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감사원-국정원, '선수끼리 건드리지 않는' 불문율 깨지나

김당 / 기사승인 : 2020-12-16 1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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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국정원서 5주째 '실지감사' 중…두 기관 모두 대통령 직속기관
통상 2주 서면감사보다 장기간 실지감사…'성과' 나오면 불문율 깨져
감사원 행정∙안전감사국 4과장 감사팀 성탄절 직전까지 국정원 감사

국가정보원(원장 박지원)은 지금 한 달 넘게 감사원(원장 최재형)의 감사를 받고 있다.

 

국정원이 감사원 감사를 받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국정원이 통상적인 과거의 감사기간보다 두배 이상 긴 5주째 실지감사(實地監査)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 지난 11월 3일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국회 정보위원회의 2020년도 국가정보원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국정원 로고 [국회사진기자단]


감사원과 국정원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감사원 제2사무차장 산하 행정∙안전감사국 4과장을 팀장으로 한 국정원 감사팀이 5주째 국정원에서 실지감사를 하고 있다. 이번 감사원 감사는 크리스마스 직전까지 예정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6주간에 이르는 최장의 감사기간이다.

 

지난 10월 25일 당시 감사원의 국회 국정감사 업무현황보고에 따르면, 권력기관들에 대한 '감사사각 해소' 차원에서 올해에도 권력기관에 대한 '정례적∙직접적 감사' 원칙에 따라 국정원∙대통령비서실 등에 대한 감사를 지속 실시하고 있다면서 감사 현황을 이렇게 보고했다.

 

"△2018년 국정원, 검찰청, 대통령비서실∙경호처 기관운영감사 △2019년 대법원, 국회, 대통령비서실∙경호처, 헌법재판소 재무감사 및 중앙선관위 기관운영감사 △2020년 대통령비서실 등(6월), 검찰청(6월), 국정원(하반기 예정)"

 

국정원이 2년 주기로 감사원의 기관운영감사를 받았고, 올해도 감사원의 권력기관 운영감사의 마지막 대상기관으로 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감사원이 강조한 권력기관 감사의 방점은 '감사사각 해소'와 '정례적∙직접적 감사'의 원칙이다.

 

감사원은 국가의 회계검사와 모든 공무원의 직무감찰을 수행하는 헌법기관이다.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감사원법 2조).

 

감사원법 제24조(직무감찰)에 따르면, 감사원은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의 직무를 감사할 수 있다.

 

다만, 예외 조항으로 '국무총리로부터 국가기밀에 속한다는 소명이 있는 사항'과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군기밀이거나 작전상 지장이 있다는 소명이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감사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이 예외조항을 둔 이유는 국가기밀과 군사기밀을 보호하기 위함일 뿐, 국정원과 군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조항은 그동안 국정원과 군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막는 장치로 작용해 왔다.

 

감사원의 '감사사각 해소'는 예외조항을 구실로 감사를 피해온 권력기관을 포함해 모든 국가기관에 대해 감사를 실시함으로써 감사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원장은 그 책임하에 소관 예산에 대한 회계검사와 직원의 직무수행에 대한 감찰을 하고, 그 결과를 대통령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국정원법 제14조)는 규정을 근거로 감사원의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을 피해왔다.

 

하지만 박영선 중기부장관이 야당 국회 법사위원장 시절부터 "국정원 직원 월급도 국가기밀이냐"며 끈질기게 감사원의 국정원 회계검사를 요구해 국회는 4년 전부터 감사원의 국정원 기관운영감사를 이끌어냈다.

 

'정례적∙직접적 감사' 원칙은 임의적인 감사와 서면감사 위주의 형식적 감사가 아닌 감사의 정례화와 실지감사 위주의 감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실지감사는 기관운영과 사업계약 관련 서류를 검사하고 서류와 계약서대로 예산이 집행되었는지를 현지에서 감사하는 것이다.

 

국정원법에는 감사원 감사와 관련 '원장은 국가의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 기밀 사항에 대하여는 그 사유를 밝히고 자료의 제출 또는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국정원은 이 규정에 따라 서면감사도 형식적으로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작사업과 보안시설을 제외한 운영유지비에 대해 감사원 감사에 협조하라는 박지원 국정원장의 지침에 따라 형식적 감사가 아닌 실질적 감사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의 감사원 관계자는 "국정원 감사가 통상 2주 정도 서면감사 위주의 형식적 감사에 머물렀던 것에 비추어 4주 넘게 실지감사 하는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장기간 감사를 한다는 것은 감사원도 뭔가 '성과를 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감사원에는 국정원이 오랜 기간 감사원 감사를 받지 않은 것에 대해 독기를 품은 직원들이 있다"면서 "그동안 '선수끼리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작동해 왔는데 이번에 소기의 성과를 내면 그 불문율이 깨지는 셈이다"고 전망했다.

 

▲ 서울 종로구 감사원 입구 [정병혁 기자]


감사원과 국정원은 둘 다 대통령 직속기관이지만 법적 근거는 다르다. 감사원은 헌법기관이지만, '국정원은 대통령 소속으로 두며, 대통령의 지시와 감독을 받는다'(국정원법 제2조)고 돼 있다. 또한 감사원은 직무에서 독립성을 갖지만, 국정원은 대통령에게만 책임을 진다.

 

국정원은 한때 막강한 보안감사권을 갖고 있었고, 대통령은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에 고위 공직자와 군 장성을 감찰하는 특명을 맡겨 정보·사정기관으로 활용했다.

 

그런 관행이 누적됨에 따라 감사원과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라는 동질감과, 공직자 감찰∙사정을 맡은 권력기관이라는 '동업자 정신'을 공유해 '선수끼리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불문율로 이어져 왔다.

 

이번 감사원의 장기간 실지감사가 성과를 내면 권력기관끼리의 '불문율'이 깨지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감사원이 '소기의 성과'를 내더라도 이를 언론에 공표할 가능성은 없다.

 

국정원 업무는 태반이 기밀이기 때문에 국정원 감사결과나 감사보고서는 대외비로 분류돼 대통령과 국회 정보위에만 보고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예산집행의 적절성을 살펴보는 감사원의 국정원 감사는 의미가 크다는 지적이다. 국정원 감사관실에서 공작사업까지 내부 감사를 철저히 한다고 하지만, 정례화된 외부감사를 받는 것이 불편하지만 건강한 조직을 유지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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