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한남동 신축 저택에 '대용량 배터리' 들여놨다"

탐사보도팀 / 기사승인 : 2021-04-19 11: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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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재벌가 '남산캐슬' 대지각변동 ④ SK 최태원
4월 신축 마친 저택에 200kWh 대용량 리튬 배터리 설치
"정전 때 작은 공장 2개 가동 용량"…실제 용도는 '의문'
▲ 지난 3월4일 오후 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서울 한남동 최태원 SK회장 저택 [탐사보도팀]

대한민국 대표적인 재벌이 대거 운집해 있는 서울 한남동과 이태원동 일대 '남산캐슬'. 지난 3월4일 오후, 한남동 73X-XX번지에 신축 중인 고급주택 대문 앞엔 'CM FURNITURE(퍼니처)' '파인아트' 등 상호가 붙은 운송트럭 세 대가 주차돼 있었다.

주택 외관 공사는 거의 마무리된 모습이었다. 새로 설치된 대문엔 흠집이 나지 않도록 하얀 색 얇은 스티로폼이 붙어있었다. 공사 인부 4~5명이 분주히 집 안에서 쓰다 남은 벽지와 스티로폼, 각종 포장지 등 폐기물을 집 밖으로 갖고 나왔다. 폐기물 가운데 검은 색 매직으로 '사모님' 이라 적힌 노란 종이 상자가 눈에 띄었다. 이 집 '사모님' 물건을 담았던 상자인 듯 했다. 얼핏 봐선 그림 액자를 넣었음직했다.

인테리어 공사도 거의 끝나가는 듯했다. 이 저택 인테리어는 우리나라 실내건축 도급 1순위 업체인 국보디자인이 맡았다. 공사 인부들은 이 집 주인이 누군지 잘 알고 있었다. 기자가 "이 집이 최태원 SK 회장님 댁이냐?"고 한 인부에게 묻자, 그는 "그런데, 왜 그러느냐?"며 다소 경계하는 눈빛을 보였다. 또 다른 인부에게 "공사가 언제 끝나느냐?"고 묻자 "(공사는) 3년 전부터 했는데 90% 정도 끝났다. 이번 주 토요일(3월6일)에 (최 회장 가족이) 이사 온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 서울 한남동 최태원 SK회장 자택 주차장 입구 [탐사보도팀]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4월1일까지도 공사는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승용차 6~7대는 너끈히 주차할 수 있는 지하4층(실제론 지상1층) 주차장 마무리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주차장 입구를 들어서면 비교적 크기가 큰 그림이 시선을 끈다. 주차장까지 미술 작품을 전시해 주택 '품격'을 높이려는 집주인 의도가 읽혔다.

공사 지연…최태원과 '동거인' 김희영 4월에야 입주

공사는 2018년 12월 시작돼 2년5개월 만인 4월 끝났다. 공사 기간이 25층 아파트 건설과 맞먹는다. 완공이 예정보다 한 달 정도 지연되면서 최 회장 가족 입주도 늦춰졌다. 이 저택은 최 회장과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T&C)재단 이사장 가족의 새 보금자리다.

앞서 지난 3월4일 공사 현장에서 목격했던 '사모님'이라 적힌 노란 종이 상자에 든 물건도 김 이사장 것으로 추정된다. 김 이사장은 미술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가족이 이 저택으로 이사하기 전 어디 거주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집은 지하 4층, 지상 2층이다. 그런데 최 회장 집이 경사진 지형에 있기 때문에 건축허가상 지하 4층이지 실제론 '지상 4층'이나 마찬가지다. 지상 6층 주택인 셈이다. 최 회장의 새 저택은 한남동 73X-XX, 74X-XX, 74X-X, 74X-OO번지 등 네 필지에 지어졌다. 국토교통부 건축시스템에 따르면 네 필지 대지 면적은 969.9㎡(294평), 건축물 연면적은 2236,65㎡(678평)다. 2020년 개별 공시지가는 4필지 모두 합쳐 99억 원. 새 집이라 현재의 주택가격을 산정하긴 이르다.

지방세법에 따르면 대지 면적이 662㎡(200평), 건축물 연면적이 331㎡(100평)을 넘고 시가표준액이 6억 원을 초과하면 고급주택으로 분류된다. 이른바 호화주택이다. 고급주택일 경우 중과세 대상이다. 최 회장 집도 이에 해당한다.

대용량 배터리 설치, 왜?

최 회장 저택엔 일반 주택에서 보기 힘든 특이한 장치가 설치됐다. 바로 대용량 배터리다. 최 회장 집 신축공사가 한창이던 지난 2월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회장님 댁에 UPS용 200킬로와트(kWh) 리튬 배터리가 들어갔다"며 "200킬로와트면 갑작스럽게 정전사태가 발생해도 웬만한 작은 공장 2개를 중단 없이 가동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용량이다. 일반 가정에선 거의 쓰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UPS(uninterruptible power system, 무정전 전원장치)용 배터리는 주로 갑작스러운 정전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전원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된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배터리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차세대 배터리 전문업체 SK모바일에너지(주)의 UPS용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로 알려졌다. 이 제품은 액체가 아닌 고체 전해질로 제작돼 전해질이 흘러나오질 않는다. 사용 시간이 길고 급격한 기온 변화에도 성능이 저하되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SK모바일에너지가 판매하는 제품 가운데 UPS용 배터리는 두 종류다. 그런데 최 회장 집에 설치된 200kWh 용량 제품은 없다. 따라서 최 회장 집엔 최대 100kWh 용량인 SK모바일에너지의 기존 제품을 두 대 활용했거나, 별도로 특수 제작한 배터리를 설치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용량 배터리의 구체적 용도에 대해 SK 측은 "스프링클러 등과 같은 소방시설을 집에 설치한 경우 정전시에도 이들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배터리 등의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것이 법적 의무사항"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의 새 집엔 원래 지하 3층, 지상 2층 단독주택이 있었다.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 장남인 고(故) 박성용 명예회장이 소유했던 집이다. 박 명예회장이 2005년 별세하면서 장남 박재영 씨가 상속받았고, 박씨는 2014년 그의 누나에게 증여했다. 2년 뒤인 2016년 2월 최태원 회장이 170억 원에 토지와 주택 모두 사들였다.

▲ 서울 한남동 최태원 SK회장 저택의 옆 모습 [탐사보도팀]

최태원, '동거인' 김희영 첫 공개 석 달 후 매입

최 회장이 이 부동산을 매입한 시점을 전후로 굵직한 이슈들이 있었다. 이 부동산을 사기 석 달 전인 2015년 12월 말 최 회장은 세계일보에 편지를 보내 '동거인' 김희영 이사장의 존재를 처음 공개했다. 현재 진행 중인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이 본격 점화한 때다. 최 회장이 등기이사에 복귀하기로 결정한 즈음이기도 하다.

최 회장 집은 다른 재벌가에 둘러싸여 있다. 최 회장 집과 담장을 맞대고 있는 옆집은 2018년 별세한 구본무 전 LG회장 저택이다. 이 집엔 현재 구 전 회장의 부인 김영식 씨가 거주하고 있다. 구 전 회장의 양자인 구광모 LG 회장도 한동안 이 집에 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 집의 바로 건넛집과 아랫집은 신축공사중이다. 건넛집엔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연건평 1600평에 달하는 대저택이 지어지고 있다(본지 [연재] 재벌가 '남산캐슬' 대지각변동 ② 삼성가(家) 참조). 아랫집엔 이명희 신세계 회장 주택이 신축중이다([연재] 재벌가 '남산캐슬' 대지각변동 ③ 신세계가(家) 참조). 최 회장 집이 남산캐슬 노른자위에 있다는 걸 방증한다.

UPI뉴스 / 탐사보도팀=김지영·조성아·남경식 기자 tamsa@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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