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朴 사면' 꺼낸 이낙연…정치공학 전락한 '대통령 사면권'

장기현 / 기사승인 : 2021-01-04 20: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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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통합' 내세운 이낙연…대통령·여당 지지율 반등 목적
정치공학적 '사면' 지적…여야간 토론·필요성 납득 '부재'
특별사면권 폐지 주장도…"대통령 사면권 엄격 제한해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赦免)'을 새해 벽두부터 주장하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이 대표는 "적절한 시기가 오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께 거론하겠다"며 사면 문제를 꺼냈다.

전직 대통령 사면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집권여당의 대표가 직접 거론한 데 대해 야당은 물론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집권여당 대표가 거론한 것도 문제지만, 지지율 반등을 위한 정치적 판단으로 '사면'을 언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특별사면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미래연석회의 출범식에서 온라인 참석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 대표가 사면문제를 거론한 표면적 이유는 '국민 통합'이다. 전직 대통령의 사면문제를 공론화해 분열의 정치를 끝내자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약세를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지지율 반등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대표는 내년 3월 대선에 출마하려면 민주당 당헌에 따라 오는 3월 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따라서 2개월 여밖에 남지 않은 당대표 임기 사이에 승부를 봐야 하는 게 이 대표의 현실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대선주자 선호도 역시 반등의 기회를 못 찾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2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이 대표는 15%의 지지를 받아 3위에 그쳤다.

1위와 2위는 윤석열 검찰총장(30.4%), 이재명 경기도지사(15%)다. 특히 여권에선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양강 체제'가 지속됐지만, 이 지사와 이 대표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거나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낸 것이 '정치적 승부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앞서 대통령 사면권이 정치공학적으로 이뤄져왔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사면권에 여야 토론도 없었고, 국민 대다수가 사면의 필요성을 납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야 간 토론이 전제돼야 한다. 전두환·노태우 사면도 과거권력 김영삼과 미래권력 김대중의 합의로 이뤄진 것"이라며 "사면권은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된다. 정치적인 사안일수록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게 대통령의 사면권"이라고 설명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면이라는 제도는 사법적인 판단을 뒤집는 것으로 정상적인 게 아니다. 판단을 뒤집을 만한 실질적인 이유를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은 진영간 갈등이 첨예해 양쪽 모두에 사면의 필요성을 납득시키기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또 "사면은 이 대표가 꺼낼 문제는 아니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여당 대표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이 대표 자신에게 자충수가 될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0월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구속 연장 후 처음으로 열린 8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당장 당내에서부터 친문진영과 86그룹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친문핵심으로 분류되는 박주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사면?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라며 "우리 역사를 그렇게 과거로 돌리려 했으나 아직 일말의 반성조차 안 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86그룹의 대표격인 우상호 의원도 "첫 번째, 두 사람의 분명한 반성도 사과도 아직 없다"면서 "자칫 국론분열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 시기적으로도 내용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두 전직 대통령 주변에서도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건부 사면' 제안과 관련해 전직 대통령들을 "시중 잡범" 취급하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던 이정현 전 의원도 한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극한의 처지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을 두고 벼랑 끝에 몰린 지지율 반전을 위해 정치화하는 극악무도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UPI뉴스 자료사진]

일각에선 특별사면권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민생당 박정희 대변인은 논평에서 "특별사면권은 군주제의 유물이다. 사면을 논하기 전에 특별사면권 제도의 폐지를 진지하게 논할 때"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관한 권한은 헌법에 규정돼 있다. 헌법 제79조 1항에 따르면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 일반사면과 달리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아, 대통령만 결정하면 시행되는 구조다. 

박상철 교수는 "특별사면의 경우 법치주의 근간을 흔들고 삼권분립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폐지까지는 힘들더라도 제도적으로 대통령의 사면권은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은 건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다. 장영수 교수는 UPI뉴스에 "사면에 대한 극성 반대자가 대통령 지지자들인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결단만 남은 상황"이라면서 "지금까지의 국정운영으로 보면 문 대통령이 지지세력이 반대하는 정치행위에 선뜻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U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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