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증오의 정치보단 가슴뛰는 스타트업이 좋다"

김광호 / 기사승인 : 2021-04-09 20:28:34
  • -
  • +
  • 인쇄
사업가로 '인생2막' 펼친 남경필 전 경기지사 인터뷰
"'빅케어' 앱 개발해 체계적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
"몇몇 회사들과 계약, 유료화 예정…정치는 절대 안해"
吳 시장에 "승자가 더 큰 협업하고 겸손해져야" 조언

"정치할 때는 정책을 갖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면 지금은 '헬스케어'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가슴뛰는 일을 찾았다"며 2019년 홀연히 정계를 떠난 남경필(56) 전 경기지사. 국회의원 5선에 도백까지 한 그가 2년만에 사업가로 완전히 변신했다. 직함은 건강케어 서비스 '빅케어' 대표.

소장개혁파의 대명사인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대권까지 꿈꾸던 거물 정치인이 스타트업 세계에 뛰어든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인생을 살면서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 싶어졌고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게 그 일"이라는 것이다. 정치에서 접었던 꿈을 비즈니스로 이뤄내겠다는 얘기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으로 시끌시끌하던 8일 남 대표를 서울 삼성동 빅케어 사무실에서 만났다. 테헤란로 사무실엔 활기가 가득했다. 20여 명의 젊은이가 빼곡히 앉아 일하고 있었다. 남 대표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주먹인사를 건넸다. 캐주얼 차림이 잘 어울렸다.

인터뷰 내내 사업 아이템을 자랑하느라 바빴다. 영락없는 벤처사업가 모습이었다. 정치할 때 보이던 긴장감은 찾을 수 없었다. 연신 싱글벙글이던 그에게 사업가로서의 '인생 2막'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 = 허범구 정치에디터

▲빅케어 남경필 대표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빅케어 회의실에서 UPI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여전히 가슴이 뛰는가

"물론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가슴뛰는 건 당연하지 않나. 정치판에 있을 때는 상대방을 이겨야 내가 사는 싸움의 연속이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고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협업을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게 됐다."

—적성에 맞는 일을 왜 이제 찾았나

"30대 처음 정치할때는 그게 숙명인 줄 알았다. 당시 부친이 하시던 사업은 동생이 물려받았고 지금도 하고 있다."

남 대표는 33세이던 1998년 부친 남평우 의원의 별세로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된 뒤 내리 5선을 했다. 

—스타트업은 어떻게 시작했나

"경기지사로 있을 때부터 데이터나 플랫폼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다. 판교에 스타트업 캠퍼스를 만들면서 청년들에게 창업 조언을 했다. 지사 때 알고 지내던 '델레오'라는 회사의 대표와 함께 2019년 10월 공동 창업했다. 아직은 '베이비' 스타트업 대표일 뿐이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이 한창 주가를 올릴 때 그 가능성에 관심을 가졌지만 그것만으로 세상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기업과 기업을 잇는 플랫폼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든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지금의 빅케어를 시작했다. 아무도 가보지 않는 길이어서 설렌다. '건강을 통해 삶을 행복하게 한다'는 게 경영 방침이다."

—빅케어 서비스란

"빅케어 어플리케이션은 개인의 의료 데이터를 모아 질병, 사망 등 예고된 불행을 막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가 매년 건강검진을 받고 병원에 다니면서 평생 만든 재산인 의료 데이터는 엄청나다. 그러나 각 병원, 건강보험 공단,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 산재한 데이터를 모아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써야하는데 방치하고 있다.

빅케어 앱은 일차적으로 개인의 의료 데이터를 모아 준다. 또 10년치 검진결과를 분석해 건강상태에 대한 추이를 제공하고 개인이 건강상태를 잘 인지·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난해부터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심신을 달래줄 '마음케어' 서비스와 '코로나19 위험도 자가평가'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젊은 직원들이 많다

"대부분 개발팀원들이다. 빅케어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의 딥러닝 기법을 활용해 개인에게 의료데이터를 기반으로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운동케어, 멘탈케어, 식습관, 의료서비스 등 각자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 FDA(식품의약국)도 이같은 '디지털 메디슨'을 인정한다. 우리나라 식약처도 세계적인 흐름에 맞게 최근에는 인정하는 추세다.

빅케어는 인간의 면역력을 강화시켜주는 방식으로 암 등의 질병을 예방하는 디지털 백신 개발을 추구하고 있다. 약을 통한 사후 치료가 아니라 미리 개인의 면역력을 강화시켜주는 것까지를 통계적으로 데이터화할 수 있다면 디지털 방식으로 치료가 가능해진다. 그런 플랫폼을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되는 추세인데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이용자 개인이 사전에 동의한 것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크게 어려움은 없다. 다만 이용자에게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경우, 의료법 때문에 우리가 직접 병원을 예약해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의료 데이터를 모을 때 많은 병원들이 데이터 제공을 꺼린다. 법과 제도보다도 의료계의 기득권을 넘어서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많은 투자가 필요할텐데 돈은 언제 버나

"사실 돈 버는 것은 차후의 문제다. 앞으로 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잡는다면 그 과정에서 수익은 얼마든지 낼 수 있다. 현재 앱은 1만 명 이상이 내려받아 사용하고 있다. 앱 자체는 무료지만 심화된 서비스는 유료화할 예정이다. 현재 주변에서 투자를 많이 받고 있다. 손익분기점은 아직 멀었지만 몇몇 회사와 계약을 맺었다. 현장 반응이 매우 뜨겁다. 올 하반기부터는 적극 영업을 뛸 예정이다. B2B(Business to Business)를 통해 사업이 확장된다면 회원이 수천명, 수만명 더 늘어 안정적 수익구조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파트너들과 협업은 여전히 잘 되나

"지난해 8월부터 합류한 딥러닝 전문가 송인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회사의 CTO(Chief Technology Officer)다. 송 교수는 지식이나 경험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찾다가 빅케어에 합류했다. 코로나맵 최초 개발자인 이동훈 대표도 고마운 동지다. 그는 '공공의 이익 실현'에 공감해 대기업을 포함한 수많은 기업들의 협업 제안을 뒤로하고 우리 회사와 손을 잡았다. 이 대표의 코로나맵이 없었다면, 송 교수의 방대하게 축적된 딥러닝 전문 영역이 없었다면, 빅케어의 코로나 위험도 측정 기능은 애초에 출시가 불가능했다."

—'봉이 김선달과 나이팅게일의 정신을 잇고 싶다'고 했는데

"나이팅게일은 간호사로 알려져 있지만 수학과 물리학 언어학 간호학 등에 정통한 통계학자였다. 귀족 집안 출신으로 1800년대 크림전쟁에 참전해 병상의 약품 관리와 환자 차트를 다이어그램 등으로 체계적으로 정리, 병원의 과학화를 만들어냈다. 나이팅게일에게서 새로운 구조를 만든 천재적인 능력을 배우고 싶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듯이 데이터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인프라를 소유가 아닌 공유하고 싶다. 서로가 공동의 목표를 갖고 가면서 장점을 협력해 새로운 밸류를 만드는 의미에서 봉이 김선달 선생의 정신을 잇고 싶다. 빅케어가 추구하는 의료 시스템의 변화가 이런 모습이다."

▲ 빅케어 남경필 대표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빅케어 회의실에서 UPI뉴스와 인터뷰 중 맘케어 어플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허범구 UPI뉴스 정치에디터. [문재원 기자]


남 대표에게 정치 얘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그와 아주 가까운 오 시장이 이날 취임했다. 2004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 시장은 2006년 지방선거 때 당의 거듭된 출마 요청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남 대표와 원희룡 제주지사가 불러냈다. 오 시장은 46세 나이에 서울시장을 시작했다. 정치적 조언이 필요할 때면 남 대표를 찾았다고 한다.

오 시장에게 해줄 말은

"먼저 축하인사를 건넨다. 오 시장은 당선 직후 '국민들이 내가 좋아서 찍은게 아님을 알고 있다'고 했는데 잘한 얘기다. 그 마음을 지켜야 한다. 승자가 더 큰 협업을 해야 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소연정', 나아가 더불어민주당과 '대연정'을 추진해볼 수 있다.(남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과 도정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연정'을 실제로 시행한 경험이 있다.)

분노의 정치, 증오의 정치를 끊어내야 한다. 권력을 잡은 순간 권력자는 겸손해져야지 그걸 쓰려하면 안된다. 지금부터는 오 시장에게 인내의 시간이 될 것이다. 판단은 시민들이 할 것이다."

—다시 정치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분명히 말하는데 정치는 다시 안한다. 우리 정치가 상대방을 죽이는 정치, 증오의 정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베스트를 뽑는 것이 아니라 워스트를 피하는 투표를 하고 있지 않나. 최근 선거가 분노의 투표 양상을 보이는 것이 안타깝다.

하지만 우리 고객 중에는 보수도 있고 진보도 있다. 정치할 때 못한 통합이 경제에서는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 회사의 장점은 상대를 때려눕히거나 죽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제조업 시대에는 비슷한 업종이 나타나면 경쟁에서 이겨야 했지만, 플랫폼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상대를 때려눕히는 게 아니라 상대의 장점을 품어 파이를 키우다가 이익을 공유하면 된다."


◆ 남경필 대표는...

△ 경복고 △ 연세대 사회사업학 학사 △ 예일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 제15·16·17·18·19대 국회의원(1998년 7월~2014년 5월) △ 한나라당 경기도당위원장(2008년) △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2010년 9월~2011년 11월) △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2012년) △ 제34대 경기도지사(2014년 7월~2018년 6월)

 UPI뉴스 / 정리=김광호 기자 khk@upinews.kr

[저작권자ⓒ U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핫이슈

2021. 5. 11. 0시 기준
128283
1879
118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