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판치는 빙상계…"실업선수 75% 욕설·협박 경험"

김지원 / 기사승인 : 2021-04-15 16: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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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조재범 코치 성폭행 사건' 계기 빙상종목 특별조사 실시
타종목보다 인권침해 커…욕설 경험 실업선수, 전체 평균 2배↑
코치 등 지도자 전횡 심각…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책수립 권고
빙상 종목 실업선수들이 다른 종목 선수들보다 언어·신체·성폭력 등 폭력 피해가 심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 서울 중구에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권라영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15일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의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시행한 '빙상종목에 대한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2019년 7∼8월 전체 초·중·고등학교와 대학 학생선수, 실업선수 등 1만 8000여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뒤 그 결과에서 빙상선수 응답 데이터를 추출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또 같은 해 5월부터 11월까지 총 66명의 빙상선수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 빙상종목에서는 폭력, 성폭력 등 인권침해 문제가 다른 종목과 비교했을 때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빙상선수 인권은 스포츠 분야의 전반적으로 취약한 인권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더욱 심각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대학생 집단을 제외하고는 모든 폭력 유형의 피해 경험이 전체 평균 응답률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특히 실업선수 그룹은 전체 응답률보다 2배 정도 높게 나타나는 등 빙상종목 선수들이 신체적, 언어적 폭력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음이 확인됐다"고 했다.

빙상 선수들 가운데 신체 폭력을 당한 경험은 실업선수(31.2%), 대학생(29.4%), 초등학생(26.2%), 고등학생(22.1%), 중학생(20.2%) 순이었다. 특히 손이나 발 또는 운동기구나 도구 등을 이용한 구타 형태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 운동 종목 평균(초등학교 19.0%, 중학교 13.8%, 고등학교 14.6%, 대학교 31%, 실업팀 33.9%)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높은 수치다.

빙상선수들의 신체폭력 주기는 전체적으로는 '1년에 1∼2회'라는 응답이 많았으나, 실업선수 집단에서는 '1달에 1∼2회'라는 응답이 45.0%, '거의 매일'이라는 응답도 25.0%나 차지했다.

빙상선수들 가운데 '운동 중 불쾌한 정도의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이는 총 23명이었다.

마사지, 주무르기 등에 의한 성폭력 피해(4건), 성기 등 강제추행 피해(3건), 신체 부위를 몰래 또는 강제로 촬영(1건, 여자 고등학생) 피해 사례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언어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 비율도 빙상선수가 전체 운동선수보다 대체로 높았다.

폭력 가해자는 학년과 상관없이 지도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다른 종목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선배나 동료 선수에 의한 체벌이나 폭력이 증가하는 데 반해 빙상종목의 주요 가해자는 학년 변동과 상관없이 지도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빙상종목은 빙상장을 기반으로 육성되기 때문에 학생선수 대다수가 학교 밖 개인 코치에게 훈련을 받아 학교운동부 중심의 인권침해 예방 체계 밖에 존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부 지도자들에 의한 빙상장 독점화, 국가대표 코치 및 선수 선발권, 실업팀과 대학특기자 추천권 등이 전횡되면서 선수-지도자 사이의 위계 구조가 매우 공고해져 지도자들의 폭력이 공공연하게 용인됐다"고 덧붙였다.

또 "대한빙상경기연맹의 무능, 묵인 관행이 인권침해를 심화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빙상 선수들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과도하게 긴 시간 훈련을 받으면서 반복적 수업 결손 등 심각한 학습권 침해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 조사됐다.

오전과 오후 수업을 모두 듣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초등학교 64.5%, 중학교 63.0%, 고등학교 29.4%로 나타났는데, 전체 종목의 평균(초등학교 75.1%·중학교 85.6%·고등학교 53.5%)보다 낮았다.

인권위는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에게 '빙상종목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과 인권 행동규범·훈련 가이드라인 마련, 정관 규정을 통한 지도자 자격기준 강화 등을 권고했다.

아울러 "학교 밖 개인코치에 대한 관리·감독 부재도 빙상종목 인권상황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육부 장관에게는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 중 '과외교습'에 체육교습을 포함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것과 지방자치단체장에게는 공공체육시설(빙상장) 독점을 방지하는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U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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