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인사이트] 정치인· 나스닥 테마주? 대박 좇다 쪽박 찬다

UPI뉴스 / 기사승인 : 2021-04-10 14: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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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윤석열, 오세훈. 정치인 테마의 주역들이다. 주가가 움직이는 이유가 다양하다. '대표이사가 파평 윤(尹)씨여서'가 있는가 하면, 대주주가 특정 대학 출신이란 사실도 자주 거론된다. 회사가 해당 정치인의 집 근처에 있다는 점도 주가를 올리는 재료가 된다.

정치인 테마주가 처음 시장에 등장한 건 이명박 후보 때다. 전직이 기업인인데다 대표 공약이 '한반도 대운하'여서 관련된 회사가 많았다. 대선 6개월전부터 주가가 오르기 시작해 선거가 끝나는 시점까지 적게는 두 배, 많은 경우 다섯 배 넘게 올랐다. 단기에 엄청난 수익이 나는 걸 봐서인지 이후 정치적 이벤트가 벌어질 때마다 정치인이 소환됐다.

내용은 달라졌다. 처음에는 공약과 관련된 기업의 주가가 올랐지만 지금은 공약보다 정치인과 개인적 친분이 중요해졌다. 친분관계가 투자자들에게 더 잘 먹히기 때문이다.

투자 결과는 엉망이다. 선거가 끝나거나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주가가 크게 하락했는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거가 있기 2~3개월전에 판을 정리할 정도로 대응이 빨라졌다.

정치인 말고 또 다른 테마도 있다. '나스닥 상장'이 그 건데, 쿠팡 상장을 계기로 나스닥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회사들이 집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 중 나스닥에 제일 먼저 상장한 회사는 '두루넷'이다. 도메인 주소가 Korea.com일 정도로 대표성을 부여해줬던 회사다. 결과는 초라했다. 상장 몇 년 후 법정관리로 인해 나스닥에서 쫓겨났다. 그 후 9개 기업이 더 나스닥에 올라갔지만 지금은 1개만 남고 모두 밀려났다. 기업 부실이나 다른 회사와 합병 혹은 나스닥 상장 규정을 맞추지 못한 게 이유다.

한국 시장에 상장하는 것과 나스닥에 상장하는 것의 차이는 두 나라 입시제도와 비슷하다. 한국은 대학에 들어가기 힘들지만 일단 합격하면 성적이 어지간히 나쁘지 않은 한 졸업하는데 문제가 없다. 미국은 대학에 들어가긴 쉬워도 졸업이 힘들다. 나스닥도 상장하긴 쉽지만 상장을 유지하기 힘든데, 시장이 이런 사실을 감안하지 않고 '나스닥'이란 단어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판단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어떤 때에는 '이런 일까지 생각하는구나'라고 놀랄 정도로 현명하지만, 또 다른 때에는 '뻔한 일인데 왜 저러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모하게 행동한다. 둘 사이를 가르는 경계는 탐욕이다. 탐욕이 눈을 가리면 현명함이 사라지게 된다. 지금 주식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탐욕이 최대점까지 올라온 데 따른 반응이다.

돈은 남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어떤 이유로 주식을 샀든, 그 돈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수없이 많은 실패 사례를 봤으면서도 정치인 테마에 뛰어드는 심리가 궁금하다. 나폴레옹이 갔다가 망한 길을 히틀러도 갔다가 망했다. 다른 사람이 망한 곳에서는 나도 망할 가능성이 있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 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1962년 서울 출생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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