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김치프리미엄' 1000만원…환치기성 차익거래 비상

안재성 / 기사승인 : 2021-04-14 17: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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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8000만원·해외 7000만원…해외서 사와 팔면 1000만원 남아
4월 초순 5대은행 해외송금 18억달러…3월 전체 14억달러 추월
은행, 지점에 '가상화폐 관련 해외송금 유의사항' 공문 보내 규제
최근 비트코인의 '김치 프리미엄'이 개당 1000만 원까지 확대돼 '불법 환치기'성격의 차익 거래가 급증하고 있어 금융당국과 은행에 비상이 걸렸다.

김치 프리미엄은 비트코인의 국내 가격이 해외 가격보다 높아지는, 국내에서 프리미엄이 붙는 현상을 뜻한다.

이달 들어 김치 프리미엄이 커지면서 중국인들의 해외송금이 급증하자 '비트코인 환치기'를 우려한 은행들이 송금 규제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국내 비트코인 공급이 부족해 김치 프리미엄이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진단한다. 나아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대형 채굴업체·전문투자자 없는 한국…만성적 비트코인 부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14일 오후 5시 기준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816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또 다른 거래소 빗썸에서도 비트코인은 8000만 원대와 8100만 원대를 오가고 있다.

반면 해외의 비트코인 가격은 국내보다 훨씬 싸다. 이날 중국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7000만~7100만 원 수준이다.

미국 시황을 중계하는 코인마켓캡에서는 6만4000달러, 한화로 역시 7000만~7100만 원 가량으로 나타났다.

즉, 해외에서 비트코인을 산 뒤 국내에서 팔면, 개당 1000만 원 정도의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3월 중순까지만 해도 국내와 해외 가격이 비슷했다"며 "3월 말부터 벌어지기 시작, 4월 들어 김치 프리미엄이 꽤 커졌다"고 진단했다.
▲ 비트코인의 '김치 프리미엄'이 개당 1000만 원에 달하면서 '비트코인 환치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셔터스톡]

실제로 지난달 18일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국내 약 6800만 원, 해외 약 6600만 원으로 엇비슷했다. 그러나 4월 들어 상황이 변했다. 이미 지난 6일 기준으로 국내 약 7800만 원, 해외 약 6600~6700만 원으로 1000만 원이 넘는 차이가 생겼다.

김치 프리미엄의 주된 원인으로는 공급 부족이 꼽힌다. 한국은행은 지난 2018년 발행한 보고서에서 국내는 대형 비트코인 채굴업체나 전문투자자가 없어 비트코인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중국에는 카난크리에이티브, 비트메인, 마이크로비티, 이방궈지, 비터다루 등 대형 채굴업체가 잔뜩 있으며, 올해 들어 전세계 비트코인의 75%가 중국에서 채굴되고 있다.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싼 전기료와 인건비, 느슨한 단속 등 때문에 음성적인 채굴까지 성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학원대학(UCAS)과 중국과학원(CAS) 연구팀은 "비트코인 채굴을 그대로 방치하면, 오는 2024년에는 1억30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 탄소 중립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에도 나스닥에 상장된 마라톤디지털, 라이엇블록체인 등 대형 비트코인 채굴업체가 존재한다.

이에 반해 국내는 대형 채굴업체가 없어 해외 거래소에서 구매한 비트코인이 거래되는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외국환거래법에 의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구매를 위한 외국환거래 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전문투자자가 나서기 힘든 환경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세계 비트코인 투자의 88%는 기관투자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테슬라와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중국 메이투 등 대기업과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하고 있다. 전문투자자가 거의 참여하지 않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한은이 분석한 2018년의 상황은 올해까지 지속되고 있다"며 "만성적인 비트코인 공급 부족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 비트코인이 부족하다보니 지금처럼 시장이 호황을 이룰 때마다 김치 프리미엄이 생긴다"며 "현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4월 초순 중국인 해외송금 7270만 달러…3월 전체 송금액의 8배  

김치 프리미엄 탓에 4월 들어 비트코인 환치기가 유행 중이란 우려가 번지고 있다. 4월 9일까지 7영업일 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해외송금액은 17억7294만 달러를 기록했다. 3월 전체 송금액 14억8158만 달러를 이미 훌쩍 넘은 것이다. 

특히 이달 9일까지 5대 은행의 국내 체류 중국인들의 대중 송금액은 총 7270만 달러에 달했다. 3월 전체 송금액(950만 달러)의 8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김치 프리미엄이 일시적으로 20%를 넘긴 지난 7일과 8일 대중 송금액이 급증했다"며 "비트코인 환치기일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차익 거래는 주로 국내 거주 외국인·유학생들이 한다"며 "그 중에서도 중국인의 비중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비트코인의 75%가 중국에서 채굴되기에 비트코인이 풍부하고, 당국의 감시가 느슨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환치기 우려가 번지며 금융당국과 은행에 모두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은 일단 은행들에 주의깊게 살펴볼 것을 당부했으며, 이에 따라 5대 은행은 지난주말 이후 '가상화폐 관련 해외송금 유의사항' 공문을 지점에 보냈다.

그간 거래가 없던 고객이 해외로 5만 달러 이상 송금을 요청하거나 외국인이 여권상의 국적과 다른 국가로 송금을 요청하는 경우 거래를 거절하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아직 어느 정도 금액이 비트코인 환치기에 이용되고 있는지 파악하기도 힘들어 제대로 된 대처가 힘든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화폐 매매 목적의 외국환거래는 불법이지만, 아직 관련 세부 규정이 없다"며 "때문에 가상화폐사업자처럼 드러나는 경우가 아니면, 잡아내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건당 5000달러, 연간 5만 달러까지는 증빙 서류 없이 해외송금이 가능하기에 가상화폐 매매 목적의 해외송금을 원천 차단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일단 차명 송금과 분산 송금 의심 사례를 막고 보는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도 "교묘히 외국환거래법을 충족하고 분산 송금할 경우 현실적으로 모든 차익 거래를 막기는 힘들다"고 고개를 저었다.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김치 프리미엄이 현재 15~20% 수준인데 가상화폐 시장이 계속 호황이라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 상황에서는 비트코인 환치기가 계속 유행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 2017년 김치 프리미엄이 50%까지 치솟았을 때도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환치기가 대성행했었다"고 덧붙였다.

U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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