錫良)은 경제일보(经济日报)와의 인터뷰에서 "작년에 생산된 월병은 무게가 개당 80g 또는 100g이었다면 올해 대부분의 월병은 60g선에서 생산됐다"고 말했다. 80g에서 150g까지 나가던 전통 월병에 비해 몸집을 최소 25%는 줄인 셈이다. 

60g보다 작게 제작되는, 45g 정도의 '미니 월병'은 특히 젊은층에게 인기다. 월병이 작아지면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대형마트에서 월병을 구입하는 경우 갯수보다는 무게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같은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갯수가 많아진다. 먹는 사람 입장에서도 좋다. 최근 월병은 전통적인 조리법을 고수하기보다는 젊은층의 입맛에 맞추어 카페모카 맛, 밀크티 맛, 크림치즈 맛 등 종류가 다양화됐는데, 크기가 작으니 여러가지를 맛봐도 이전보다 칼로리 부담이 낮기 때문이다. 먹다 질려서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가 덜 나오는 효과도 있다.

명품 브랜드·대학까지 너도나도 '월병 대전'

매년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내놓는 '명품표 월병 세트'는 올해도 눈길을 끌었다. 명품표 월병 역시 포장을 전부 버리기보다는 재활용 가능하게 하는, '쓰레기를 적게'의 트렌드를 따르는 모양새다. 명품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월병들은 시중에 판매되기보다는 명절을 기념해 해당 브랜드의 VIP 고객에게 증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 루이비통 월병 세트(왼쪽)와 불가리 월병 세트. 루이비통 월병은 상자를 오르골로 제작했고, 불가리는 애프터눈티 접시를 함께 담았다.  [루이비통, 불가리 위챗 계정 캡처]

명품표 월병 세트는 월병 맛은 둘째 치고라도, 월병을 담은 상자나 액세서리가 각 브랜드의 콘셉트에 맞게 디자인돼 소장 가치도 높다. 에르메스의 경우 VIP에게 증정하는 에르메스 월병 세트가 현재 인터넷쇼핑몰에서 600위안(1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에르메스 에코백이 100만 원대에 판매되는 것을 감안하면, 다양한 구성의 월병 세트는 가성비가 좋다고 여겨질 정도다.

▲ 에르메스 월병 세트. 월병 10개, 로고가 새겨진 악어 무늬 나무상자, 큐빅이 박힌 자물쇠, 접시 3개, 나이프과 포크 1세트가 포함돼있다. [에르메스 위챗 계정 캡처]

각 대학들 역시 '월병 대전'에 뛰어들어 개성을 뽐냈다. 수익 목적이라기보다는 학생들에게 판매하거나 학교 측에서 교직원들에게 선물하는 용도로 자체 제작된 것들이다. 대부분은 월병 앞면에 학교를 상징하는 무늬나 대표 건물이 들어가 있다.

퉁지대학(同濟大學)은 쑤저우식, 광둥식, 일본식 등 32종의 월병을 내놓아 누리꾼들의 부러움을 샀다. 맛도 게살맛, 버섯과 고기맛, 카레 소고기맛 등 다양하다. 

▲ 퉁지대학 월병 [퉁지대학 위챗계정 캡처]

톈진대학(天津大學)은 개교 125주년을 맞아 1개가 일반 월병 8개와 맞먹는, 500g짜리 '초대형 월병'을 출시했다. 한 상자에 초대형 월병 하나와 녹차, 고구마, 초콜릿, 계란노른자 월병이 한 세트다. 

중국런민대학(中国人民大學)의 월병은 크기나 디자인, 종류 면에서는 다소 평범한 축에 속하지만, 특별한 이름을 가졌다. 이 대학에서 판매하는 월병 이름은 '스빙(是饼)'이다. 런민대학의 교훈이 '실사구시(實事求是)'인 탓이다. 누리꾼들은 "명문대 학생들은 월병을 먹으며 연휴를 보내면서도 학교의 가르침을 새기느냐"며 감탄하고 있다.

U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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