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IG는 왜 구본상 회장 이태원 저택에 120억 근저당 설정했나

탐사보도팀 / 기사승인 : 2021-04-23 17: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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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재벌가 '남산캐슬' 대지각변동 ⑥ 범LG가(家)
(주)LIG, '탈세 혐의' 구본상 재판 중인 지난 2월 설정 계약
"세무 당국의 집 압류를 사전에 막기 위한 '꼼수'" 지적
우리나라 5대 재벌에 속하는 삼성, SK, LG를 비롯해 유수한 재벌들이 거주하는 서울 한남동과 이태원동 '남산캐슬'. 이곳 대저택 도로를 걷다보면 '눈에 띄는 게' 있고 '눈에 띄지 않는 게' 있다.

'눈에 띄는 건' 촘촘한 보안시스템이다. 대저택 담벼락과 도로에 설치된 CCTV가 24시간 오가는 사람을 추적한다. 또 사설 방범초소가 동네 구석구석에 있다. 경찰 초소도 세워져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취재진처럼 낯선 이방인이 동네를 배회할 경우 어디선가 무전기를 든, 검정 양복 차림의 젊은 남자가 다가와 "무슨 일이시냐"며 은근히 동네에서 내쫓는다.

'눈에 띄지 않는 건' 쓰레기다. 대저택 대문 옆으로 종량제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내놓은 모습은 보인다. 하지만 다른 동네에 비해 넓은 주택가 도로에선 담배꽁초 하나 찾아보기 힘들다. 여느 평범한 동네 골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각종 생활쓰레기가 이 동네 골목에선 잘 보이질 않는다. 남산캐슬 주민들은 동네 환경미화에도 특별히 신경 쓰는 듯하다.

고 구본무 회장 집값 135억…3년 만에 59억 상승

지난 21일 오후 남산캐슬에 위치한 고(故) 구본무 전 LG 회장집 주변도 그랬다. 이 동네 여느 대저택 주변과 마찬가지로 CCTV가 곳곳에서 목격됐다. 집 주변 넓은 도로는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했다. 이날 구 전 회장 저택은 높은 담벼락 보수 공사가 한창이었다.

▲ 지난 21일 오후 서울 한남동 고 구본무 전 LG 회장 저택은 담벼락 보수공사가 진행중이었다. 뒤쪽에 노란색 가림막이 설치된 곳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대저택 신축 공사장이다. [탐사보도팀]

구 전 회장 저택은 한남동 74X-XX번지와 74X-OO번지 두 필지에 있다 (아래 [그림] ①). 대지면적은 두 필지 합쳐 1682.9㎡(510평). 등기부등본엔 지하 2층, 지상 2층 건물 연면적은 1998.13㎡(606평)로 등재돼 있다. 이 저택은 경사진 언덕에 있어 사실상 지상 4층이다. 등기부에 따르면 지하 1층엔 특이하게도 미술관이 있다. 593.71㎡(180평) 규모다.

국토교통부의 개별주택가격에 따르면 구 전 회장 저택은 2020년 1월1일 기준으로 135억1000만 원이다. 2017년 1월1일 기준으론 75억9000만 원이었다. 3년 만에 무려 59억2000만 원이나 상승했다. 해마다 20억 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다른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치보다 높은 편이다. 남산캐슬이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과 무관한 '치외법권' 지역임을 방증한다.

한남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한남동은 주택 수가 적고 주택 한 채 규모가 커서 매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집집마다 근저당도 거의 없기 때문에 현금 70~80억 원은 들고 있어야 살 수 있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매매가 이뤄질 경우 주택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원조 부촌'이란 이미지와 더 개발할 수 있는 부지가 없다는 희소성도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서울 '남산캐슬' 범LG가(家) 소유 부동산 [그림 김상선]

구 전 회장 대저택의 바로 뒷집은 4월에 신축공사를 마친 6층 짜리 최태원 SK 회장 저택이다(본지 [연재] 재벌가 '남산캐슬' 지각대변동 ④ SK 최태원 참조). 바로 옆집에선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1600평 대저택이 신축중이다.( [연재] ② 삼성가(家) 참조).

구 전 회장은 평생 세 번 이사했다. 1972년 김영식 씨와 결혼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신접살이를 차렸다. 구 전 회장이 한남동에 처음 둥지를 튼 건 1991년 5월. 연건평 100평 규모의 단층 단독주택이었다. 구 전 회장이 그룹 총수에 오르고 2004년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 구광모 현 LG 회장을 양자로 들인 것도 그 집에 살 때였다. 구 전 회장은 그 집에서 2005년 8월까지 15년 동안 살다 한남동 74X-XX번지로 이사해 2018년 타계할 때까지 살았다.

이 집은 구 전 회장 사망 당일인 2018년 5월20일에 협의분할을 통해 가족들에게 상속됐다. 현재 구 전 회장의 부인 김영식 씨가 거주하고 있다. 김 씨가 40% 지분을 갖고 있으며 딸 구연경 씨와 구연수 씨가 각각 30%씩 보유하고 있다. 구광모 LG 회장은 양부인 구 전 회장에게서 경영수업을 받기 위해 한때 이 집에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 서울 이태원동 구본상 LIG 회장 자택 [탐사보도팀]

1300억 원대 조세를 포탈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구본상 LIG 회장집은 이태원동 10X-X번지에 있다 ([그림] ⑦). 구 회장은 고 구인회 LG 창업주의 첫째 동생인 고 구철회 LG 창업고문의 손자다.

23일 오전 구 회장 자택 앞은 어수선했다. LG 로고가 커다랗게 박힌 배송트럭이 세워져 있었다. 집 관리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집 안팎을 분주히 오갔다. 또 다른 용달트럭 한 대도 바로 옆에 세워져 있었다. 곧이어 LG 로고 트럭에서 내려진 커다란 포장 상자가 손수레에 실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 냉장고나 에어컨 정도의 크기였다.

구 회장 집의 대지면적은 565㎡(171평)이며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은 835.16㎡(253평)다. 2006년 매입했다. 2020년 기준 개별주택가격은 78억6600만 원. 그런데 (주)LIG는 이 집에 대해 지난 2월22일 120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이와 관련해 조세 전문 변호사는 "조세 포탈 혐의로 기소된 시점에 LIG가 특수관계인(구 회장) 집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이 집은 세무당국에 압류될 가능성이 있다. (구 회장이) 이를 막으려고 LIG에 선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게 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세무당국이 구 회장 집을 압류하는 걸 막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LIG 측은 "(구 회장이 조세 포탈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인데 세무당국에서 세금을 납부하라고 해서 (구 회장이) 은행 대출을 받으려 했다. 하지만 (구 회장이) 등기이사가 아닌 대주주여서 직업이 없는데다 대출 신청 금액이 워낙 많아 은행서 대출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LIG에서 빌린 것이다"라고 밝혔다. 구 회장이 세금을 내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LIG에서 이태원 집을 담보로 빌렸다는 주장이다.

한남동 74X-XX번지 집과 땅은 구자학 아워홈 회장 가족이 보유하고 있다 ([그림] ③). 구 회장은 LG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셋째아들. 구 회장 부인은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둘째딸 이숙희 씨다. 74X-XX 주택은 구 회장 부인 이 씨가, 토지는 장남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 씨, 삼녀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이사(전 아워홈 부사장) 등이 공동 소유하고 있다. 토지면적은 933.9㎡(283평), 2층짜리 단독주택 연면적은 492.84㎡(150평)이다.

개별주택가격은 2020년 기준으로 115억9000만 원이다. 2017년엔 58억5000만 원이었다. 이 집 역시 인접한 고 구본무 전 회장 저택과 마찬가지로 3년 만에 집값이 57억4000만 원이나 뛰었다.

구본성 부회장은 2016년 6월 아워홈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여동생 구지은 대표이사와 경영권 등을 놓고 분쟁을 벌인 바 있다. 재계에 따르면 남매의 갈등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남동 땅은 공동 소유하고 있다. 구본성 부회장은 서울 청담동 고급빌라에, 구미현 씨와 구지은 대표이사는 각자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삼성동 진흥아파트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  서울 한남동 구자학 아워홈 회장 가족 소유 주택(왼쪽). 그 옆 하얀 가림막이 설치된 곳은 구 회장의 딸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이사 주택 신축 공사장. [탐사보도팀]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이사는 가족 공동 소유 부동산과 바로 붙어 있는 한남동 74X-XX번지도 소유하고 있다 ([그림] ②). 대지 632.1㎡(192평)에 있는 지하 1층, 지상 2층 주택을 2016년 9월 매입했다. 당시 국민은행에서 36억 원을 대출받았다. 그는 그 집을 헐고 새집을 짓는다. 용산구청에 따르면 구 대표이사는 지난 6일 단독주택 신축허가를 받았다. 건물 연면적 1231.99㎡(373평)으로 신축할 예정이다. 현재 땅 파기 작업을 하다가 멈춘 상태로 방치돼 있다.

개별주택가격은 2020년 기준 79억9600만 원이었다. 지금은 집이 철거됐기 때문에 주택가격은 의미 없다. 개별공시지가만 유효하다. 국토교통부 개별공시지가에 따르면 2020년 현재 63억1151만8500원이다. 3년 전인 2017년 50억623만2000원보다 13억 원 올랐다.

한남동 73X-XX번지와 73X-XX번지 두 필지엔 2015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허승조 전 GS리테일 부회장의 집이 있다 ([그림] ④). 대지면적 675㎡(205평)에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514.53㎡(156평) 규모다. 2020년 기준 개별주택가격은 90억230만 원. 2017년보다 40억 원 정도 상승했다.

구광모 LG 회장의 고모 구훤미 씨도 상가 보유

한남동 74X-XX번지엔 2층 짜리 작은 상가가 있다. 대지는 124.6㎡(38평), 연건평은 119.34㎡(36평)이다. 고 구자경 전 LG 회장의 장녀인 구훤미 씨가 미국인 김에드워드와 공동 소유한 건물이다([그림] ⑤). 구 씨는 구본무 전 회장의 여동생이자 구광모 회장의 고모다. 구 씨의 지분은 4분의 1. 나머지 지분은 미국인 김에드워드 씨가 갖고 있다. 개별공시지가는 2020년 기준으로 16억3973만6000원. 구 씨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도 오피스텔을 갖고 있다.

구 씨는 또한 한남동 26X-XX번지 상가를 2011년 사서 지난해 5월 자녀로 추정되는 세 명에게 지분 3분의 1씩 증여했다. 대지 면적은 83㎡(25평), 3층 건물로 연면적은 155.02㎡(47평)이다. 2020년 개별주택가격은 2억4900만 원이다.

한남동 73X-XX번지 토지와 단독주택은 구자훈 LIG문화재단 이사장의 장녀 구현정 씨와 차녀 구윤정 씨가 지분 절반씩을 갖고 있다([그림] ⑥). 구 이사장은 구인회 LG 창업주의 동생 구철회 LG 창업고문의 3남이다.

대지 면적은 746.6㎡(226평),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연면적은 892.92㎡(271평)다. 구 이사장이 2005년 4월에 경매로 사들여 두 딸에게 같은 해 11월 증여했다. 2020년 기준 개별주택가격은 105억8000만 원이다.

UPI뉴스 / 탐사보도팀=김지영·조성아·남경식 기자 tamsa@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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