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언론이 씌운 '이남자 프레임'…"나는 거기서 빠지겠습니다"

장은현 / 기사승인 : 2021-05-06 14:4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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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이남자 이슈', 20대 남자들에게 묻다
"이남자 프레임은 남녀 갈등만 부추겨"
"페미니즘 구도보다 청년문제 본질 짚어야"

4·7 재보선 이후 가장 주목받는 연령층은 20대다. 그중에서도 '이남자'(20대 남자)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20대의 실망감은 극심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 72.5%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찍었다. '이남자'는 2030세대의 표심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좌표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 참패 후 이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모병제와 남녀평등복무제, 군 가산점제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페미니즘' 논쟁이 더해지면서 이남자를 둘러싼 이슈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이남자'라는 이름으로 20대 남성을 일반화하는 현상에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정치권과 언론의 인위적인 프레임으로 청년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20대 남자들의 마음을 잡겠다고 내놓은 정책들이 되레 남녀 갈등을 부추기고, 청년세대의 문제를 직시하지 않는 '표(票)퓰리즘'에 그친다는 주장이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 남성이라는 큰 집단을 하나의 속성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폭력적"이라고 지적했다.

▲ 21개 청년·학생 단체가 모인 청년 시국선언 원탁회의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청년시국선언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대 남자=반 페미니스트' 착각 심는 '이남자' 프레임

취업준비생 이윤우(26) 씨는 이남자의 반페미니즘 정서는 온라인에서 보이는 것에 비해 훨씬 약하고, 오히려 공정의 맥락에서 젠더 문제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남자를 안티페미니스트로 보는 프레임으로 인해 이 문제가 단순히 감정적 대립으로 비화하다 보니 젠더 문제에 대한 유의미한 논의 없이 갈등으로 소모되는 것이 아쉽다"면서 "반페미니즘 성향을 보이는 일부 이남자가 20대 남자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학생 이찬민(가명·24) 씨도 20대 남성에 하나의 정체성(Identity)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반페미니즘 정서'가 이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표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정치적 기술로서 반페미니즘이 효과가 있느냐'가 아니라 '기존 정치권이 페미니즘 관점에서 얼마나 진지하게 이번 선거 결과를 논하고 있느냐'가 주된 논의였어야 한다"라면서 "성추행 문제로 치러진 이번 선거만큼은 그 특수성이 더욱 부각됐어야 했지만 정치권과 언론이 이남자 프레임에 집중하면서 중요한 이슈가 뒷전으로 밀려났다"라고 주장했다.

 

남녀 갈등 부추기는 '이남자' 프레임

취업 준비생 서성진(25) 씨는 여당발(發) 모병제 등 군대 관련 논의에 대해 "막 나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군대 내 시설, 재정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은 일절 없이 단순히 20대 남자의 표심을 돌리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그 결과 남녀 갈등이 격화하는 것 같다고 했다.

 

대학생 최재혁(26) 씨도 "남성들의 군 복무에 대한 처우 개선을 논의하려면 모병제, 남녀평등복무제 등의 도입 이전에 임금 상승이나 인권 침해 부분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러한 진지한 논의는 빠져 있다"라고 말했다.

 

"김용균은 이남자인가?"

'이남자/이여자' 프레임으로 진전되는 젠더 갈등 문제는 청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의 방어막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청년 시국선언 원탁회의의 김건수(25) 씨는 고 김용균 씨 사례와 구의역 사건 등을 언급하면서 "청년들이 겪는 문제는 단순히 남성과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계층과 구조적 불평등 등의 요소로 복잡하게 얽혀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거 결과에 정치권이 이남자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라고 주장했다.

최재혁 씨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성 평등 정책과 관련된 부분에서도 정책의 성격에 따라 사안마다 논의할 부분이 다른데, 하나로 뭉뚱그리는 것은 옳지 않다"라며 "정치권이 표심을 정말 끌어올리고 싶다면 청년 문제의 본질적인 부분을 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20대 남자들의 혼란스러움에 주목해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20대 현상: 탈가부장 사회를 향한 도전과 갈등' 자료를 보면, 20대 남성들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페미니즘 운동에 대해 높은 지지도를 보였다.

미투 운동과 강남역 살인 사건 추모 시위, 낙태죄 폐지 운동 등에 과반이 동의했다. 그러나 '페미니즘' 자체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자 4.1%만이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반대는 과반(51.3%)이었다. 개별 이슈를 '페미니즘'이란 카테고리로 엮는 것에 대해선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신진욱 교수는 이처럼 젠더 문제에서 20대 남자가 모순된 것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20대 남성들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남성 우월주의적 시각을 가진 것이 아니라, 성 평등 이상으로 여성에게 특권을 부여하고 있고 여기에 정치 권력이 동조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이 현상을 페미니즘으로 여기기 때문에 페미니즘 찬반을 묻는 말에 과반이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20대 남성에게 단순히 "페미니즘이냐 반페미니즘이냐"만을 질문한다면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신 교수의 주장이다.

신 교수는 "한 세대를 왜곡하지 않고 이해하려면 정치권과 언론이 그 세대가 직면한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면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UPI뉴스 / 장은현 인턴기자 e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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