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로나로 꽁꽁 묶인 김정은, '1호사진' 급감

김당 / 기사승인 : 2021-01-21 11: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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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김정은 읽기] '1호기념사진', 18년 43건∙19년 26건∙20년 4건
탈북민들 "TV 준 과거와 달리 선물 소식 없어…장마당에 선물 안나와"
시계∙양복지∙TV '선물정치'와 '기념사진 정치'에도 타격…체제불안 요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 당국이 이번 8차 당대회에 참석한 대표자들에게 '기념사진' 말고는 별다른 선물을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 김정일 총비서가 1월 12일 제8차 당대회 폐회사에 앞서 사업총화의 결론을 밝히고 있다. 노동당은 새 구호 대신에 기존의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은 그동안 역대 당대회 대표자들에게 고급시계나 양복지, 컬러 텔레비전 수상기 등을 선물해 왔음에 비추어 이례적이다. 그만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국경봉쇄로 북한식 '선물 정치'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3년(2018년 1월 1일∼2020년 12월 31일) 동안 북한 노동신문에 게재된 '1호 기념사진'(기사 건수 기준)을 전수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8년 43건 △2019년 26건 △2020년 4건으로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가지 사실은 경제제재와 코로나19 여파로 김정은 위원장 운신의 폭이 크게 협소해졌다는 것을 의미해 주목된다.

 

탈북민들과 북한 전문가에 따르면, '선물 정치'와 '기념사진 정치'는 김씨 일가의 1인 독재체제를 유지해온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여서 이로 인해 핵심계층의 불만이 누적되면 체제 불안 요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5일 열린 제8차 당대회의 개회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8차대회에는 제7기 당중앙지도기관 성원 250명과 전당의 각급 조직에서 선출된 대표자 4750명 등 5000명이 참가했다. 또한 방청으로 2000명이 참가했다

 

5000명의 대표자 구성을 보면 당 1959명, 국가행정∙경제 801명, 군인 408명, 근로단체 44명, 과학∙교육∙보건∙문학예술∙출판보도 부문 333명, 현장 핵심당원 1455명 등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평양을 제외한 지역의 시∙도 당과 각급 조직에서 올라온 대표자들이다.

 

이와 관련 탈북 수의사 출신의 조충희 (사)굿파머스 연구소장은 "전에는 당대회 참석자들이 고급시계와 양복지, 그리고 좋은 가방에 술도 한두 병씩 받고, 제6차 대회 때는 일제 컬러 텔레비전까지 받았는데 이번에는 정말 힘든지 그런 선물은 받지 못하고 기념사진만 받았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북한 물가동향을 자체 조사해오고 있는 조충희 박사와 다른 탈북민 등에 따르면, 당대회가 끝나 각 시∙도별 대표자들이 선물 보따리를 갖고 귀향하면 그중 일부를 팔아 필요한 생필품을 구입하느라 기념선물이 장마당에 나오는데 이번에는 그런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 북한군 지휘관들이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이른바 조국해방전쟁 승전일(한국전쟁 휴전일)에 맞춰 선물한 '백두산' 기념권총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동신문 캡처]


실제로 2020년에 김정은 위원장이 핵심계층에 준 공개된 선물은 이른바 조국해방전쟁 승전일(한국전쟁 휴전일)에 맞춰 군 지휘관들에게 선물한 '백두산' 기념권총이 유일하다.

조 박사는 "북한이 이번 당대회에 특별한 구호를 내걸지 않고 기존의 이민위천(以民爲天) 구호와 자력갱생 기조를 유지한 것은 선물도 주지 못할 만큼 어려운 형편에서 경제성장보다는 내부안정과 체제유지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선물 정치'는 김씨 일가의 1인 독재체제를 유지해온 중요한 통치 수단의 하나라는 점에서 그만큼 불만이 누적되면 체제 불안 요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실린 기념사진들을 분석해보면, '선물 정치'와 함께 김씨 일가의 핵심 선전선동 수단으로 기능해온 '기념사진 정치'도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복병으로 인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에서 '1호'는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을 지칭하는 은어이다. 김씨 일가 3부자가 타고 다니는 전용열차는 '1호 열차', 이들이 이용하는 전용도로는 '1호 도로'라고 부르는 식이다.

 

북한에서 '1호 사진'은 최고 지도자의 얼굴이 나오는 '귀한 사진'이다. 북한에선 사실상 신(神)과 동격의 존엄인 '1호'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것은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받는 의식이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어떤 행사를 참관∙시찰하거나 현지지도를 할 때마다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것은 김일성 시절부터 전수된 이미지 통치술의 하나이다. 아들 김정일뿐만 아니라 손자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이를 적극 활용한다.

 

▲ 21일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첫화면에 실린 8차 당대회 관련 '1호 기념사진' 6장. 각각 출판인쇄부문 근로자들, 최고인민회의 14기 4차회의에서 새로 임명된 내각 성원들, 새로 선거된 제8기 당중앙지도기관 성원들, 8차 당대회 방청자들, 8차대회 기념 열병식 참가자들, 8차 당대회에 공헌한 호위∙안전∙보위부문 장병들과 찍은 단체 기념사진들이다(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21일 현재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kcna.kp) 첫화면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 동정을 전하는 '혁명활동소식'에 6건의 사진이 실려 있는데 6건이 모두 단체 기념사진이다. 물론 이 단체 기념사진들은 모두 노동신문에도 실려 있다.

 

노동신문 1면에 실린, 얼굴 식별도 불가능한 단체 기념사진을 보면, 김정은과 북한 선전선동 당국은 물론 북한 주민들이 '1호 기념사진'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알 수 있다.

 

김정은은 당과 각 부문 일꾼 그리고 군인들과 함께 단체 기념사진을 찍어 모든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싣고, 그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당사자들에게 '사랑의 선물'로 줌으로써 사회주의대가정 인민의 집단 정체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UPI뉴스〉가 최근 3년(2018년 1월 1일~2020년 12월 31일) 동안 노동신문에 실린 '1호 기념사진' 관련 기사를 전수조사 해보니, △2018년 43건 △2019년 26건 △2020년 4건으로 급감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위의 건수는 관련 기사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실제 노동신문에 실린 기념사진의 건수는 이보다 더 많다. 예를 들어 전국교원대회의 경우 참가 인원이 많아 김정은 위원장이 10회에 걸쳐 나눠서 기념사진을 찍었지만 1건으로 계상했다(기념사진의 효용성과 그 이미지의 특성 및 메시지 분석은 다음 기사에서 다룬다).

 

기념사진을 구체적으로 보면 △2018년 대내 24건, 대외 21건 △2019년 대내 17건, 대외 9건 △2020년 대내 4건, 대외 0건 등이다. 여기서 '대외'는 남측 대표단, 해외 방문 및 방북 외국 사절단과의 기념사진을 포함한 것이다.

 

▲ 2020년 노동신문의 기념사진 관련 기사 4건에 실린 사진들. 당중앙위 7기 5차전원회의(1. 1), 조국해방전쟁 승리 백두산 기념권총 수여식(7. 27), 노동당 창건 75돌 경축 행사, 노동당 창건 75돌 경축 열병식(10. 12) 순이다(위왼쪽부터 시계방향). [노동신문 캡처]


2020년에 노동신문에 실린 기념사진 기사 4건은 △당중앙위 7기 5차전원회의(1. 1) △조국해방전쟁 승리 백두산 기념권총 수여식(7. 27) △노동당 창건 75돌 경축 행사(10. 12) △노동당 창건 75돌 경축 열병식(10. 12)과 관련된 것이다.

 

2020년에 대외 기념사진 기사가 한 건도 없다는 것은 활발한 정상외교를 펼친 2018~2019년과 달리 지난해는 남북관계와 조∙중-조∙러 관계에서 정상외교가 실종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외 기념사진이 한 건도 없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국경봉쇄를 할 만큼 강력한 국가비상방역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020년의 1호 기념사진 기사 건수 4건은 2019년과 대비해 1/6, 2018년과 대비하면 1/10도 안되는 수준이다.

 

'규모의 경제'라는 용어가 시사하는 것처럼, 이미지 정치에도 최소한의 규모와 물량이 필요하다.

 

김정은이 집권 첫해인 2012년 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17개월 동안 노동신문에 실린 1호 사진을 전수조사해 분석한 논문(변영욱, 김정은의 이미지 관리 전략)에 따르면, 단체 기념사진 191장에 나오는 인물은 약 12만8982명이었다.

 

연간으로 추산하면 김정은 집권 초기에 1년 동안 약 9만 명과 기념사진을 찍은 셈이다.

 

물론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권력을 물려받은 집권 초기여서 김정은이 의도적으로 주민 접촉 빈도와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집단행사와 단체 기념사진을 남발(?)한 측면이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2020년의 '1호 기념사진' 4건은 이미지 정치를 하기에는 현저하게 빈약한 물량이다. 특히 북한 행사에서 최다 인원이 등장하는 당창건 75돌 경축 열병식 인원(약 2만 명)을 감안해도 기념사진에 나오는 전체 인원은 3만 명을 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와 코로나19의 충격파가 '선물정치'와 '1호 기념사진'으로 사회주의대가정 인민의 집단 정체성을 확보해온 김정은의 이미지 정치에도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1호 기념사진'이 북한 체제 안정화의 도구로 사용되어 온 점을 감안하면 체제 안정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셈이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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