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대책 완결짓겠다"?…여전히 문제 본질 파악 못하는 문

김이현 / 기사승인 : 2021-05-10 16: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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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 인정
전문가들, 26번 엇박자 정책 지적…"신뢰회복 가능할지 의문"
"투기 억제할 만한 센 정책 없어…제대로 안써보고 왜 바꾸나"
"부동산 부분 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

임기 1년을 남긴 문재인 대통령의 톤이 달라졌다. 집권 초기 부동산 문제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며 "확실히 잡겠다"고 공언했고, 이듬해엔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다 10일 특별연설에선 "지난 4년 동안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며 결국 고개를 숙였다.

'투기 차단'에 대한 원론적 입장은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부패는 반드시 청산하겠다"며 "투기의 근원을 차단하기 위한 근본적 제도개혁을 완결짓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집값 폭등의 원인은 '투기 세력'에게 있고, 실수요자 보호와 민생 안정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임을 임기 내내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큰 틀에서는 기존 정책을 유지할 전망이다. 투기 억제와 공급 확대 기조와 함께 최근 추가된 LH(한국토지주택공사) 개혁이다. 문 대통령이 "국토부 내부에서는 (땅 투기)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외부(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에서 (국토부 장관 후보자를)찾았다"고 말한 배경이다.

미세한 조정 가능성은 열어뒀다. 문 대통령은 "남은 1년 새롭게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엄중한 심판이 있었기 때문에 기존 정책에 대해서 재검토하고 보완하고자 하는 노력이 벌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정책 기조는 달라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주택공급에선 '민간'을, 여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재산세, 대출규제 완화에 대해선 후속조치를 각각 언급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럼에도 남은 임기 동안 부동산 시장이 갑자기 안정화될 리 만무하다. 전문가들은 결과적이지만 26번의 정책을 내놓은 자체부터 '부동산 문제는 실패했다'고 입을 모았다. 투기 세력을 잡겠다면서 되레 투기를 양산하는 정책을 추진했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유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를 억제할 만한 센 정책은 없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공급은 충분하다고 하더니 갑자기 대규모 공급 확대방안을 추진하고, 1주택만 가지라고 하더니 본인들은 다주택을 유지하지 않았나"라며 "정책이든 행동이든 일관성 없이 엇박자가 나타나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집값이 마구잡이로 올라도 제어할 힘이 사라지고 투기판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지금까지 집값을 원상회복하겠다며 정책 폭탄을 쏟아 붓고, 이제와서 투기를 또 근절한다고 하면 이때까지 무엇을 했나 물을 수밖에 없다"며 "더이상 수요억제와 공급 대책은 나올 게 없다. 남아있는 건 주택거래허가제 정도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이 나와도 믿지 않는다. 6월부터 양도세가 중과돼도 효과가 없지 않나"라면서 "물론 집값이 오른 건 유동성, 저금리 영향도 있지만 정책 부분은 신뢰 회복이 최우선인데 26번이나 발표해서 이제 잔소리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세금을 통한 다주택자 규제, 종부세와 양도세, 취득세 강화, 세무조사 등이 대표적인 투기근절 대책인데, 유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를 억제할 만한 센 정책은 없었다"며 "올해부터 그나마 규제가 적용되는데, 제대로 써보지도 않고 안 먹혔다고 판단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세제나 정부 정책은 시간차가 필요하고, 기존 정책의 일관성만 유지해도 충분히 시장이 안정될 수 있었다"며 "정책이 효과를 내기도 전에 뭘 바꾸려고 하니 잘못된 신호를 주고 신뢰가 없어지는 거다. 지금도 새로운 정책이 아니라 기존 제도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처음부터 여러 투기꾼이 좋아하는 두더지 잡기식 핀셋 규제 정책은 맞지 않았고, 다주택 임대사업자에게도 특혜를 주니 시장에 물량이 안 나오고 사재기하는 양상이 벌어졌다"며 "부동산을 잡겠다고 하면서도 온갖 개발사업을 벌이는 등 전반적으로 정책이 다 실패했는데, 이 상황에서 반성없이 원론적 얘기만 하는 건 여전히 본질적인 문제를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U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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